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제목에서 일단 훅이 강력하게 왔습니다. 요즘 트렌드에 맞는 단어이기도 하고, 집단보다는 개인을 더 우선시하는 사회 현상을 반영한 단어같기도 하여 이 책을 주저없이 선택하였습니다. 우리나라는 잠재성장률이 2% 이내로 고착화 되었으며, 미래소득을 당겨서 살아가는 사회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취업절벽이니, 구조조정이니 등등 하루가 불안한 일상속에서 이제는 각자도생이 사회 변화에 따른 합리적인 결과로 자리하였습니다. 본인만 살겠다는 이기적인 단어가 아닌, 자연스럽고 필연적인 선택이라는 말입니다. 가령 지금 청년들은 부모보다 가난한 최초의 세대로, 요즘 사회 문제로 대두되는 집을 살 엄두를 내지 못합니다. 제 한몸 꾸려나가기도 힘든데 타인과의 새로운 관계맺기를 꺼려하고 책임이 뒤따르는 결혼과 출산은 포기하고 있습니다. '귀찮은 가족'보다는 '외로운 혼자'가 낫고 부모에게는 '내 인생 스스로 알아서 살아갈테니, 은퇴 후의 삶은 알아서 챙겨두시라'고 말합니다. 젊은세대는 이러한데 중년세대는 어떠한지도 볼 필요가 있습니다. 부모봉양과 자식 뒷바라지, 거기에 형제자매의 짐까지 떠안게 된 지금은 그야말로 샌드위치 신세라는 말로도 부족합니다. 이대로라면 이번 생은 망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노년이라고 부양의 짐을 덜은것은 아닙니다. 캥거루족이었던 어린 자녀는 중년이 되어서도 노년 부모 곁을 떠나지 못하고 '기생 자녀'로 전환됩니다. 평생을 소위 빨대 꽂히는 희생적 삶에서 벗어나고픈 중년과 노년은 '에라 모르겠다, 나부터 좀 잘살고 보자'로 인식을 전환하게 됩니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각자도생'은 이제 당연한 생활방식이 되어갑니다. 청년부터 중년, 노년에 까지 모든 세대가 자신의 삶을 지키기 위해 처음부터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청년은 연애와 효도를, 중년은 희생을, 노년은 은퇴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남녀노소, 세대불문하고 모든 이들이 각자 잘 살아가는 것이야 말로 공동체를 지켜내는 이타성의 실현이라 믿고 있습니다. 그리고 불필요한 갈등을 피하기 위해 끊임없이 다양한 삶의 방식을 실험하며 대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개인의 삶부터 가족의 형태, 사회의 구조까지 모든 것이 변화하는 중이라 볼 수 있습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타인을 향한 어설픈 책임감 대신 자기 몫의 행복한 삶으로 공동체를 지켜내자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또한 개인의 삶이 '우리'라는 어설픈 책임과 굴레에 갇힌 한국사회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 그 현실적인 미래상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연애부터 결혼과 출산까지, 기성세대의 모든 틀을 깨부시는 청년부터, 양육 졸업을 선언하고 제2의 인생을 시작한 중년, 자녀에게 짐이 되는 건 사양하는 노년까지, 이 책을 통해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1인분 개인의 삶으로 새로운 사회를 그려가는 각자도생 세대를 만나 볼 수 있을 것이라 말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이 되어있습니다. 1부는 한사람의 위기가 전체의 위기가 되는 사회라는 제목으로, 저성장을 배경으로 가족 효용이 쇠퇴하며 살얼음판에 선 현대가족과 엄마다움, 아빠다움이라는 전통 역할의 붕괴를 다루고 있습니다. 한편 정상가족 범위에서 벗어난 가족을 불완전으로 암시했던 경직적이고 폭력적인 한국 사회에도 경종을 울리며 애초에 가족에는 정상도, 비정상도 없고 가족 해체는 시대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생존 본능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2부에서는 세대 불문, 무거운 책임에서 벗어나고 싶은 개인이라는 제목으로, 가족이라는 부담을 쉽게 내려놓을 수 없는 청년, 중년, 노년의 현실을 다루고 있습니다. 고령사회에 진입하여 열심히 살아도 자꾸만 가난해지는 처지에 놓인 한국인들의 상황을 바탕으로 각자가 스스로 살길을 도모할 수 밖에 없는 배경을 설명합니다. 3부는 각자도생의 1인분 책임사회 등장, 4부는 개인의 행복으로 공동체를 지키는 사람들 이라는 제목으로 언제든 쉽게 헤쳐모일 수 있는 쉐어하우스나 따로 살되 함께 모이는 근거 등의 확장적 가족구성은 물론, 소비 시장을 주도하는 중년 싱글, 새로운 자아찾기에 나선 팔십 청춘까지 각자의 몫으로 충만하게 살아내려는 현대인들의 여러 삶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우리사회가 이렇게 급속도로 변해가고 있는 상황에서 한 번쯤 읽어볼만한 책으로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