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케팔러의 100 인생 그림책(DEAR 그림책)은, 사람이 태어나서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그림으로 표현하였다. 일러스트만으로 구성된 책이라 쉽게 넘겨 읽으면 다 읽는데 30분도 채 걸리지 않겠지만, 한 장 한 장에 담긴 의미와 나이별로 발생하는 주요 이벤트에 대해 회상하고 앞으로 발생할 일을 미리 바라보고 있노라면 쉽사리 다음장으로 책장을 넘길 수 없어 어찌보면 평생을 곁에 두고 읽어야 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책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에 잠기게 되었는데, 저자가 외국인임에도 불구하고 지구 어느 곳에 태어나더라도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 삶을 이어가는데는 다 비슷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또한, 그러한 순간들이 반복이 되면서 개인의 삶들이 모여 사회를 이루고, 그 사회가 꾸준히 이어져 인류를 이룬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저마다 사람은 부모없이 태어날 수 없으며 그 부모의 돌봄 아래에서 올바른 사람으로 성장하고 사회의 구성원이 된다. 그렇게 사회의 구성원이 된 사람은 저마다의 위치와 지위에서 주어진 역할을 수행해나가면서 사랑하는 배우자를 만나게 되고, 배우자와 결혼하여 다음 사회를 이어나갈 자녀를 두게 된다. 자녀 역시 자신이 부모님에게 받았던 돌봄과 사랑을 주면서 키우게 되고, 이후 노후에는 남은 여생을 보내다가 죽음에 이르게 된다. 이러한 무한 반복 사이클이 인류를 구성하고, 과거에 사람들이 남긴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여 새로운 것으로 발전시켜가면서 인류의 문명이 발전하게 된다.
어찌보면 모든 개인들은 굉장히 큰 톱니바퀴가 굴러가는데 있어 티끌만한 사회 구성원이라고 할 수 있지만, 미시적인 관점에서 보면 100살까지 삶을 영위한다는 가정에서 이 책은 자신의 인생에 있어서 꼭 겪어야 할 일들 중에 놓친 것이 없는지, 혹은 겪어왔던 일들 중에 희노애락에 잠길만한 일은 없는 지 회상할 수 있게 해준다. 사람이 삶을 영위해가면서 모든 순간 순간이 미래를 바꾸는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는데,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면서 내가 만약 그 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지금 나의 모습은 어떻게 바뀌어 있을지 고민해보게 해주는 상상의 즐거움을 안겨주었다. 가령, 어린 시절에 학업에 열중하지 않고 다른 길을 선택했더라면, 오늘날의 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라던지 지금 다니는 직장이 아닌 다른 곳을 선택했더라면, 오늘날의 나는 현재 살고 있는 집이나 배우자를 선택할 수 있었을까 와 같은 상상 말이다. 물론 이러한 상상은 책에서 보여주는 나이별 주요 이벤트와는 무관하지만, 책에 있는 그림들을 한 장 한 장 보고 있으면 자연스레 그런 생각에 잠기게 된다. 내 나이보다 먼 훗날에 일어날 나이의 그림들을 보면서도 저 때 내가 건강히 살아있을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과, 그림 속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 내가 현재 시점에서 선택해야 할 일들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만든다. 과거의 선택들이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듯이, 지금의 선택들이 모여 미래의 나를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생각을 곰곰이 하다 보니, 명확하지는 않지만 어느정도 정답에 근접한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건강을 위해서 꾸준히 운동하고, 현재 취할 수 있는 가장 올바른 선택을 하기 위해 분야를 가리지 않고 꾸준히 학습하여 내가 내리는 선택에 시간이 지난 뒤 후회가 없도록 하는 것이다. 매 순간에 최선을 다했다면 설령 시간이 지나고나서 과거를 돌이켜봤을 때 그 선택이 잘못된 것이더라도, 적어도 후회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책을 주문할 때에는 인생 그림책이라고 하여 크게 기대하지 않고 가벼운 마음으로 주문했었는데, 막상 책을 오픈하고 몇 번이나 곱씹어 그림을 보고, 생각에 잠기는 내 모습을 보니 그 진가를 알 수 있었다. 책에서 이렇다할 글귀나 메시지 없이 일러스트로만 사람의 마음을 울리고 많은 고민을 하게 만드는 것이, 다른 책들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이 책만이 지닌 매력이라고 할 수 있었다. 저자의 다른 작품을 좀 더 찾아보고 읽어볼 예정이며, 바쁜 일상에 치여 사람으로 태어나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돌이켜보는 시간을 많이 고민해 보도록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