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오 이시구로, 1954년 일본 나가사키에서 태어났다. 다섯 살이 되던 1960년 해양학자인 아버지를 따라 영국으로 이주했다. 켄트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한 후, 이스트앵글리아 대학에서 문예창작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82년 일본을 배경으로 전후의 상처와 현재를 절묘하게 엮어 낸 첫 소설 '창백한 언덕 풍경'을 발표해 위니프레드 홀트비 기념상을 받았다. 1986년 일본인 화가의 회고담을 그린 '부유하는 세상의 화가'로 휘트 브레드 상과 이탈리아 스칸노 상을 받고, 부커상 후보에 올랐다. 1989년 '남아 있는 나날'을 발표해 부커상을 받으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이 작품은 제임스 아이보리 감독의 영화로 제작되어 또 한 번 화재가 되었다. 1995년 현대인의 심리를 몽환적으로 그린 '위로받지 못한 사람들'로 첼튼 햄 상을 받았다. 2000년 상하이를 배경으로 한 '우리가 고아였을 때'를 발표해 맨 부커상 후보에 올랐으며, 2005년 발표한 복제 인간을 주제로 인간의 존엄성에 의문을 제기 한 '나를 보내지 마'가 <타임> '100대 영문 소설' 및 '2005년 최고의 소설'로 선정되었고, 전미도서협회 알렉스 상, 독일 코네리 상 등을 받았다. 그 외에도 황혼에 대한 다섯 단편을 모은 '녹턴'(2009)까지 가ㅏ즈오 이시구로는 인간과 문명에 대한 비판을 작가 특유의 문체로 잘 녹여 낸 작품들로 현대 영미권 문학을 이끌어 가는 거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문학적 공로를 인정받아 1995년 대영제국 훈장을, 1998년 프랑스 문예훈장을 받았으며, 2010년 <타임스>가 선정한 '1945년 이후 영국의 가장 위대한 작가 50인'에 선정되었다. 2017년 "소설의 위대한 정서적 힘을 통해 인간과 세계를 연결하고, 그 환상적 감각 아래 묻힌 심연을 발굴해 온 작가."라는 평과 함께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2021년 신작 장편소설 '클라라와 태양'을 발표했다.
'나를 보내지마'와 '남아 있는 나날' 사이에 다리를 놓는 가즈오 이시구로 최고의 작품.
가즈오 이시구로는 한국 독자에게 보내는 인사의 말을 통해 이 책이 그의 최고작이라 불리는 '남아 있는 나날'과 '나를 보내지마' 사이에 다리를 놓는 착품이 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나를 보내지마'는 인간 유전자 복제라는 과학기술을 테마로 하고 있으며, '남아 있는 나날'은 이시구로 특유의 불완전한 1인칭 화자의 서술을 통해 세상과 인간관계의 보조리함과 슬픔을 담아낸다는 점에서일 것이다. 이시구로는 매번 새로운 테마에 도전하는 작가가 아니라 자신이 관심을 가진 테마에 대해 쓰고, 쓰고 또 쓰면서 더욱 깊이 다가가는 작가다. 이런 면에서 '클라라와 태양'은 그가 작가로서 걸어온 궤도 안에 위치하면서 그 정수를 가장 심필하면서도 깊게 담아낸 작품이다. 또한 작품이 발표되고 난 뒤, 서구의 유수 언론 매체들은 인공지능 로봇이라는 타자를 주인공으로 설정했다는 점에서 '나를 보내지마'와 '파묻힌 거인'과 한데 묶어 3부작으로 부르기도 한다. 다섯 살 때 영국으로 이주하여 평생을 살아온 작가는 '이방인' 혹은 '타자'가 된다는 점에 깊이 천착해 왔고, 현재까지 발표된 그의 작품에는 이처럼 양면적이고 위태로운 타자의 시선을 통해 당연한 듯 존재해온 세강의 근간을 뒤흔드는 조용한 질문들이 담겨 있다.
인간 소녀 조시와 그녀의 동반자가 된 인공지능 로봇 클라라 두 존재가 그려내는 가슴 저미는 슬픔과 사랑, 그리고 대가를 바라지 않는 헌신의 이야기.
소설의 배경은 지금으로부터 멀지 않은 미래의 미국. AI 제조기술과 유전공학이 발전하고, 사회는 이 과학기술의 발전을 기반으로 계급 시스템을 재구성한다. 아이들의 지능은 유전적으로 "향상"되고, 학교에 갈 필요 없이 집에서 원격 교육을 받는다. A.F.(Artificial Friend)라 불리는 인공지는 로봇이 이런 아이들의 친구로 생산되어 팔린다. 물론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그 혜택을 누리는 건 아니다. 재력이나 계급이 그에 미치지 못하거나, 혹은 시스템에 소속되기를 거부하고 따로 공동체를 꾸려 살아가는 사람들은 이런 과학기술의 혜택에서 제외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