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고정관념>
인간은 낯선 이를 조우할 때, 편견을 가지고 대한다. 고정관념은 삶을 살아감에 있어 매우 효율적인 도구이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 정보를 모으고 판단을 내리기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하고, 살아가면서 만나는 모든 사람을 파악하기 위해 이처럼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입하는 행위는 너무나도 비효율적이다. 그리고 이 책은 우리가 모르는 사람을 만났을 때, 어떤 편견을 가지고 대하는지 수많은 사례를 통해서 설명한다. 당연하다 생각했던 일상적 판단의 기초들이 '진실'이 아님을 경고한다.
저자는 우리들이 타인을 판단할 때 쉽게 저지르는 잘못에는 세 가지가 있다고 말한다. 먼저, '진실 기본값'이다. 우리는 우리가 상대하는 사람들이 정직하고, 진실되다는 가정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다. 이와 같은 진실에 대한 믿음은 수많은 의심이 누적되어 더 이상 해명되지 않을 때야 비로소 끝이 난다. 낯선 이가 진실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사회는 타인이 진실되다는 가정으로부터 효율적 의사소통과 사회적 조정이라는 큰 이득을 얻었다. 우리는 당연시되는 것들에 의문을 던지는 러시아 속담에 나오는 유로지비를 낭만화하기도 한다. 그러나 모든 이가 유로지비가 되는 것보다 진실을 기본값으로 하는 것이 사회라는 공동체에 더 득이 되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다음은 '투명성 가정'이다. 어떤 사람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태도와 행동을 보라는 말이 있다. 즉, 우리는 무의식중에 사람들이 겉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방식이 그들이 속으로 생각하는 방식에 대한 확실한 창을 제공한다는 가정을 하고 있다. 대부분의 상황에서 이는 틀리지 않은 가정이다. 그러나 투명성이 의심되었다면 수많은 사회적 문제들이 발생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투명성 가정 또한 진실 기본값과 마찬가지로 사회적으로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형사사법제도, 채용 절차 등을 인간적인 과정으로 만들어야 하고, 이를 위해 어느 수준의 오류가 용인되어야만 한다.
마지막은 '결합의 무시'이다. 한 사람이 어떤 행동을 했을 때 우리는 그것이 그 사람의 문제이거나(내적 귀인), 그 사람을 그렇게 만든 상황의 문제(외적 귀인)라고 쉽게 판단해버린다. 그러나 저자는 영국과 미국 자살 통계를 통해 우리가 개인적인 문제로 쉽게 치부해버리는 자살 또한 맥락이 중요한 영향을 끼침을 보여준다. 우리는 어떤 행동이 특정한 장소와 밀접한 관련되어 결합될 수 있다는 생각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러나 장소, 맥락은 인간적인 관계에 있어서 중요한 영향을 끼치고, 낯선 이를 만날 때는 반드시 배경과 맥락을 고려해야 한다.
이처럼 우리는 낯선 사람을 만날 때 세 가지 오류를 범한다. 그러나 오류를 깨달았다고 해서 이를 수정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저자는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서 필수불가결한 오류들이라고 말하며, 우리가 택한 전략들이 틀렸다고는 말하지 않는다. 낯선 사람이 아는 사람이 되기까지 대가나 희생을 치르지 않을 수는 없다. 저자는 우리들이 새로운 사람을 조우할 때 가지는 오류에 대해서는 알려주지만, 그것을 발전시킨 전략을 보여주지 않는다. 다만, 낯선 이를 알기 어렵다는 사실만을 이야기한다. 그러면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무엇을 유념해야 하나? 이 책을 통해서 배운 단 하나의 진실은 '낯선 이는 쉽게 알 수 없다.'라는 것이다.
사회인이 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되었다. 새로운 사람들과의 관계 첫 단추를 잘 채우고 싶었고, 낯선 이들이 어떤 사람인지 분별할 수 있는 개인적인 기준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 책을 선택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저자는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분별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지는 않는다. 다만, 낯선 이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만 알려준다. 새로운 사람을 만남에 있어 나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 사람을 대할 때 고정관념을 가지지 말아야겠다고 되뇌겠지만, 기존과 동일하게 어느 정도의 고정관념과 편견을 가지고 사람들을 대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단에 있어 조금은 더 조심스러워질 것 같다. 내가 만나는 타인의 '진실'은 내 관념 속의 상(像)과는 다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