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의 시대>는 <혁명의 시대>, <자본의 시대>, <제국의 시대>, 소위 시대 3부작으로 프랑스 혁명이 일어난 1789년부터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1914년까지의 세계 역사를 다룬 것으로 잘 알려진 영국의 마르크스주의 역사가 에릭 홉스봄의 저작이다. 저자의 전작인 시대 3부작이 19세기의 역사를 프랑스 혁명에서 비롯된 시민 혁명에서 산업 혁명, 제국주의의 확산으로 구분하여 서술한 것과 마찬가지로, <극단의 시대>는 전쟁과 파시즘, 전체주의의 부상과 몰락, 새로운 혁명과 과학기술의 급격한 발전을 거쳐 그 이전 어느 시대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가쁘고 예측하지 못하게 흘러갔던 20세기를 소위 "단기 20세기"로 분류하여, 각각의 시기를 파국의 시기와 황금의 시기, 그 이후로 나누어 해설하고 있다.
<극단의 시대>가 지나간 19세기를 다루고 있는 저자의 전작, 그리고 다른 역사가들이 저술한 대표작들과 차별화되는 점은, 저자나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직접 겪고 느끼며 각자 다르게 수용하고 있는 시기를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1917년 출생하여 2012년 사망한 에릭 홉스봄의 일생은 본인이 직접 언급하듯 작중서술의 대상이 되는 단기 20세기와 정확하게 일치하고 있으며, 심지어 20세기말에 출생한 사람들조차 그들 자신의 일생이 작중 단기 20세기의 마지막 사건인 소비에트 연방의 붕괴와 일부 겹치거나, 또는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이 출간된 시기가 1994년이라는 사실이라는 점은 특기할만 하다. 홉스봄 자신의 말을 빌자면, 자신의 일생과 겹치는 시기에 대해서 서술하는 것은 고대 로마나 비잔티움 제국의 역사에 대해 논하는 것과는 명확히 다를수 밖에 없으며, 자신의 경험과 삶을 준거로 해석할 수밖에 없어서 동시대에 대해 논한다는 것은 몹시 조심스럽다고 할수 있다. 즉, 이 책은 다분히 지독하게 불균등한 지적 토대를 배경으로 쓰여질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홉스봄은 자신의 주관적인 판단과 역사적 사실(때로는 논쟁이 될만한 부분까지 포함해서)을 구분하여 서술하며, 독자들이 단기 20세기에 대해 다루는 이 책에 대해 비판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점을 환기시킨다. 잘 알려진 것과 같이 유대인 탄압과 파시즘의 발흥을 직접 체험하며 성장한 그는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골수 마르크스주의자 또는 공산주의자로서 남았는데, 본작에서 보이는 소련에 대한 다소 우호적인 태도(비록 파시즘에 대한 연합군의 관점에서 서술된 것이지만)와 사회변혁에 대한 관점은 다소 논쟁거리로 남을 여지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이 공언하듯이 20세기의 주요 사건과 그 해석에 대해 다소 객관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각 장의 말미에 그 장의 주제가 된 주요 사건들의 핵심을 관통하는 자신의 통찰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극단의 시대>는 지난 천년기의 마지막 한 세기에 대해 엿볼 수 있는 가장 인상적인 책이라고 생각된다. 또한, 동 시대를 다루는 다른 역사학자들이 주로 그들의 사상적, 생활적 배경은 영미권의 역사를 통해 해석하려고 한 것에 반해, 홉스봄은 과거 시대 3부작에서와 마찬가지로, 본작에서도 다소 영미권과 유럽의 역사에 치중되는 감은 있으나(물론 대부분의 사상적, 경제적 사건이 이 권역에서 이뤄졌기 때문이지만) 최대한 얻을 수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한국, 일본, 동남아, 아프리카 등 제 3세계에 대한 연구를 통해서도 자신의 통찰을 도출한다는 점에서 인상적이다.
<극단의 시대> 상권은 1차 대전의 시작으로부터 2차 대전이 끝날 때까지의 "파국의 시대"와, 전후 경제 부흥과 냉전의 초기 시점까지 해당되는 "황금 시대"를 다루고 있다. 소위 "파국의 시대"는 19세기 한세기간 전 세계가 겪었던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응축물이 1차 대전이라는 결과물로 폭발하면서 시작되었으며, 이 시기에 유럽으로 대표되는 구 세계는 그들이 발전시켜온 자유주의의 몰락과 새로운 전제정치 형태인 파시즘의 등장으로 쇠락의 길을 걷게 된다. 구 세계가 그들의 부의 원천으로 삼았던 식민지는 세계대전을 계기로 독립 또는 재종속의 과정을 거쳤으며, 또 다른 새롭게 나타난 이데올로기인 소련의 현실 사회주의가 대 파시즘 전쟁을 통해 세계를 양분하는 한 축으로 자리잡게 되게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정치적 격변과 1930년대의 대공황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갈등은 2차 대전의 종료와 함께 일단락 되었으며, 한국전쟁 등 국지전과 이후 이어질 냉전에도 불구하고 세계는 약 10여년의 호황기를 가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