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준 교수의 책은 늘 신선하다. 평소 그저 그렇게 보이던 건물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게 하고, 공간에 대해서도 설계된 이유에 대해 나름의 근거를 들어 저변에 깔린 배경에 대해 명쾌하게 설명을 한다. 건축가이지만 그저 단순히 설계 도면을 그리는 기술자가 아니라 역사와 철학 문화를 아우르는 인문학적 소양을 겸비한 현대의 레오나르도다빈치가 아닐까 생각을 해본다. 그의 다른 저서 '공간' 시리즈를 수집 중이라 최근 발간된 본 서적을 독서통신을 통해 신청을 했다. 특히, 내가 개인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가 바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변화된 사회의 모습으로, 2020년초 본격적인 전염이 개시된 이래 전 인류는 공통의 사회 변화를 겪고 있다. 나는 그 끝에 어떠한 모습의 미래가 기다리고 있는지 매우 궁금한 사람으로, 서점에 가면 코로나 관련 사회학 서적들이 있으나, 대부분이 오피니언 리더들을 초대하여 대담 형식으로 자신이 그리는 모습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 받은 것 뿐인데, 아직 이렇다할 제대로 된 분석 서적이 없는 듯 하다. 그런 의미에서 전 저서에서 그가 보여준 참신함에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변화에 대한 그의 통찰력을 감상해보는 것이 본 서적을 읽게 된 목표였다.
코로나는 전염성이 강한 전염병으로, 대면 접촉 자체를 불가능하게 하여 개개인의 거리를 증가시키는 역할을 하였다. 과거에는 단체적 활동이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면, 코로나 시대에는 근무형태 또한 재택근무가 일반화 되었고, 교육도 좁은 교실에서 대규모의 학생이 일방적인 주입식 교육을 받던 것에서, 줌을 활용한 화상강의가 일반화 되었다. 따라서 집에 대한 중요성이 증가하는 한편, 좁은 공간에서 좀 더 집중적인 활용이 이뤄져 개인으로 하여금 답답함을 느낄 수 있게 하였다. 따라서 이러한 답답함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해소하여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집의 구조를 좀 더 단촐하게 할 필요가 있다. 공간이 넓직할 때에는 기능에 따라 각각 별도의 가구와 가전이 필요했으나, 제한된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한편 공간감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복합기능을 가진 가구 배치 등이 필요하다. 또한 외부 활동이 단절된 만큼 현대 도시인들이 자연을 접할 기회가 줄어듦에 따라, 정원의 필요성이 증가되었으며, 이에 개인용 발코니 설치 등을 적극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하였다.
어쨌든 이 모든 것들의 핵심은 개인화의 강화로, 과거 집단을 상대로 강요되었던 여러가지 규율과 제약 등이 공간적 통제가 불가능해지며 그 권위를 잃었고, 이는 교사나 종교지도자 등 대중을 상대로 우위에 있던 소수로부터의 권력 이양을 촉진시키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개인은 과거보다 더욱 자기 중심적 사고를 펼칠 것이며, 기능에 충실한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다. 따라서 모든 개개인은 하나하나의 요소로서 더욱 분화될 것이다. 다만 사람 사이의 관계는 비대면 접촉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적당히 제한된 형태의 만남이 허용되는 장치가 필요할 것이다.
최근 유현준 교수가 유튜브 강의에서 한 이야기가 있다.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공간 소유에 있어서도 반영된다는 것으로, 그에 따르면 인터넷 공간에서 보내는 시간과 부는 반비례 한다는 주장이었는데 그 근거가 매우 흥미롭다. 사람들이 온라인 공간에서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현실세계에서 본인에게 허락된 개인적 공간의 크기가 작기 때문일 것이다. 일종의 현실도피성 현상으로, 실제로 부유한 가정은 아이들로 하여금 여러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체험을 중시하는 한편, 그렇지 못한 가정은 TV나 영화 방송 등의 간접 체험을 중시한다. 따라서 코로나는 이러한 공간 소유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극대화할 것으로 보이며, 특히, 전염에 대한 우려가 증대되어 이러한 현상은 더욱 극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유현준 교수는 매 이슈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대안을 제시한다. 일부는 일리가 있지만 또 일부는 현실성이 박약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러한 상상력이야 말로 창조를 위한 밑바탕으로 나는 그런 그의 시도에 응원을 보낸다. 아무리 황당한 아이디어라도, 끊임 없이 생각을 발전시켜 보는 것, 그것은 커다란 변화의 시작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