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 유전자, The Selfish Gene>는 동물행동학자, 진화생물학자이자 저술가인 리처드 도킨스가 1976년 쓴 책이다.
'인간이든 동물이든 모든 생명체는 유전자를 전달하기 위한 생존 기계에 불과하다'라고 하는 아주 충격적인 관점으로 인해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되었고, 동시에 그 유명세로 인해 40여 년간 베스트셀러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한편 이 책에 실린 그의 주장에는 다소 과장적이고 모호한 측면이 있다는 문제점을 지적하는 전문가들도 많은 것 같다. 하지만 생물학을 전공하지 않은 일반인들에게 과학의 대중적 이해에 기여한 바는 지대한 것으로도 평가받고 있다.
이 책을 읽은 어떤 사람은 인간이 DNA라는 화학물질이 이어가는 진화의 역사 속 한 부분이라는 내용 때문에 '세상 말세다'하고 한탄하였다. 반면 오늘날 동물행동학 분야 대가이신 과학자 최재천 박사는 이 책을 읽고 세상을 보는 눈이 눈이 달라졌으며 그의 학문의 가장 중심에 있는 책이라고 소개한다. 역시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이 책은 크게 세 가지 테마로 정리할 수 있다.
"사람을 비롯한 모든 동물은 유전자가 만들어 낸 (생존) 기계다"
"이 주장을 받아들이면 동물의 여러 행동을 설명할 수 있다."
"인간은 유전자가 아닌 문화적 자기 복제자를 만들고 있다."
어떻게 유전자가 탄생하였고 생존 기계가 필요하였는지 좀 더 상세하게 들어가 보자.
<이기적인 유전자> 책에 따르면 인간은 유전자를 보관하고, 운반하고, 전송하는 생존 기계일 뿐이다.
즉, 우리는 유전자로 알려진 이기적인 분자를 보존하기 위해 맹목적으로 프로그램된 로봇 운전자다. 사람을 비롯한 모든 동물이 유전자가 만들어 낸 기계라는 것이다.
(자기 복제자)
"태초에는 단순함만이 존재했다."
즉, 물, 암모니아, 메탄, 이산화탄소 등 단순 화합물만 존재했다. 30~40억 년 전에 해양은 '원시 수프'가 만들어져 있었고 거대 유기물 분자는 그 수프 속을 표류했다. 어느 시점에 특히 주목할 만한 분자가 우연히 생겨났다. 그러던 어느 날 화학적 반응으로 인해 이전보다 복잡한 분자가 등장하였다. 바로 이것이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 즉, 생명체의 구성요소가 되었다. 비슷한 과정을 통해 형성된 분자들 중 하나가 우연히 자기 복제를 시작하였다. 우연히 생긴 이들은 스스로의 복제물을 만든다는 놀라운 특성을 지녔다. 소위 자기 복제자였다.
그러나 분자가 우연히 자기복제를 한다는 것은 일상에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그러나 그 일상이 수억 년에 걸쳐 있다면 가능성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근거로 축구 경기를 예로 들었다. 넘어설 수 없는 축구팀과 내기 경기를 한다면 이길 확률은 거의 없지만 만약 1억 년 동안 매주 내기 경기를 한다면 분명히 여러 차례 경기에서 이길 확률은 있다는 이야기다. 소위 불가능은 없다는 것이다.
(복제의 오류)
계속해서 스스로를 복제하던 중 오류가 발생하고 그 오류로 자신과 완전 똑같다고 볼 수 없는 다른 분자가 생겨났다. 이에 더하여 오랜 기간 오류가 거듭되면서 보다 진화한 자기 복제자가 태어났다.
"생물학적 자기 복제자의 복제 오류는 진정한 의미의 개량으로 이어지며, 몇몇 오류의 발생은 생명 진화가 진행되는 데 필수적이었다."
이것이 본질적으로 생물학자가 말하는 생물의 진화이며, 그 메커니즘도 바로 자연선택이다.
이 복제자 들은 사고, 인지 능력은 없었으나 생존본능이 있었다. 살아남기 위해 서로 경쟁하고 다른 분자들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이때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냈다.
"어떤 자기 복제자는 화학적으로 자신을 보호하거나 둘레에 단백질 벽을 만들어 스스로 방어하는 방법을 찾아냈을 것이다. 아마도 이렇게 하여 최초의 살아 있는 세포가 나타나게 되었을 것이다. 자기 복제자는 단순히 존재하는 것만이 아니라 계속 존재하기 위해 자신을 담을 그릇, 즉 운반자까지 만들기 시작했던 것이다. 살아남은 자기 복제자는 자기가 들어앉을 수 있는 생존 기계를 스스로 축조한 것이다."
"오늘날 자기 복제자는 덜거덕거리는 거대한 로봇 속에서 바깥세상과 차단된 채 안전하게 집단으로 떼 지어 살면서, 복잡한 간접 경로로 바깥세상과 의사소통하고 원격 조정기로 바깥세상을 조종한다. 그들은 당신 안에도 내 안에도 있다. 그들은 우리의 몸과 마음을 창조했다."
"원숭이는 나무 위에서 유전자를 유지하는 기계이고, 물고기는 물속에서 유전자를 유지하는 기계다."
※ DNA(Deoxyribo Nucleic Acid)는 유전자의 본체를 이루는 화학 물질을 말하며, 유전자는 그 기능적 단위를 말한다. 세포 내에는 핵이 있고 핵 내에는 염색체가 있다. 염색체 안에 유전자가 있고 DNA가 있다. DNA 안에는 염기서열[유전자의 서로 다른 정보를 주는 코드 같은 것, 유전자를 구성하는 염기의 배열, 아데닌(A), 구아닌(G), 시토신(C), 티민(T)의 순서로 이루어짐]로 이루어져 있다
(유전자의 생존전략(ESS, Evolutionanrily Stable Strategy, 진화적으로 안정한 전략)
전략이란 미리 프로그램된 행동 방침이다. 많은 사건들에 대처하기 위해 유전자가 내놓은 최선의 대책이 ESS다.
"상대를 공격하라. 그가 도망치면 쫓아가고, 그가 보복해 오면 도망쳐라"
"상대가 더 크면 도망가라. 상대가 작으면 공격하라."
마치 병법 <삼심육계》에서 급박하게 돌아가는 전쟁터에서의 임기응변 계책을 미리 정해 놓은 것과 같다.
(근연도)
두 사람의 혈연자가 한 개의 유전자를 공유할 확률을 말한다. 부모와 자식 간의 근연도는 언제나 반드시 1/2이다.
내 유전자를 가질 확률은 내 자식은 1/2, 조카는 1/4, 8촌간은 근연도가 1/128이다. "8촌 간은 이타적 유전자의 관점에서 보면 지나가는 행인과 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타적 행동 여부는 이익(+)과 위험(-) 요소에 적당한 근연도를 곱하여 그 점수가 높은 쪽으로 행동한다는 논리다.
(이기적 유전자 관점에서의 어미의 이타적 행동)
무조건적인 사랑의 대명사인 어머니의 사랑 또한 숭고한 모성애가 아니라
<이기적인 유전자>에 의해 단지 그렇게 프로그래밍 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부모의 자식 돌보기는 유전자 선택의 결과다. 자신의 유전자를 보다 많이 보존하고 전송하기 위한 것이다.
(뻐꾸기의 공갈 협박)
다른 새의 둥지에 탁란된 뻐꾸기는 먹이를 많이 먹기 위해 포식자를 유인할 정도로 큰 소리를 지른다. "포식자야, 포식자야, 이리 와서 나의 의붓형제를 잡아먹으렴"하고.., 양부모는 뻐꾸기에게 먹이를 주는데 그렇게 하는 쪽이 실제로 포식자의 공격을 덜 받아 많은 수의 새끼를 양육할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한 실험 결과 제비 새끼를 까치집에 넣어 봤는데 제비 새끼 또한 까치 알을 둥지에서 밀어내었다고 한다.
(유전자의 이기적 전략 '협력'),
'내 등을 긁어줘, 나는 네 등 위에 올라갈 테니'
성공한 유전자가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건은 '비정한 이기주의'로 보고 있다.
"개체 수준에 한정된 이타 주의를 보임으로써 자신의 이기적 목표를 가장 잘 달성하는 특별한 유전자들도 있다. 한정된 이타 주의, 특별한 유전자에서 '한정된'과 '특별한' 이 문장에서 이 용어는 아주 중요하다."
(<이기적 유전자>의 단 한 가지 목표는 생존!)
협력도 유전자의 이기적 전략이다!
(새가 경계음을 내는 이유는?)
탁 트인 공간에서 나무 위를 날아오를 때 자신도 공격받기 쉽기 때문에 그의 최선책은 나무 위로 날아오르되 다른 동료들도 함께 날아오르도록 부추기는 것이다.
(가젤의 높이뛰기 이유?)
톰슨가젤의 높이뛰기 행동은 명백히 이타적 자살행위가 될 수 있지만 이기적 유전자적 관점에서는 다르다.
"자! 나는 이처럼 높이 뛴다. 이렇게 활기차고 건강한 나를 잡는 것이 네게는 무리다. 나만큼 높이 뛸 수 없는 다른 영양을 쫓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로 표현될 수 있다고 한다.
(사회성 곤충의 협동과 이타 주의는 왜?)
외부 침입자를 막기 위해 침을 쏜 후 죽는 일벌은 벌침 공격을 하고 나면 쏜 침과 함께 내장이 빠져나와 거의 대부분 죽게 된다. 이런 일벌의 희생도 이기적인 것이다. 일개미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목숨을 버리면서도 달려드는 것은 나와 같은 종, 나와 같은 유전자를 지키기 위한 것으로 설명한다. 이기적 유전자가 만들어 낸 이타적 행동인 것이다.
(밈, Meme) ㅡ 새로운 복제자
"우리가 속하는 인간이라는 종을 특수한 존재로 볼 만한 타당한 근거가 있을까? 그 대답은 '예'일 것이다. 인간의 특이성은 대개 '문화'라고 하는 한 단어로 요약된다."
이기적 유전자 이론으로는 100% 이해할 수 없는 인간을 문화 전달 또는 모방의 단위 밈(Meme), 새로운 자기 복제자의 등장으로 설명하고 있다.
"밈의 예에는 곡조, 사상, 표어, 의복의 유행, 단지 만드는 법, 아치 건조법 등이 있으며, 정자나 난자를 운반자로 하여 이 뇌에서 저 뇌로 퍼져 가면서 그 수가 늘어난다"
"우리는 유전자의 기계로 만들어졌고 밈의 기계로서 자라났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우리의 창조자에게 대항할 힘이 있다. 이 지구에서는 우리 인간만이 유일하게 이기적인 자기 복제자의 폭정에 반역할 수 있다."
(결 론)
모든 인간이 '이기적 유전자'가 조종하는 꼭두각시에 불과하다는 전제로 인해 충격과 비판을 받기도 하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은이가 초판 서문에서 이야기 한 것처럼 그냥 가볍게 읽어 볼 만하다.
"이 책은 마치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공상 과학 소설처럼 읽어야 한다. 그러나 이 책은 공상 과학 소설이 아니라 과학서다. 진부한 표현인지 몰라도, '소설보다 더 기이하다'는 표현이 내가 이 책에 대해 느끼는 바를 정확하게 드러내 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