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신잡에 나온 인기 소설가. 나는 김영하 작가를 그렇게 알고 있었다. 올 해 휴가인 암스테르담&포르투&리스본 여행을 가기 전에 이 책이 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른 것을 보고 여행의 기쁨을 먼저 느끼기 위해 신청해서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산문집인데 유명작가의 산문집이어서 그런지 문장표현이 깔끔해서 쉽게 읽힌다. 그런데 쉽게 읽히는 와중에 여행이란 주제를 표현한 작가만의 센스들이 돋보인다. 각 단편의 소제목들도 재미있었는데, '추방과 멀미', '상처를 몽땅 흡수한 물건들로부터 달아나기', '오직 현재', '여행하는 인간, 호모 비아토르',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여행', '그림자를 판 사나이', '아폴로 8호에서 보내온 사진', '노바디의 여행', '여행으로 돌아가다' 같은 소제목이 각 단편들을 한 줄로 잘 요약했다고 생각한다.
나도 여행을 좋아하고 나름 주기적으로 가려고 노력했는데, 내가 막연하게 안개처럼 느끼던 여행의 정의와 의미를 책에서 쉽고도 명확하게 표현해준다. 나도 여행을 일상의 상처로부터 달아나기 위해 떠났던 적이 있고, 오직 여행의 현재를 사랑했던 적이 있었으며, 노바디가 되어 아무도 날 모르는 곳에 가고자 했었는데.. 책을 읽으면서 나의 지난 여행기가 떠올라 더 의미깊었다.
이 책은 여행을 다녀와서 읽는 것보다 여행을 떠나기 전 설레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각자가 가지고 있는 여행의 의미를 더 생각해보게 만들어 떠날 여행을 더 설레고 의미깊게 만들어 준다. 각 단편들을 차례로 읽다보면 결국 인생이 여행이라는 잊고있었던 주제를 떠오르게 한다.
김영하 작가의 책은 이 책이 처음이었는데, 그의 문체 표현력이 나와 잘 맞아 다른 책들도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