꿈에서 갑자기 숫자 6개가 나왔거나, 불이 나서 전 재산이 홀랑 타버린다거나 하면 잠에서 깨자 마자 복권을 사러 간다. 그 밖에도 누가 다치거나 혹은 물에 휩쓸려가는 꿈을 꾸면 꿈 해몽을 찾아보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아이를 기다리는 부모에게는 어쩌다 꾸게된 태몽이 소중한 추억이 되고, 아이가 다치는 꿈을 꾼 부모는 그 꿈 때문에 하루가 걱정으로 가득하다. 이렇게 꿈은 실체가 없지만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 어찌보면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부분을 꿈에 의존하며 살고있다. 하지만 왜 꿈을 꾸는지? 꿈은 무의식을 반영하는지? 등 꿈에 대한 연구는 우리의 관심에 비해 미진하다. 실제로 왜 인간은 꼭 잠을 자야하는가? 에 대한 명확한 설명도 찾을 수 없는 상황에서 잠을 자면서 꾸는 꿈에 대해 질문하는 것은 너무 큰 욕심일까? 그러나 일면 고마운 부분도 있다. 꿈에 대해 알려진 부분이 많지 않기에, 우리는 그만큼 꿈에 관해서 더 다양하고 넓게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기 때문이다. 달러구트의 꿈 백화점 처럼 말이다.
달러구트의 꿈 백화점은 페니라는 소녀가 백화점에 신입사원으로 취직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꿈 백화점은 다양한 꿈을 파는 곳이고 달러구트는 이 백화점의 창업자이자 대표이사(?) 역할을 맡고 있다. 이 백화점에는 전 세계의 사람들 뿐만 아니라 동물까지 꿈을 사러 오는데, 특이한 점은 꿈을 팔 때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 아니라 꿈을 다 꾼 후에 결제가 되는 후불제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결제 수단 역시 범상치 않은데 달러화 혹은 원화가 아니라 꿈을 꾼 사람이 느낀 감정의 일부분이 꿈의 대가로 결제된다. 예를 들어, 자신감, 설렘, 두려움, 안도감 등등... 이 책은 등장인물과 배경 설정부터 예사롭지 않다. 스케일은 조금 작지만 해리포터 시리즈와 비슷하다는 서평을 남긴 사람들도 더러 있을 정도로 현실감이 없는 설정이다. 그러나 연말에 따뜻한 공간에서 편안하게 읽을 책을 고르다면 이 책을 적극 추천한다. 이 책은 따뜻하고, 긴장감이 없음에도 스토리가 늘어지지 않는다. 날카로운 비판 없이 물 흐르는 듯 소설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피식 웃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달러구트의 꿈 백화점에 온 손님들 가운데 가장 인상깊었던 손님은 책의 가장 후반부에 나오는 '죽은 사람이 나오는 꿈'을 선주문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었다. 임종을 앞두고 있는 할머니가 손자를 위해 하고싶었던 얘기를 꿈을 통해 남기면, 달러구트는 적절한 시기에 이 꿈을 살아있는 사람에게 꾸게끔 하는 것이다. 할머니는 살아생전 젊은 손자와의 데이트를 제일 고마워하셨다. 난생 처음 카페에 갔는데, 손자 덕분에 움츠러들지 않고 카라멜 마끼아또를 주문해서 마셨던 그 행복감에 대해 할머니는 꿈에서 손자에게 다시 한 번 고마움을 표현한다. 또한, 5살 어린 나이에 죽음의 문턱을 넘은 딸이 부모님에게 남기는 꿈 역시 '죽은 사람이 나오는 꿈' 중에서 인상깊었던 부분이다. 아이가 부모의 곁을 떠났을 때는 말이 어눌하여 다 전하지 못했던 진심을, 아이는 꿈에서 부모에게 얘기한다. 여기서 잘 있으니까 나 보고싶어서 먼저 올 생각일랑 말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정말 꿈을 매게로 나에게 이런 저런 메시지나 시그널을 전달받고 있는건 아닐지 생각해본다. 누군가 나를 위해 꿈을 미리 주문해놓고, 나에게 가장 적절한 시기에 그 꿈이 배달되고 있는건 아닐까...
이 소설을 읽고 나니 내가 꿨던 꿈들이 나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된다. 꿈을 꾸면 혹시 나도 이 백화점에 가서 어떤 꿈을 살까 한참을 망설이고 있는건 아닐까? 그 망설임 끝에 고른 꿈이 내가 어제 꾼 그 꿈이었을까? 혹은 며칠동안 꿈 한 번 꾸지 않고 잠만 잤던 날에는, 너무 피곤해서 백화점에 가지 못했던 것일까? 혹은 백화점에 갔는데 꾸고 싶은 꿈을 못 찾아서 그냥 빈손으로 나온건 아니었을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허무맹랑 하다는 결론에 다다르자 피식 웃음이 났다. 하지만 오늘 잠자리에 들기 전에 또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나는 오늘 어떤 꿈을 고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