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적으로 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로서 6년 일한 백그라운드가 있는 나에게, 평생을 펀드메니저로 살아온 분이 말해주는 일상적인 투자에 대한 이야기가 매우 흥미롭게 다가온 책이었다.
사실 내가 오래전부터 생각해오면서 아주 적극적이지는 않지만 적당히 실행해온 투자법을 매우 강하게 말하는 내용이었고, 이 부분이 나를 놀라게 했다. 사실 어느 정도는 내 자신이 잘 해오고 있었다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30대 중반부터 연봉이 어느정도 수준으로 올라오고 세테크를 해야할 필요성을 느끼면서 나는 바로 증권사 창구에 가서 연금펀드를 가입했었다. 연 400만원 연금저축 불입액에 대하여 지방세 포함 13.2%의 세금을 공제받기 때문에 약7년정도 세액공제 한도만큼 채워서 불입한 상태다. 현재까지 총 납입금액은 2,800만원, 평가금액은 3,700만원 수준이다. 수익률이 30%인데 세액공제 13.2%까지 고려한다면 40% 이상의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내가 이렇게 다른사람들이 원금보장이 되는 연금저축보험, 연금저축신탁을 가입할때 연금저축펀드를 선택한 것은, 저자인 존리가 말하는 이유와 완벽히 일치한다. 55세까지 불입금액이 묶이기 때문에 대출이 일정부분 되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그 기회비용이 상당히 크다. 돈이란 시간이 흐름에 따라 가치가 하락하는 것이 당연하고, 그 돈으로 다른 투자를 했을때 얻을 수 있는 수익률을 고려할 때 원금이 보장되면서 시중금리도 되지 않는 수익률을 주는 연금저축보험, 연금저축신탁을 선택한다는 것은 매우 합리적이지 못하다.
내가 금융권에 종사하기 때문에 평균적인 사람들보다 조금 더 지식이 있고 혜안이 있었던 것일까. 저자인 존리와 같은 생각을 기저에 가지고 연금저축펀드에 꾸준이 투자한 것에 대한 상당한 자부심을 느낄수 있었다.
저자 존리가 책에서 말하는 핵심인, 좋은 기업의 주식을 사는 것은 그 회사의 주주로서의 지위를 가지는 것이며 소액이든 거액이든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는 장점이 있고, 장기적으로는 우상향 할 것이기 때문에 계속적으로 소득의 일정부분을 가지고 투자하면 나중에 경제적 자유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핵심이 되는 주장, 내용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75% 정도 동의한다. 저자가 예를 들고 있는 미국의 상황을 봤을때 수십년 이상의 장기적으로 계속 주식시장이 우상향 하며 시가총액이 불어났다. 우리나라의 좋은 기업들도 계속적으로 성장해 왔고 앞으로도 계속 성장할 것이라는 예측에 대하여 75% 수준으로 동의한다는 것이다. 25% 정도를 남겨놓은 것은 미래에 대한 어느 정도의 불안감 때문이다. 단순히 얘기하자면 우리나라가 아르헨티나의 전철을 밟을 일말의 불안감이다. 그런 최악의 방향으로 간다면 미국식 장기 우상향 성장과는 반대의 시나리오로 진행될 것이다.
또한 금융권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2009년의 리먼사태로 일컬어지는 세계금융위기를 경험했던 점이 저자의 확신에 약간의 불안감이 생긴다. 언제나 항상 잘되는 것은 없고 부침이 필히 있을 것이며 미래는 누구도 모르는 것이다. 중장기 적으로 좋은 기업에 투자하면 많은 부를 가져다 줄 것이라는 점에 동의는 하지만 모든 것은 확률적인 것이다. 금번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도 작년에는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다. 이런 돌발적인 일이 미래 세계경제, 국내경제, 그리고 기업들에게 악영향을 줄 가능성은 항상 존재한다.
그리고 또 한가지, 좋은 기업의 주식을 사서 투자한다고 했을 때, 전제가 되는 좋은 기업을 고르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표현되어 있는데 이것이 당연한 가정이 되기는 힘들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현재의 삼성, LG와 같은 한국의 간판기업은 수십년동안 엄청나게 성장해왔고 이 기업들에 계속적은 투자를 했다면 당연히 엄청난 부를 일구었을 것이다. 하지만 30년전 삼성과 대우는 비슷한 인지도와 규모를 가지고 있었던 한국의 간판 기업이었다. 그때 삼성이 아니라 대우를 골랐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부를 이루기는 커녕 투자금을 모두 잃고 경제적 자유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을 수도 있다.
이처럼 저자의 주장에 약간씩의 논리적 결함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에 25%를 남겨놓은 것이다.
하지만 큰 틀에서 저자의 주장에 동의하고, 첫 문장에서 썼듯이 흥미로웠으며 앞으로의 투자에 있어서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