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도서 (한국사회에서 정의란 무엇인가) 를 읽고 인상적으로 공감한 부분을 요약 정리하고자 합니다.
o 우리 헌법에 담긴 기회균등의 원리 中 병목사회, 능력주의, 신-신분사회
-병목사회와 기회균등 원리 -
병목사회(bottleneck society)는 우리 인생의 중요한 고비마다 병목을 설치하여 치열한 경쟁을 유발하고 그 병목의 통과 여부로 나아가 병목을 통과할 때의 성적으로 사람들을 줄 세워서 인생의 전망을 결정짓는 사회를 가리킨다. 병목 사회에서는 여러곳에서 온 사람들이 병목지점을 통과해야만 기회의 땅으로 건너가서 자신의 능력을 발전시켜 희망하는 곳으로 자유롭게 갈 수 있다.
그렇지만 이 병목 지점을 통과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서 병목지점을 통과 하는데 필요한 자격을 갖추기 위해 엄청난 시간과 에너지를 투입해야 한다. 게다가 이 병목 지점을 통과 할 수 있는 사람의 수는 상당히 제한 되어 있어서, 다른 사람들 보다 우수한 성적을 획득해야만 한다. 이때 병목이란 사회에서 높이 평가하고 유리한 조건이 되는 목표지점에 도달 하려면 반드시 통과해 하는 좁은 통로지점을 말한다.
미국의 법학자 조지프 피시킨은 병목사회라는 저서에서 이런사회의 특성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병목사회에서 기회균등의 원리는 어떠해야 하는지를 다루고 있다. 한국 사회도 병목사회의 특징을 보인다고 여겨지므로, 피시킨의 견해를 활용하여 한국사회에서 기회균등의 원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해보자.
협소한 능력주의 원칙과 절차적 공정성의 관점에서만 기회균등의 원리를 파악하는 견해를 반성없이 적용하면 병목사회에서 신-신분사회로 귀결될 위험이 있다. 그 이유는 병목을 통과하는 데 적합하고 유리한 특정 능력만을 높이 평가하고, 이를 토대로 한 특정 유형의 성과만을 사회에서 유일하게 앞세우는 데에서 찾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병목지점을 통과할 수 있는 능력과 성과만이 사회에서 유리한 위치와 이점을 차지할 수 있는 자격 기준으로 갖주된다. 오로지 사회를 출생시점부터 단일한 목표지점을 향한 대규모의 경쟁체계로만 바라보는 관점에서는 단일한 인생경로와 단일한 업적평가 기준에 의한 채점이 기회균등의 틀을 형성하게 된다. 그러면 성과(업적과 성적)의 규정과 공정한 측정 문제, 공정한 경쟁의 출발점 문제, '평평한 경기장'의 문제만이 기회균등 원리의 핵심과제가 된다. '단일한 업적에 대한 피라미드' 형태의 위계질서를 중심으로 세워진 능력주의의 틀 안에서 기회균등 원리가 작동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른바 '개천에서 나온 용'은 이런 관점으로 기회균등 원리를 파악하는 데에서 비롯된 전형적인 표현이다.
저소득과 불우한 환경에서도 불리함과 역경을 이겨내고 보기 드문 성취를 이뤄낸 소수의 예외적인 개인들, 곧 '개천에서 나온 용들' 만이 기회균등의 이상이 원래 염두에 두었던 사람들은 아닐 것이다. 예외적인 존재가 되지못한 대다수 사람들, 기회를 얻었지만 바라는 만큼 능력을 계발하지 못하여 뛰어난 성과를 내지 못한 많은 사람들에게도 더 넓은 삶의 경로와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기회균등 원리와 전혀 상관없는 목표일까?
- 20대 80대의 능력 세습사회 -
최근 미국의 경제학 교수 되프케와 지리보티는 공저 Love, Money, and Parenting 에서 자녀 양육방식과 경제적 불평등 간의 흥미로운 상관관계를 탐구하였다. 학업성적을 중시하는 태도와 사회적 불평등의 상관관계를 실증적으로 보여주면서, 빈부격차가 적고 소득이 조세
정책을 통해 충실히 재분배되며 사회복지 안전망이 잘 갖춰진 나라의 부모들은 학업성적과 성적 경쟁을 덜 중시한다는 결론을 내린다.
경제적 불평등 정도가 낮으므로 학업성적이 아이들의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고 아이들도 학업성적과 무관하게 비슷한 생활수준을 누릴 것이기 때문에, 부모들은 아이들이 관심과 적성에 맞는 직업을 찾아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창의적인 탐구활동을 권장하는 허용적인 자녀양육방식이 확산된다는 것이다.
병목현상이 심한 사회에서는 절차적 공정성을 구현하고 능력과 노력에 따른 기회균등의 원리를 실현해도 기회균등의 본래취지와는 다른 결과로 이어지기 쉽상이다. 본래 기회균등의 이상에는 모든 개인이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누려야하고 젊은 시절의 미흡함이나 오류로 인해 성취에 실패한 사람들에게도 계속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담겨 있다.
그러나 병목들의 존재와 영향력은 이런 균등의 이상을 배반하고 만다는 것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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