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자고 일어나보니 하루 아침에 벼락 거지가 되었다. 요즘 친구들과 가장 많이 나누는 이야기 주제 중 하나다. 부동산 등의 자산 가치가 급격히 상승하고 2020년 이후 주식시장이 활황을 겪는 한편, 비트코인으로 큰 돈을 버는 사람이 심심치 않게 나타나면서 근로소득 수준이 비슷하더라도 개인의 자산 수준에 큰 차이가 나타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나는 한 마디로 안전제일주의형 인간이었다. 그래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래 가장 열심히 했던 재테크가 예적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동안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어 왔기 때문에 재테크 효율은 그닥 좋지 않았다. 그럼에도 별다른 위기 의식을 못 느껴왔던 것은 또래와 비슷한 수준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이대로 계속 안일하게 살면 나는 늘 벼락 거지에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다는 위기 의식이 생겨났다. 그렇게 자산을 증식하는 데 대한 관심이 생기기 시작한 것은 올해 초부터였다.
나는 내 자신의 자산 상태를 전면적으로 재점검했다. 애석하게도 투자라고 부를 만한 항목들이 없는 가운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대학생 때 보험설계사의 권유로 아무것도 모르고 들어 두었던 연금저축보험을 발견했다. 그런데 이마저도 보신주의 성향 때문인지 그저 원금을 보전하는 수준에 불과했고(그나마도 내가 장기간 가입이었기 때문에 원금 보전을 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른 것이지 기간이 짧았다면 손해일 뻔했다), 심지어 ‘사업비’ 명목으로 떼어가는 돈이 커서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손해라도 봐도 무방한 상황이었다. 결국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인터넷 검색을 하다보니 연금저축보험이나 연금저축신탁보다는 연금저축펀드를 통해 세액공제와 투자소득의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에 이르게 되었다.
그렇다면 과연 어디에 투자할 것인가. 결론은 ETF였다. 왜냐하면 ETF는 펀드처럼 여러 자산을 모아서 투자하기 때문에 분산투자의 효과가 있고 내가 매달 불입하는 연금저축액 정도의 소액으로도 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투자를 하기 전에 ETF가 무엇인지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본 책을 골랐다.
본 책은 ETF가 무엇인지, ETF에는 어떤 종류가 있는지부터 실제로 ETF에 투자하는 절차와 수익성 극대화 전략에 이르기까지 ETF의 A to Z가 모두 담겨 있다고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ETF 초심자가 읽으면 아주 큰 학습이 될 것 같고, 본 책을 선택한 것에 대해 매우 만족한다.
ETF는 Exchange Traded Fund의 약자로 증권거래소에서 매매되는 인덱스 펀드를 말한다. ETF는 증권거래소에 상장되어 주식처럼 거래되지만 그 내용은 본질적으로 인덱스 펀드다. 따라서 주식과 펀드의 장점을 모두 누릴 수 있는 꽤나 혁신적인 금융수단이며, 나와 같은 초보 투자자들에게 적합한 수단이다. 본 책에서는 ETF의 기본 개념 뿐 아니라 ETF와 연관되어 있는 여러 용어들, 이를테면 기초 지수, 펀드보수, NAV, 괴리율, 추적오차율, PDF 등의 개념도 상세하게 서술하고 있어 별도의 인터넷 검색 없이 책을 읽어내려갈 수 있는 점도 굉장히 큰 장점이었다. 심지어 한국과 미국의 주요 ETF 운용사 브랜드도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으며, 살짝 미약하기는 하지만 선택장애인 사람들을 위해 어떤 브랜드를 선택하는 것이 쉽고 간편할지 추천해주기도 한다. 그리고 거래시 필수적으로 확인해야 하는 사항들을 정리해 둠으로써 모르고 손해보는 일을 미연에 방지하고 있기도 하다.
본 책의 저자는 ETF를 굉장히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맹목적으로 ETF를 믿는 것은 아니었다. ETF 역시 원금 보장이 되지 않는 투자 상품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무적으로 ETF에 투자할 때 어떤 위험에 직면할 수 있는지도 상세히 설명해주었다. 개별 신용 위험, 유동성 위험, 추적 오차 위험, 그리고 상장폐지 위험에 직면할 수 있으며 이러한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결국 투자의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며 독자들의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