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부터 2016년까지 해외근무 기간동안 살았던 집은 팔레스타인 대사관 건너편에 있는 2층 집이었다. 3년간 매일 팔레스타인 대사관을 지나면서 이스라엘과 중동 분쟁의 이유에 대해 궁금증을 가지게 되었으며, 이러한 이유로 유진 로건의 <아랍 - 오스만제국에서 아랍 혁명까지>를 읽었다. 784페이지로 다소 부담되는 이 책은 오스만 제국이 이집트를 정복하는 이야기로 시작되어 1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열강의 식민지 경쟁에서 아랍 국가들의 독립 및 주도권 다투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로 가득차 있다. 이스라엘과 중동 국가간 테러의 원인에 관심이 있었던 나에게 이 책은 팔레스타인 지역의 지정학적 분쟁에 대해 이해하게 된 인상적인 도서였다. 이런 책의 프리퀄을 읽는 기분으로 <오스만 제국 : 찬란한 600년의 기록>을 선택하게 되었다.
본 도서는 오스만 제국의 600년 역사를 간결하고 쉽게 설명해주는 입문서이다. 이 책의 저자 오가사와라 히로유키는 오스만 제국의 역사와 터키 공화국을 전공한 역사학자로, 오스만 제국의 역사를 외국인의 입장에서 공정하고 친절하게 알려주고 있다. 일본 도서의 특징인 간결한 문장과 흥미로운 이야기, 그림과 도표를 이용한 설명 등 입문서로의 기본이 탄탄한 도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도 관심이 없을 것 같은 오스만 제국의 600년 통사를 지루하지 않게 설명하고 있고 있으며, 우리의 상상력을 이국적인 비잔티움, 아나톨리아 등으로 이끌어가고 있다.
오스만 제국은 13세기말 기독교를 대표하는 동로마제국과 접하고 있는 소아시아 지역에서 태동하여 이후 찬란한 역사를 이룩하였다. 아나톨리아 변방에서 상당한 전투력을 보유한 유목 집단에서 시작된 오스만 제국은 이후 그 세력을 인정받아 후북으로 발전하게 되며, 이후 여러 민족을 흡수하면서 거대한 지역을 다스리는 왕국으로 성장하게 된다. 13세기부터 19세기까지 약 600년 기간 동안 오스만 제국은 흥망성쇠를 이루었으며, 1918년 제1차 세계대전에 패하면서 제국이 해체되고, 1922년 '아타튀르크' 무스타파 케말이 터키 공화국을 설립하면서 역사에서 사라지게 된다.
흥미롭게도 저자는 이 책의 시작을 제국의 이름을 정의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우리가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오스만 투르크>라는 이름은, 오스만 제국 당시 투르크 족이 제국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지 않았고, 오스만 제국의 공문서에도 자기네 왕조를 오스만 왕조라고 표시하고 있으므로, 오스만 제국이라는 명칭이 역사적으로 알맞은 이름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오스만제국의 역사를 크게 사등분하여, 13세기 제국의 건국에서 1453년 메흐메드 2세가 콘스탄티노플을 정복한 <봉건적 후국시대>, 이후 1547년 셀림 2세의 죽음까지 <중앙집권적 제국시대>, 무라드 3세부터 1808년 마흐무드 2세까지 <분권적 제국시대>, 마흐무드 2세부터 1922년 제국의 멸망까지 <근대 제국시대>로 구분하며, 각 세대의 통치방식과 제도, 주요 인물의 이야기로 개략적인 오스만제국의 역사를 설명하고 있다.
본 도서 학습을 통해 새롭게 얻은 지식은 다음과 같다. 오스만 제국은 무분별한 정복전쟁으로 살륙을 일삼는 국가가 아니었으며, 절대왕권을 가지고 폭정을 휘두르는 공포의 제국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특히 유럽 열강들이 형제살인으로 비난하는 후계자 선정 이후의 악습도 왕권 안정을 유지하고, 후계 과정을 불안하게 만들수 있는 왕족들을 통제하기 위한 선택이었으며, 이러한 제도가 통치자의 마음대로 집행하는 것이 아니라, 이슬람 법률에 근거하여 집행되었다는 사실은 오스만 제국의 법치주의를 말해주고 있는 아주 새로운 사실이었다. 그러한 형제살인도 16세기말 오스만 백성들이 크게 반발하여, 더이상 실행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오스만 제국에서도 표현의 자유와 집단정서의 표현이 있었음을 알려주는 중요한 사실이다.
오스만제국은 왜 멸망했을까? 대부분의 교과서는 술탄의 무능과 군사원젱에 따른 경제문제, 군사기술의 낙후 등을 말하고 있다. 저자는 제국의 쇠퇴원인으로 권력의 분권화라고 말하고 있다. 다양한 인물에 대한 이야기와 친절한 도표 등으로 오스만 제국의 600년 역사를 300여 페이지에 요약해준 저자의 노력에 감사를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