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살아있는 생물과 같다. 발전하고 변형되며 누구에겐가 이롭게 흐르기도 한다. 작가는 현대 한국사를 통하는 주요 사건을 중심으로 시대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해방이후 민주정부가 들어서기 전까지 일제의 잔재를 소탕하지 못하고 시작된 근대 한국사회, 한국전쟁을 치르면서 자유와 반공을 핑계로 한 민족이 둘로 나뉘는 아픔까지 겪게된다. 자주정부 수립후에도 유신 독재정권과 10.26사태를 거치며 한국사회는 50년간 정치적 암흑기를 겪게 된다. 역사 중에서도 현대사는 특별히 민감하다. 현대사의 중요한 사건들은 현재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그 주역들이 살아 있는 경우가 많다. 그들이 죽고 없더라도 그들의 행위로 인해 억울하게 고통을 겪었거나 정당한 또는 부당한 이익을 얻은 사람들은 살아 있다. 우리는 이승만부터 박근혜까지 대한민국의 역대 대통령과 그들이 한 행위에 대해 강한 호불호의 감정을 느낀다.
현대사 논쟁은 고대사나 중세사 논쟁과 달리 격렬한 감정의 표출과 정치적 대립을 동반한다. 당나라를 끌여들여 고구려를 멸망시킨 신라의 행위가 민족적 배신이라고 누군가 주장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미 1800년이 흐른 사건을 두고 어떻게 해석하던 현재의 삶이 달라질 가능성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승만 대통령이 대한민국을 건국한 위대한 지도자였다거나, 박정희 대통령이 독재를 해서 경제를 발전시킨 덕분에 우리가 오늘날 이만큼 민주주의를 누리게 됐다거나 전두환 장군이 국가적 혼란을 수습했기에 적화통일을 막을 수 있었다거나 남북정상회담을 한 김대중 대통력와 노무현 대통령이 북한과 내통한 빨갱이었다거나, 이명박 대통령의 4대강 사업이 우리나라를 환경선진국으로 발돋움시킨 쾌거였다고 말한다면 다툼의 여지가 많을 것이다. 그래서 현대사를 이야기하는데 위험이 따른다. 다수 대중의 판단과 정서에 어긋나면 구설에 휘말린다.
대한민국이 모두에게 살기좋은 나라는 아니다. 고르게 가난했던 독재국가 대한민국은 풍요롭지만 고르지 않은 민주국가로 변신했다. 산업화 시대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1997년 IMF경제위기 이후 밀어닥친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흐름을 타고 사회경제적 양극화의 구조로 자리 잡았다. 소득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중산층이 줄어들었으며 한번 빈곤에 빠지면 헤어나오기 어려워졌다. 정리해고를 허용하고 사내하청과 파견 등 비정규직 제도를 합법화한 탓에 좋은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았으며 괜찮은 직장을 가진 사람도 마음을 놓지 못한다. 삶의 모든 영역에서 경쟁이 심각해졌고 부모의 학력과 소득수준이 자녕에게 이어지는 경향이 뚜렸해졌다. 수출기업과 내수기업,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가 커진 가운데 대자본의 중소협력업체 수탈과 계열사 간 부당거래, 대형 유통자본의 골목상권 장악 현상이 나타난다.
정치도 다른 분양 못지않게 달라졌다. 북한 편이라는 의심을 받을 만 한 내용을 제외하면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데 특별한 어려움이 없다. 국가의 힘이 여전히 강하지만 시민이 국가권력을 상대로 싸울 수 있게 되었다. 고문으로 증거를 조작해 죄를 덮어쓰우는 독재 시대의 습성도 더는 용납되지 않는다. 수사기관이 증인을 회유 협박하거나 증거를 조작해 사건을 만들어내는 형태가 아직 남아 있지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출범하면서 그럴 여지도 많이 사라졌다. 우리 국민은 1987년 6월 민주항쟁으로 민주화의 첫 걸음을 내디뎠고 10년이 지난 1997년 선거를 통해 정권교체르르 이뤄 민주화세력을 대표한 김대중 정부를 세웠으며 2007년에는 역 정권교체로 산업화 세력의 재집권을 이뤄졌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언론을 장악했으며 국가인권위원회를 유명무실한 기관으로 만드는 등 민주주의 제도와 문화를 퇴행시켰지만 민주화세력이 추진한 사회정책만큼은 뒤로 돌리지 못했다.
2019년 세계는 전대미문의 코로나 바이러스 펜데믹을 경험한다. 지구촌 모두가 겪는 고통 앞에서 국가마다 대쳐하는 양상과 결과는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정보의 기민한 대처와 우수한 국민성을 나타내며 K방역이 전세계에 회자되고 있다. 우리국민은 역경과 고난이 밀어닥치면 서로 끌어안고 용기를 북돋우는 능력이 우수하다. 앞으로의 한국 현대사는 이런 좋은 경험과 미담으로 채워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