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의 추억과 도서관 사람들의 이야기.
본 도서를 선택하게 된 이유는 1986년 미국 서부를 놀라게 했던 로스앤젤레스 중앙도서관 화재사건을 언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화재사건의 원인과 방화범을 추적하는 넌픽션으로 오해를 하고 독서를 시작했으나 정작 사건 추적은 별로 비중이 적고, 도서관의 역사와 활동, 주요 인물에 대한 에세이인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역사적 빌딩으로 두꺼운 벽과 부족한 창문, 오래된 전기배선, 70만권의 장서 등 수많은 화재원인을 보유하고 있는 시설에 화재방지를 위한 엄청난 노력과 관심이 더해졌음에도 대형화재가 발생하게된 이유가 나의 흥미를 자극하였지만, 그런 흥미를 만족시키는 내용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나 미국 도서관의 역사와 여성차별, 도서관의 역할 변화, 특히 현재 부랑자와 십대들에게 안식처를 제공하고 비공식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서들의 영웅적 서사는 이 책이 왜 베스트셀러가 되었는지를 말해주고 있다.
1986년 로스앤젤레스 중앙도서관 화재는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사고에 따른 주식시장 붕괴로 미국인들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사건 다음날 뉴욕타임즈 사이드 기사로 언급된 이후 32년간 잊혀진 사건이 되었던 도서관 화재는 어린 시절 도서관의 추억과 치매로 기억을 잃어가고 있는 사랑하는 엄마를 가진 작가 수전 올리언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작가 소개에 의하면 수전 올리언은 지방 신문에 실린 작은 기사에서 단초를 얻어 난초도둑이라는 도서로 베스트 셀러 작가로 등극하게 되었다고 한다. 본 도서도 사람들에게 오랜 기간 잊혀졌던 도서관 화재와 관련하여 용의자 해리 피크를 포함하여 찰스 루미와 같은 흥미로운 인물들이 등장하는 흥미로운 도서관 이야기를 엮어내고 있다.
우선 1986년 방화 용의자로 지목되었던 해리 피크는 일관성이 부족한 알리바이와 반복되는 진술번복 등으로 기소 직전까지 갔으나, 방화사건의 특성상 화재원인의 과학적 분석 부재 등으로 결국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당시 수사 담당자들의 확신과 목격자 진술 등 상당히 많은 정황증거들이 있었느나, 용의자가 배우 지망생으로 사람들의 주목 받기를 좋아하고, 본인을 방화범이라 친구들에게 과시하는 등 정신 이상으로 의심되는 불안정한 심리상태를 보유하고 있어 이 사건은 결국 미제사건으로 남게 되었다.
본 도서의 핵심은 해리 피크보다는 도서관의 역사와 수많은 인물들의 이야기이다. 정보가 넘쳐나는 인터넷 시대에 기능을 상실한 것으로 생각되었던 도서관은 오히려 미국인들의 사랑과 관심을 더 받고 있다. 빈부의 격차에 따른 정보 비대칭 현상은 도서관을 통해서 확인된다. 미국인들은 여전히 도서관에 전화를 걸어 스노우보드 대회 채점 방식이나 앵무새의 평균수명 등 실질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고 있다. 놀라운 점은 미국 도서관 사서들은 이런 문의에 친절하게 해답을 찾아주고 있다는 점이다. 정보소외계층에 대한 이러한 공공서비스는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점이 정말로 크다는 생각이 든다.
학습을 통해 고리타분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도서관 사서의 이미지도 바뀌게 되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해고 통보를 받은 메리존스와 여성 사서들의 저항운동, 메리 존스를 대신하여 도서관 사서로 임명된 찰스 플렛처 루미스의 도보여행과 여성편력 등 도서관은 수많은 영웅들을 배출하였다. 특히 찰스 루미스는 사이비과학에 대한 대중의 관심에 우려하여 독극물 표시를 도서에 찍어 대중들에게 경고를 했으며, 엘 앨리설이라는 주택을 짓고 매일밤 파티를 열어 방탕한 삶을 살았으며, 수많은 혼외 정사를 통해 미디어의 중심이 되었다. 특히, 모든 사람의 질문에 답을 주어야 한다는 생각에 인간 백과사전 존스 박사를 자기보다 높은 급여를 주고 채용하는 등 도서관이 혁신의 중심이 되는, 지금으로서는 이해가 안되는 리더십을 발휘하였다.
본 도서를 통해 작은 이야기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수전 올리언의 능력을 발견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문해반 운영 및 10대들을 위한 프로그램, 노숙자들에게 공간을 개방하는 서비스로서의 도서관의 활동과 이를 위해 헌신하는 수많은 무명 용사들의 스토리에 반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