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서는 죽음 못지 않게, 아니 이 죽음을 맞이하는 이유같기도 한(아, 스포일러인가, 소설 리뷰는 조심해야 한다) 프랑스 문학계를 비판한다.
작가를 대변하는 사람이 가브리웰 웰즈라면(쌍둥이 형이 있는 걸로 나오는데 베르베르는 그렇지 않겠지?) 적대적인 평론가 장 무아지는 여기서 악역으로 나온다.
그는 '좋은 문학을 수호해야 한다'라면서 장르 문학 작가들을 무시한다.
'좋은 SF 작가는 죽은 작가'라는 막말까지 한다.
가브리엘을 이승에서 공격하는 장무아지와 저승에서 공격하는 알렝 로트브리에는 베르베르를 비판하는 프랑스 문학계, 평론계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다. 장무아지의 소설 <배꼽>은 베르베르의 전작인 <잠>에서 주인공 자크가 불면증을 떨치기 위해(즉, 자기 위해서) 일부러 고른 지루하기 짝이 없는 소설로도 등장한다.
'제가 인정하는 비평가는 단 하나뿐이예요. 바로 신간이죠. 작품에 진정한 가치를 부여하는 건 시간이예요. 고만고만한 작가들을 사라지게 하고 혁신적인 작가들만 영원히 살아남게 만드는 건 시간이라는 비평가가 지닌 힘이죠.' ---<죽음 2> ---p.37
베르베르가 프랑스 문학계에 던지는 이야기리라.
가브리엘이 누비는 저승에는 미테랑 프랑스 전 대통령, FBI 국장, 유명 작가들 등 많은 인물이 등장한다.
소설에서 많은 걸 기대하기 보다는 재밌게 읽고, 중간중간 내가 영감을 얻고, 의미를 찾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면에서 이번 소설도 재미있고, 술술 잘 읽히고, 중간중간 생각을 하게도 만든다. 쉽게 잘 읽힌 소설이었다.
번역소설을 볼 때 역자를 많이 본다. 어찌보면 오늘날의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있게 한 것은 유명 번역가인, 그의 소설을 너무나 재밌게 잘 번역해 낸 이세욱 번역가의 힘이 크리라. 이 책을 번역한 전미연 역자도 책을 잘 읽게 만드는데 도움을 준다.
역자가 번역한 아멜리 노통브의 소설도 재밌게 읽은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도 번역 역시 좋다.
이번 소설도 나에게는 너무나 재밌었다. 처음 문장과 끝 문장을 통해 이 책의 의미를 알려준다. 뒤에 나온 이 소설을 쓰는 동안 들었던 음악과 역자의 이야기도 의미있었다.
이 책 죽음은 추리소설의 형식을 통해 주제의 무거움을 벗고, 시종일관 경쾌하고 빠른 필치로 흥미진진하게 전개한다.
저승과 이승을 오가며 수사가 펼쳐지는 가운데, 주인공등과 함께 용의자들을 추적하다보면 놀라운, 또는 재밌는 결말을 맞이할 수 있다.
27p. 인간이 죽음에 초연해지면 교회의 권력은 힘을 잃게 되겠지. 그것을 잘 알기 때문에 그들은 몽매함을 부추기고 있는 거야.
-다시 육체를 가지게 되니 오감을 먼저 인식하고 감사하게 되는구나.
156p. 정상의 자리에 오르면 누구나 필연적으로 가시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비가시 세계의 힘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되더라.
168p. 각자의 자리에서 노력은 해야겠지만 절대 자신을 과신하지 말라는 뜻이에요. 세계가 지금의 모습으로 존재하는 데는 모종의 숨겨진 의도가 있으리라는 걸 기억하라는 말이에요. 실수 없이 앎에 도달하는 건 불가능해요. 경험은 오랜 시간에 걸쳐 퇴적물처럼 쌓이는 거죠. 우리는 누구나 경험을 해봐야 해요. 그러고 나서 그 경험의 결과물을 확인해야 비로소 행동을 바꿔야겠다는 자각이 오죠. 그래야 다른 방식으로 행동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돼요.
311p. 첫째, 인간의 삶은 짧기 때문에 매 순간을 자신에게 이롭게 쓸 필요가 있다. 둘째, 뿌린 대로 거두는 법이다. 남들이 우리에게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결국 선택은 우리 스스로 하는 것이며 그 결과에 대한 책임 또한 우리가 지는 것이다.
셋째, 실패해도 괜찮다. 실패는 도리어 우리를 완성시킨다. 실패할 때마다 뭔가를 배우기 때문이다.
넷째, 다른 사람에게 우리를 대신 사랑해 달라고 할 수는 없다. 스스로를 사랑하는 일은 각자의 몫이다.
다섯째, 만물은 변화하고 움직인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물건이든 억지로 잡아 두거나 움직임을 가로막아선 안된다.
여섯째, 지금 갖고 있지 않은 것을 가지려 하기보다 지금 가진 것을 소중히 여길 줄 알아야 한다. 모든 삶은 유일무이하고 나름의 방식으로 완벽하다. 비교하지 말고 오직 이 삶을 최대한 누리기 위해 애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