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저자인 칼 세이건은 인문학, 물리학, 천문학 및 천체물리학을 전공하고 세계 최대 우주 동호 단체인 행성협의회의 공동 설립자 겸 회장 등을 역임하고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자문 위원으로 무인우주 탐사 계획에 참여하고 과학의 대중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저자의 행성 탐사의 난제들을 해결한 공로와 핵전쟁의 영향에 대한 연구와 핵무기 감축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NASA 훈장을 수상했으며, 이 책은 지금까지 영어로 출판된 과학책 중 가장 많이 판매된 책이다.
사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로 과학 분야 도서를 읽은 것이 처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중고등학교 재학 당시에도 과학 도서를 읽은 것은 자발적인 선택보다는 과제를 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독서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과학은 문과인 나에게 이해하기 어려운 학문이라는 단순한 생각에 기를 쓰고 멀리했던 탓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선택하게 된 것은, 우선 과학 도서 1위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수많은 사람들의 인생책으로 꼽히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기 때문이다. 또한 코스모스가 단순히 과학적인 사실만을 이야기하는 책이 아니라, 우주적 관점에서 우리의 삶의 태도에 대해 사유하게 했다는 한 서평의 글귀가 인상깊었다.
저자는 이 책에서 현재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대는 인간이 과학기술을 이용하여 우주를 탐험하기 시작한 위대한 시대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 피타고라스나 에라토스테네스와 같이 지구 탐험의 시대를 열었던 기원전 인물들로부터 시작해 현대에 이르기까지 천체 탐구를 위한 시대적인 발전 과정을 쉽지만, 통찰력 있는 언어로 설명하고 있다. 역사시간에나 지루하게 배워왔던 내용을 과학 도서인 이 책의 도입부에서 이렇게 접하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을 못했는데 굳이 외우거나 공부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인간이 자신이 살고 있는 지구, 은하계를 넘어 우주를 탐구해나가는 일련의 과정을 영화를 보는 것과 같은 느낌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고등학교 재학 당시 지구과학 시간을 떠올리면 은하계 행성들의 특징과 태양으로부터 위치한 순서 등 단순한 내용들을 그저 머리속에 담고 외우는 것이 무척이나 지루하고 견디기 어려웠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저자가 언급하고 있는 은하계의 다양한 행성들에 다른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어서 의미 있었다. 저자는 화성에 대해서 많은 언급을 하고 있는데, 19세기 말 퍼시벌 로웰이 굴절망원경으로 화성을 관찰하고 운하를 발견함으로써 그 운하를 지적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으로 해석한 데에서 시작한다. 이러한 화성에 살고 있는 생명체에 대한 과거 사람들의 높은 관심은 결국 1976년 바이킹호의 실제 탐사로 사실이 아닌 것으로 결론이 났다고 한다. 한편, 저자는 목성은 내부에서 핵융합이 일어나기에는 질량이 부족해서 태양과 같은 항성이 될 수는 없다는 점을 설명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저자인 칼 세이건은 목성을 별이 되려다 실패한 비운의 천체라고 부른다. 만약 목성의 질량이 좀 더 커서 태양과 같은 항성이 될 수 있었다면 태양계는 쌍성계를 구성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라고 한다는 내용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이 책의 전체 내용을 통틀어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생물학은 물리학보다 역사학에 더 가깝다는 점을 언급하며, 생물학과 역사학이 우리에게 주는 공통점으로 타자를 이해함으로써 자신을 더 잘 이해하게 된다는 것을 꼽는다. 이러한 점에서 외계 생명에 관한 단 하나의 예만 연구할 수 있게 된다고 하더라도 우리의 생물학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확장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아주 오랜 옛날부터 지금까지 외계 생물에 대한 탐구가 지속되어 왔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에 부딪혀 이렇다할 결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외계 생명은 우리가 추구할 궁극의 목표이며, 그것이 우리 자신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해줄 것이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밝히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구 너머의 웅장한 우주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며, 그 시작점으로 이 책을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은 큰 행운이었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