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이과생의 필독도서. 이기적 유전자는 쉬운 책은 아니다. 게다가 오래전에 출간된 책으로서 후대에 달리 해석되거나 발견되는 새로운 이론들의 등장으로 서술이 바뀌어져야할 대목도 등장한다. 하지만 생물학 교과서에서 단편적으로 배운 진화와 관련된 정보와 달리 보다 방대하고 치밀한 내용들을 일반인들이 알기 쉽게 잘 풀어써 있기에 과학사의 중대한 패러다임의 변화이자 행동사회학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 진화론과 관련한 중요한 책이다.
일반적으로 진화론에 대한 정보는 자연선택설이 유력하다. 기린이 목이 긴 이유는 긴 목을 가진 기린이 생존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대륙이 이동하고 기후가 변화함에 따라 초목의 분포가 변화하고 먹을 것이 줄어들면서 높은 곳의 나뭇잎을 따먹을 수 있는 목이 긴 기린만이 생존에 적합하게 되고 그 유전자가 지속적으로 이어오면서 기린이라는 종이 살아남게 된다. 갈라파고스의 거북이도, 얼룩무늬를 가진 말도 모두 이러한 자연선택설로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제목이 뜻하듯 자연선택설을 부정하고 유전자적인 관점에서 진화론을 설명하고 있다.
유전자는 자신의 생존(복제)에 집중(이기적)하게 되고 이러한 유전자의 자기복제를 통해 세포가 형성되고 이 세포가 호흡기관 운동기관 등 기관을 형성하고 마침내 하나의 생명체가 존재한다. 이 생명체는 유전자의 기계적인 결합체일 뿐이며, 유전자를 통해각 신체기관의 기능과 특징이 결정되고 심지어 성격, 모성애, 생존본능이 발현된다.
유전자의 자기복제 본능은 인간의 종족 번식으로 이어지게 되고 그 수단으로서 성적 행위가 수반되며, 이 본능에 의거하여 매력의 대상, 척도가 정해지게 된다. 다산을 위한 건강한 신체구조는 둔부(엉덩이)를 통해 본능적으로 파악할 수 있으며, 엉덩이는 신체 구조조상 뒤에서만 볼 수 있기 때문에 전면에서 다산의 능력을 하기 위해 가슴이라는 기관이 생기게 되고, 인간은 이 가슴이라는 기관에 대해 성적인 매력을 느끼게 된다. 이 책은 인간이 느끼는 성적인 매력의 근원이 결국 유전자의 자기복제 본능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본능이야 말로 이기적인 유전자의 성질 때문에 발현되는 것이다.
이러한 이기적인 유전자의 특징은 심리 상태나 사회 현상에 대해서도 설명 가능하다. 이타심 또는 극단적인 자기희생 정신의 표출은 이기적인 유전자의 작용 기제에 따른 결과일 뿐이라는 것이다. 즉, 자기희생 조차도 완전한 이타심이라 할 수 없으며, 자기의 만족을 위한(이기심) 이타심이라는 것이다. 모성애 또한 마찬까지다. 숭고한 정신인 모성애 조차 유전자의 자기 복제 본능에 따라,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에 지속해서 남겨주기 위한 이기심의 발로에 의해 나온 것이다.
추가적으로 저자는 생물학적 관점에서의 유전자의 복제만을 진화론의 성격으로 규정짓지 않는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등장한 단어가 문화적 돌연변이이다. 저자는 문화적 전달이 인간에게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뉴질랜드에 서식하고 있는 인장새는 노래를 부르는데(지저귀는데) 모든 인장새가 동일한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주변의 새들을 관찰하며 모방하여 부르다가 우연히 자기만의 노래를 창작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었을 때 이 노래가 새로운 개체로 전파되며 안정적이되고 몇 대를 이어가다보면 그 그룹을 특정짓게되는 노래가 된다. 유전자가 담고 있는 정보에 의해서만 전달이 되는 것이 아니라 개체를 형성하고 있는 문화 또한 복제를 통해서 후대에 전달이 되는 것이다. 그렇게 등장한 것이 밈(meme)이다. 요즘 인터넷에서 흔히 마주칠 수 있는 이 단어의 기원이 바로 이 책인 것이다. 놀랍다! 40년도 더 전에 출간된 책에서 유전자(gene)와 같은 복제의 단위를 정의하기 위해 만든 단어(meme)이 이제는 일상 용어가 된 것이다.
저자는 사회학자가 아닌 진화생물학자이다. 과학적 증거와 논증으로 현상을 설명하고자 하며, 우리는 그의 글을 바탕으로 세계관을 확대하여 세상을 설명하기도 한다. 때문에 이 책은 단순히 진화론의 새로운 개념과 이론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지만 우리는 이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야를 가질 수 있다. 다만, 어디까지나 저자의 의도는 새로운 지식의 전달이며 그것의 확대에는 우리의 책임이 뒤따른 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