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내가 이 책을 읽어 보리라 마음 먹었던 계기는 글쓴이의 이름을 여러번 들어 보기도 했지만, 짧지만 강렬한 느낌으로 다가온 제목에 이끌려서 였다. 흔히 역사라 생각하면 외우기 어렵고, 지루하고, 따분한 과목이라 생각한다. 역사를 공부하면서 이것이 나에게 어떠한 영향을 주리라 생각을 하지 못했었다. 그러한 생각을 확 바뀌게 한 책이 아닌가 싶다.
책 속에는 여러명의 인물들의 이야기가 소개되고 있다. 그 중 인상 깊었던 인물은 '정약용'이었다. 정약용은 정조의 총애를 받고 훌륭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종교적인 이유로, 그리고 역모에 엮인 인물이 있다는 이유로 유배지에서 보다 많은 생을 지낸 인물이다. 정약용은 이런 상황에서도 책을 집필하는 것을 놓지 않았다. 이렇게 까지 한 이유는 아들들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알 수 있다. 정약용이 유배지에서 현재의 상황을 절망만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후세 사람들은 사헌부의 재판 기록만 보고 자신을 죄인 정약용으로 기억 할 것이라는 것. 그래서 끊임 없이 자신의 생각을 글로 남기고 기록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자식들에게도 비록 폐족이라고 할지라도 독서를 꾸준히 하며, 선비로서의 기상을 유지할 것을 당부했다. 아들들은 아버지의 당부대로 살았고, 큰아들은 벼슬을 얻게 되어 폐족을 면하게 되었습니다.
훗날 나에게도 절망스러운 상황에 닥친다면, 정약용이 그러했던 것 처럼, 절망적인 상황을 탓하기만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며, 내 삶에 무엇을 남길 것인가, 어떤 사람으로 남길 바라는 가를 생각해 보는 사람이 되기를 다짐했다.
그리고 정약용이 자식들에게 했던 말 중에 "진실로 너희들에게 바라노니, 항상 심기를 화평하게 가져 중요한 자리에 있는 사람들과 다름없이 하라. 하늘의 이치는 돌고 도는 것이라서, 한번 쓰러졌다 하여 결코 일어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을 가슴 속에 간직하며 어려운 상황을 꼭 이겨 내도록 노력해야겠다 생각했다.
역사를 공부하는 많은 이유 중에 하나는 나와 다른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라고 글쓴이는 얘기하고 있다. 역사를 공부한다는 것은 사람들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왜 그럴 수 밖에 없었는지 상상해보고 그의 입장이 되어보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렇게 역사를 공부하다 보면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에 대해서 좀 더 공감하고 이해하는 연습을 자연스레 할 수 있다고 한다.
생각해보니 글쓴이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가족과도 갈등이 생기긱도 하는데 나와 같지 않은 상황을 겪어온 사람들과의 갈등이 발생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막상 그 갈등 상황에 닥치게 되면 그 사람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던 적이 더 많았던 것 같다.
글쓴이의 말대로 역사를 공부하면서 그 인물이 왜 그런 선택을 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생각을 하는 연습을 하다보면, 현재의 갈등상황에서도 한발자국 물러나 상대방에 대해 생각할 여유를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상대방의 의견이 나와 다르다고 해서 '넌 틀렸어'라고 섣불리 결론을 내리기 보다는 상대방이 그렇게 생각한 이유, 행동한 이유를 먼저 생각해보고 서로의 의견을 충분히 나누는 것이 갈등 상황을 더욱 잘 풀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글쓴이가 그랬던 것 처럼, 내가 도저히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 지 모르는 상황이 온다면 역사 속의 인물은 어떤 선택을 했고 어떤 길을 걸었는지, 또 그러한 선택이 어떠한 결과를 낳았는지를 생각해보고 나의 방향성을 정할 수 있는 계기로 삼을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형편이 어려워 사교육을 받고 싶지만 받을 수 없는, 그래서 무료강의를 들을 수 밖에 없는 시골의 한 학생의 간절한 바람에 글쓴이는 20여년간 무료 역사 강의를 해오고 있다고 한다. 돈이 있어도 들을 수 밖에 없는 무료강의를 만들겠다는, 돈을 바라보고 사는 것이 아닌 자신의 꿈을 가진 글쓴이의 철학이 정말 멋있다 느꼈다. 역사에 대한 나의 생각을 바꿈과 동시에 나의 꿈을 생각하게 하는 이 책은 정말 잊지 못할 것 같다. 그리고 역사에 대해서 고리타분하고, 지루하고 어렵다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우선 이 책을 한번 읽어보라고 권해주고 싶다. 역사를 배운다는 것의 의미를 좀 더 쉽고 넓게 확장시켜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역사를 통해 나의 삶을 돌아보고 생각 하는 시간을 가진다면, 그것이 바로 역사의 쓸모가 아닌가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