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코로나19 등으로 '혼술','홈술'이 유행이다. 요즘은 본인도 집에 싸구려 와인을 한 두병씩 사다 놓다가, 조그만 와인 냉장고를 구입하여 한 병씩 쌓아두고 마시면서 답답한 마음을 달래고 있다. 일전에 가족과 국내여행을 할 때 그 지역에 가서 하는 일 중에 하나가 조그만 가게에 들려 그 지역의 막걸리를 꼭 구입하여 마시곤 했다. 비슷한 막걸리인 듯 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조금씩 다른 그리고 지역의 특산물이 반영되어 있어 저렴한 가격에 기분이 들뜨곤 했다. 최근에는 다양한 막걸리와 전통 소주들이 마트 또는 전문 가게에 다양하게 출시되면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이 책은 이렇게 부흥기를 맞은 아니면 부흥기가 시작되는 우리 술, 한국 술, 즉 '한주'를 소개하는 책이다.
처음에는 막걸리 소개려니 하는 마음으로 가볍게 한 페이지 넘기고 나니, 고품격 프리미엄 한주를 소개하고 있어 적잖이 당황했다.
저자 백웅재는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 국가대표 전통주 소물리에 경기대회 심사위원 등을 역임하였으며, 한주 산업의 세계화에 대한 연구보고서를 작성했고, 현재는 주문진시장에서 '얼터렉티브 마켓'을 운영하며 한주 상품을 기획하고 교육 과정을 개발하는 등, 한주의 산업화와 세계화를 위해 준비 중에 있다.
'한주' 단어 그대로 풀면 '한국 술'이다. 사실 한주라는 단어는 저자가 전통주의 대체어로 만든 말이다. 꼭 전통주가 아니더라도 녹색병 소주, 국산 와인, 그밖에 어떤 술이든 국내에서 생산되는 술이면 다 '한국 술'이다. 저자는 한국만의 '박제된' 전통이 아닌 전통과 함께하는새로운 한국 술에 대해 독자들을 안내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다양한 한주 가운데 고급주라고 할 수 있는 프리미엄 한주를 다룬다. 작가는 프리미엄 한주를 우리나라에서 나는 재료를 쓰고, 누룩을 사용해 술을 빚어 장기숙성하고, 인공감미료를 넣지 않은, 그러면서도 충분히 문화적 가치가 있는 술이라고 정의한다.
책 제목에서 처럼 프랑스의 와이너리 투어 또는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추진하는 '찾아가는 양조장'사업과 같이 홍천, 충주, 문경, 남해, 부산등 특색있는 양조장 21곳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한주 관련 사업에 종사하면서 얻은 해박한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바로 옆에 가이드를 대동하듯 자연스럽게 양조장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으며, 한주의 기본적인 배경지식과 산업 등에 맛깔나게 풀어쓰고 있다.
저자는 프리미엄 한주 양조장이 몰려있는 강원도 홍천을 한주의 수도라고 하고 있다. 수도권과 가깝기도 하지만, 산좋고 물좋은 자연환경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제일 처음 소개하는 미담양조장은 연엽주, 송화주, 홍시주, 알밤주, 감자술 등 다채로운 술을 빚고 있다. 이곳 주인인 미담 선생은 어떤 술을 만드냐는 질문에 “오미(五味)가 다 있고 향이 화려한 술”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그 말을 머리속에 새기며송화주나 연엽주 술한잔 머금고 굴려보면 때론 쓸쓸한 가을 저녁에 환하게 빛나는 석양 이미지가 떠오르기도 하고, 덥고 습한 여름날의 한줄기 바람이 생각나기도 한다고 상상한다.
또한, 갑자기 찾아온 번아웃에 변호사 일을 그만두고 양조인으로 거듭난 홍천의 ‘예술양온소’ 이야기, 제대로 숙성된 증류주를 만들기 위해 숙성용기를 직접 만드는 도자공방을 함께 운영하는 충주의 ‘담을양조장’, 이제는 한주 장인이 된 한국 대표 위스키 장인 이종기 대표의 문경 ‘오미나라’, 대한민국 식품명인이 만드는 강진의 ‘병영양조’, 디자인과 마케팅으로 젊은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부산 ‘벗드림협동조합’ 등 각지에서 자신만의 개성과 뚝심으로 빚어낸 그들만의 브랜드 이야기가 다양하게 적혀있다.
특히, 대도시 양조장의 메카로 부산을 꼽으며, 동동주 원형에 가까운 막걸리인 ‘갈매기의 꿈’, 부산의 랜드마크인 오륙도와 5.6도의 도수를 맞춘 ‘오륙도 막걸리’를 소개하고 만나러 가는 길을 술따라 떠나는 여행 ‘술로로드’라고 했다.
한주 기행이 술 좋아하는 사람들이야 양조장에 가면 그저 신이나겠지만, 양조장 입장에서는 귀중한 시간을 들여 손님을 상대하는 것임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혹시 양조장투어 중에 양조장에 가면 어떤 질문을 해야 하고, 어떤 행동은 금기시되는지, 술과 양조장의 특징은 어떻게 포착하는지 등에 대해서 사전 지식을 갖추고 가는 것이 여러모로 좋고 이 책에서도 그런 부분에 대해 섬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을 읽고 나면 "아마 나처럼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사람들 중 한명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소비하는 전통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전통에 동참하는 희열이 있을 것"이라고 말하며 한주를 예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