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고르게 된 것은 주식투자에 대한 니즈보다는 상장기업의 기업분석에서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방법론이 궁금해서였다. 기업금융을 담당하고 있는 은행원 입장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재무제표를 채권자가 아닌 투자자들은 어떠한 관점에서 접근하는지가 관심사항이었다. 실제 재무제표 및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니 쉽게 이해될 것 같았고 재무제표에 대한 기본적 지식은 있는 상황이니 소설책 읽듯이 편안하게 읽기를 기대했었다.
결론적으로 어느 정도 기본적 회계지식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책이었다. 예상대로 사례도 많았고 유명 강사라는 저자의 이력에 걸맞게 설명도 쉬웠다.
1부 재무제표와 주식투자 부분은 재무제표에 대한 어려움을 가지고 있는 일반인들에게 쉬운 접근법을 알려준다. 사용자는 재무제표를 ‘작성’할 필요없이 ‘보기만’ 하면 되며 그를 통해 묻지마 투자 등 부실기업 투자가능성을 대폭 낮출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하고 있다.
사실 상장기업의 경우, 회사 회계파트에서 작성한 자료를 회계법인 전문가들이 검증까지 한 자료이므로 잘 읽기만 해도 많은 유용한 정보들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숫자로 가득 차 있고 낯선 용어들로 인해 일반인들은 매출액, 당기순이익 등 큰 숫자만 쳐다보고 재무제표를 제대로 보는 것에는 소홀한 상황인데, 저자는 매출 및 향후 장밋빛 전망 등 화려함보다는 재무제표에 나오는 건실한 숫자들을 확인해야만 위험을 피하고 성공적 투자를 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사실 은행 업무에서도 미래에 대한 전망을 담보로 승인을 받기 위해서는 단순한 말이 아닌 계약서 등 구체적 근거로 한 회계 추정치가 더욱 중요한 것이 사실이다. 다만 대출에서는 향후 현금흐름에서 원리금 상환가능성이 충분한지가 핵심이라면, 투자에서는 기업가치가 얼마나 제고될 것이고 주주가치가 올라갈지가 중요할 터이다. 그럴듯한 미래 전망만 가지고 여신승인 내는 은행원은 없겠으나, 정작 그런 소문이나 테마만 가지고 자신의 돈을 투자하는 개미투자자가 많은 현실에서 기본적인 재무제표를 읽고 투자에 활용하는데 도움을 주는 이 책이 입소문을 타고 14쇄나 출간되지 않았나 싶다.
2부에서는 손실을 줄이는 방법이라고 해서 손실이 큰 부실가능성 높은 기업들을 걸러내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이 장에서 내가 가장 인상 깊게 읽은 구절은 “재무제표는 좋은 종목을 찾는 데 유리할까, 안 좋은 종목을 거르는 데 유용할까? 냉정하게 말해서 후자다.”라는 구절이었다. 이는 여신 등 기업금융에서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기업이 얼마나 미래에 수익을 올릴지는 불확실성을 가진 ‘전망’에 좌우되기 때문에 회계법인 등 전문가에 의존해야 하지만, 현재 기업이 얼마나 단기부채 상환부담이 있는지, 자본건전성이 취약한지는 재무제표만 봐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그래서 저자는 ‘낙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경기에서 이기려면 낙법만 가지고는 안되겠지만, 낙법을 모른다면 크게 다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이다. 낙법을 익히는 것처럼 재무제표를 읽음으로써 부실기업에 대한 투자를 회피하는 안전함을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에 깊이 공감했다.
3부는 수익을 내는 기업을 찾는 방법이었다. 이 부분의 핵심은 S-RIM 등으로 주식가치를 측정해서 가치보다 시세가 싼 주식에 투자하라는 것이었다. 저자는 일반적으로 활용되는 DCF(Disounted CashFlow, 현금할인법) 대신 RIM(Residual Income Model, 잔여이익모델)을 선호하며 그 중에서도 자신이 일부 변형한 S-RIM이라는 모델을 통해 주식가치를 평가한다고 설명하며 이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기업가치=자산가치+초과이익 현재가치=자기자본+(초과이익/할인율)]
그리고 이 계산식을 가지고 다양한 사례를 들어가며 설명을 하는데 주식투자를 실제로 하는 사람들에게는 유용한 도구가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실 대출 등 여신의 관점에서는 크게 연결이 되지는 않는 부분이었기도 했다. 현재 주주가치 및 주식가치가 투자자 관점에서는 중요한 항목이지만 채권자 입장에서는 참고사항 정도로 활용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3부는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다.
1, 2부에 비해 3부가 다소 계산식도 많고 까다로울 수 있겠으나 전반적으로 쉽게 읽어나갈 수 있는 교양도서라고 생각한다. 주식투자에 관심이 없더라도 재무제표 활용을 통해 부실기업을 걸러낼 수 있는 기초적 도구들을 다시 한 번 되새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