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토록 위대했던 아킬레스가 항아리 하나도 다 채울 수없을 만큼의 재료로 남았다. 하지만 그의 명성은 온 세상을 채우고도 남을 만큼 살아 있다. 이 세상이야말로 그에게 어울리는 척도이며, 그곳에서만 펠레우스의 아들은 잔정한 자신이기에 공허한 타르타라를 느끼지 못한다. 오비디우스 <변신이야기>에서
첫번째 문장은 아킬레스가 항아리 하나도 다 채울 수없을 만큼의 재료로 남았다. 하지만 그의 명성은 온 세상을 채우고도 남을 만큼 살아 있다. 이 세상이야말로 그에게 어울리는 척도이며, 그곳에서만 펠레우스의 아들은 잔정한 자신이기에 공허한 타르타라를 느끼지 못한다. 오비디우스 <변신이야기>에서
첫번째 문장은 직접적인 어휘를 언급하지 않고도 그의 죽음과 화장 사실을 알리며 위대한 인간도 생의 허무를 피할수 없음을 밝혔다. 마지막 문장은 첫번째 문장과 대구를 이루는 명문이다. '진정한 자신이기에 공허한 타르타라를 느끼지 못한다.'
'타르타라'는 그리스어로 '타르타로스'이며, 헤시오도스가 쓴 <신통기>에 따르면 카오스, 가이아, 에로스와 함께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최초의 4대 신 중 하나다. 동시에 카오스보다 더 깊은 지하에 자리 잡은 심연이며 제우스가 티타노마키아에서 승리한 후 아버지 우라노스와 자신에게 대항한 티탄들을 모두 가둔 곳이다. 그러니까 타르타로스는 온갖 거대 괴물들이 있는 깊고 어두운 곳인데 어쩐지 인간의 무의식을 상징하는 것 같지 않은가. 오비디우스는 바로 그 타르타로스가 삼킬수 없는 인간 유형을 제시하고 있다. 바로 진정한 자신이 된 인간이라고 말이다.
아킬레우스는 트로이 전쟁이 끝나기 전에 죽었으나 소망을 이루었다. 그는 신들의 결정에 따라 장수하지만 명성없는 삶과 단명하지만 명상을 얻는 삶 중에서 후자를 택했고 B.C. 4000년에 그리 될 수 있는 방법으로 전장에 나가 영웅이 되는 것이 유일했다.
아킬레우스가 죽은 후 그리스 장군들은 그의 무구를 차지하기 위해 무기를 들었다. 후보자는 大 아이아스 와 오딧세우스, 둘로 압축되었다. 총사령관 아가멤논은 어떤 책임도 지고 싶지 않아 장군들의 다수결에 부친다. 이후 벌어지는 것이 아킬레스의 무구를 두고 벌이는 아이약스와 울릭세스의 설전이다.
아킬레스의 무구는 특별했다. 아킬레스의 어머니인 물의 여신 테티스의 간청으로 올림포스의 대장장이 神 해파이스토스가 보는 사람 누구나 감탄할 만큼 아름답고 무서운 운명이 다가왔을 때 가증스러운 죽음에서 멀리 빼돌릴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무구였다. 더구나 아킬레우스의 것이니 그의 무구를 물려받는다는 것은 그리스의 최고의 장군으로 등극함을 의미했다. 지난 10여년 동안 개인적인 행복을 포기하고 자산까지 투자해가며 전쟁을 치른 것에 대한 보상으로 충분했다.
결말부터 말하면 그리스 장군들은 말 잘하는 자의 손을 들어주었다. 말하는데 민첩하지 못해 패배한 자에게 한없는 연민을 느낀다. 연민이 근거없는아닌 모양인지 B.C. 5세기 고대 그리스 시인 소포클레스가 처음 쓴 비극이 <아이아스>였고 2013년에 텍사스 대학 철학교수인 폴 우드러프가 발간한 책 제목은 <아이아스 딜레이>였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이 일한 만큼 정당하게 평가받지 못하고 보상받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인센티브를 독과점하는 이는 언제나 나와 다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다.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한 상실감은 정의가 무녀졌다는 분노와 자신이 이용당했다는 모멸감, 급기야는 삶의 회의로 이어진다. 소포클레스는 한때 전장을 뒤흔든 영웅이 미쳐가고 스스로 죽음을 택하는 모습을 통해 인간의 존재의 비극을 보여준다. 또한, 아이아스에게 이런 비극을 초래한 장본인이 누구인지를 정확히 가리킨다.
공자는 의지가 굳고 말수가 적은 사람이 오히려 인과덕을 지닌 자가 많다고 했다. 아이아스는 아킬레우스의 사촌이자 그리스 연합군에서 아킬레우스 다음 가는 출중한 무장이었다. 전투에 가장 많이 출정하고 늘 선두에 섰으며, 끝까지 물러서지 않을 만큼 용감하고 성품까지 너그러운데다 그리스 장군치고 드물게 도덕적으로 흠이 없었다. 이에 비해 오딧세우스는 아킬레우스와 가까운 사이도 아니고 아이아스만큼 용맹한 장군도 아니었고 냉혹하고 냉철해 인간적인 면도 그다지 보이지 않는다. 대신 흐름을 읽어내는 결정적인 순간에 한수를 내놓는 지략이; 출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