킥 슬럼버의 꿈에는 발 디딜 곳 없는 위태로운 자유가 아니라, 모두가 갈망하는 안전한 자유가 있다. 수심이 깊어질수록 비로소 집으로 돌아가는 기분이 든다. (11p.)
이제 해수면은 세상의 천장이 되고, 하얀 뱃가죽 아래, 하늘보다 깊은 나의 세상이 펼쳐진다. (12p.)
다리 한쪽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 두 다리를 아예 쓰지 않아도 더 큰 세상을 보는 범고래가 되고 싶었어요. 바다에 빠지면 죽는 줄 알았는데, 그 아래에 더 큰 세상이 있더라고요. 지금은 참 다행이다 싶어요. 만약 내가 해안을 달릴 수 있는 사람이었다면, 굳이 바다에 뛰어들려고 하지도 않았을 거예요. (72p).
범고래의 꿈을 만든 킥 슬럼버. 고래는 해안을 떠나 깊은 수면을 향해 헤엄한다. 우리는 줄곧 해안가에서, 치열하게 우리의 자리를 찾으려 노력하고 없다면 애써 두 발이 간신히 서있을 정도의 공간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범고래는 그런 해안을 뒤로한 채 망망대해를 향해 나아간다. 비로소 범고래는 깊은 바다가, 수심이 깊어 시야가 흐릿해지는 도중에도 편안함을 느낀다. 동시에 범고래는 알고 있다. 자신은 언제든 해안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해안은 늘 그자리에서 범고래를 기다려줄 것이라고.
저걸 봐, '월요병 치료제 '라는 게 있어. 새로 나온 자양강장제인가 봐." (41p.)
<달러구트 꿈 백화점>이 시즌1에 이어 2까지 사랑 받을 수 있었던 까닭. 터무니 없는 공상소설 같지만 그 속엔 우리 현실이 묻어있다. 이미예 작가는 누구나 꿈꾸는 월요병 퇴치 약을 현실로 만들어 준다. 이른바 '월요병 치료제' 먹어도 효과가 미미하다는 반응에 또 한번 웃음을 터트리게 된다. 현실이나 소설 속이나 월요병은 쉬이 치유되는 것이 아님이 웃기다가도 씁슬해진다. 이런게 리얼리즘 픽션이 아닐까. 현실감각과 재미 두 마리 토끼를 꼬옥 안고있는 소설이다.
" 당신이 사는 이 세계와 우리의 세계가 잠을 매개로 이어져 있는 건, 신이 주신 다정한 운명일지도 몰라요. 서로 어떤 말을 나누어도 좋을 꿈속의 친구가 되어줄 수 있잖아요. " (71 p.)
우리의 말을 늘 정제되어 배출된다. 아무리 막역한 사이일지언정, 생각한 날 것 그대로의 감정과 생각을 오롯이 전하지는 않지 않은가. 만약 내 생각을 정제없이 있는 그대로 싹 다 말하라고 하면 사람들은 날 정신병에 걸렸다고 수근 될 지도 모르겠다. 관계 속에서 배출의 억압을 느끼는 인간에게 꿈의 세계는 정말 유토피아일지도 모른다. 서로 어떤 말을 나누어도 받아들여지는 세계. 스위치가 꺼지는 순간 현실로 돌아와 내가 어떤 말을 했고 상상을 했는지 알 길이 없는 세계 말이다. '신이 주신 다정한 운명'은 사실 꿈속에만 있는 게 아니라 우리 곁에도 존재하지 않을까. 지금 당신이 생각한 그 사람 말이다 !
모든 힘은 제가 가진 행복에서 나오고, 의욕도 행복해지고 싶다는 열망에서 나와요. 저는 이곳에서 저처럼 몸이 불편한 사람의 희망이라는 말을 많이 들어요. 기쁜 일이죠. 하지만 제가 하는 행동은 대부분 그저 내가 행복하기 위함이에요. 다른 사람의 희망이 되기 위해 평생을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72p.)
우리를 나타내는 어떤 수식어도 우리 자신보다 앞에 나올 순 없어요. (74 p.)
있는 모습 그대로 존중하는 법에 대하여 ..
오, 세상에 아무 죄가 없는 사람도 있나? 감옥에 가야만 죄가 아니라네. 스스로 자기 마음을 무겁게 하고 외면하는 것도 죄야. (150 p. )
저는 피해자가 뭘 더 노력하지 않아도 되면 좋겠어요. 노력은 가해자가 했으면 좋갰어요. 이기적이고 경솔하고 폭력적인 사람들이 실수로라도 이 포춘쿠키를 가져갔으면 좋겠어요." (150p.)
마음에 양형을 내리는 판관도 나, 무죄를 선고하는 것도 역시 나. 마음의 감옥에서 소중한 나날을 참회로만 물들이지 말기를... 용서 받을 기회는 늘 찾아온다. 그걸 발견하는 몫은 본인의 역량이지만,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뜬 눈으로 바라봐야 빠져나올 수 있다. 스스로에게 너무 고약한 형벌을 내리지 말기를.
다음의 문장들은 나의 구구절절한 설명보다는 오롯이 마음으로 느끼길 바라며.
마음 편히 발 뻗고 푹 자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행복이다. (152p.)
" 빨래는 저렇개 푹 젖어 있다가도 금세 또 마르곤 하지요. 우리도 온갖 기분에 젖어 있을 때가 많지 않습니까. 그러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금세 괜찮아지곤 하지요. 손님도 잠깐 무기력한 기분에 젖어 있는 것뿐입니다. 물에 젖은 건 그냥 말리면 그만 아닐까요? " ( 180p. )
나무가 뿌리를 내리는 데는 시간이 걸리는 법. 숲에 이유 없이 겨울이 찾아오듯 때로는 내 잘못이 아니어도 고통은 오고 가지요. 첫 겨울에는 누구도 모를 수밖에요. 그러니 다들 이곳에서 쉬어가는 사람들을 너무 안타까워 마십시오, 그들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평안에 다다를 겁니다. ( 191p )
언제나 인생은 99.9 %의 일상과 0.1%의 낯선 순간이었다. 이제 더 이상 기대되는 일이 없다고 슬퍼하기엔 99.9%의 일상이 너무도 소중했다. 계쩔이 바뀌는 것도, 외출했다 돌아오는 길도, 매일 먹는 끼니와 매일 보는 얼굴도. ( 204p )
지금의 행복에 충실하기 위해 현재를 살고
아직 만나지 못한 행복을 위해 미래를 기대해야 하며,
지나고 나서야 깨닫는 행복을 위해 과거를 되새기며 살아야 한다. ( 209p. )
시즌 1과 달라진 점은 페니의 성장과정과 성숙해지는 마음에 대해 더 그려냈다는 점. 시즌 1은 달러구트 꿈 백화점의 세계관을 파악하는데 에너지를 쏟았다면 시즌2는 꿈에 담긴 사람들의 소망, 눈물에 초점을 맞추며 바라보았다. 달러구트가 우리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결국 '현재를 사랑하라, 꿈 속 세상은 한결같이 있을테니 그대는 힘이 들 땐 찾아와도 된다. ' 마음의 안식처를 자처하는 책이 <달러구트 꿈 백화점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기에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것이겠지. 그저 재밌고 허무맹랑한 픽션이 아니다. 우리의 욕구와 아픔을 투영한 '꿈'을 매개로 인생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몸은 다 컸지만 마음은 아직 어린이의 모습이 남아있는 수 많은 어른이들을 위로한 영화 <인사이드 아웃> , <소울>이 있다면 출판계에는 <달러구트 꿈 백화점>이 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