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들어오고 스스로 돈을 벌게 되면서 매년 연차휴가를 모아서 세계의 여러 도시에 가보는 것이 취미중 하나였다. 작년 코로나 이후로 해외여행을 가지 못하게 되면서 해외 여행에 대한 그리움이 커졌고 독서를 통해 간접경험을 해보기 위해 이책을 골랐다. 또한 최근 한국뿐아니라 전세계 주요도시의 급증하는 부동산 가격도 나의 도시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했다.
우리는 해외의 유명 도시로 여행을 가면 그곳을 대표하는 건축물 앞에 가서 사진을 찍는다. 파리에 가서 에펠탑에서, 로마에 가면 콜로세움 앞에서 인증 사진을 찍어야 숙제를 한 듯 마음이 편해진다. 에펠탑 앞에 서야 비로소 파리에 온 듯한 느낌을 받게된다. 그것은 건축물이 그 나라와 장소의 정체성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건축물이 정체성을 만드는 이유는 건축물 만큼 많은 사람들의 땀과 노력이 들어간 결정체는 없기 때문이다. 가령, 고대 이집트에서는 피라미드를 짓는 것보다 더많은 돈이 들어가는 일은 없었다고 한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피라미드를 짓기 위해서 피라미드 옆에 공사 인부를 위한 도시를 건설하고 당시 왕족이 받던 것과 동일한 당대 최신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지었다고 한다. 피라미드처럼 모든 건축은 그 나라의 경제를 견인하고 문화를 이끄는 주체라고 한다.
(까페와 모텔이 많은 이유) 선사 시대 사람들은 동굴에서 살았다. 최초의 집 동굴에서 집의 중심은 모닥불이었다. 세월이 지나서 현대인의 집의 중심은 TV이다. 원시 시대때의 모닥불은 현대에 와서 TV와 부엌의 가스 불로 나누어졌다. 이렇듯이 사람이 사는 모습은 수천년의 시대가 지나가도 그 형식이 바뀔뿐 본질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우라나라는 경제는 발전했지만 국토 면적이 작아 공간적 제한이 있다. 소득이 증가할 수록 사적인 공간에 대한 욕구는 높아지지만 실제 개인 주거가 그 사적인 공산의 수요에 따라가지 못했다. 이러 상황에서 사람들이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자기만의 거실이 없기에, 부족한 거실을 대체해 줄 까페가 많이 생겼다. 까페는 우리의 파트타임 거실인 것이다. 모텔, 노래방, 비디오방, PC방, 룸살롱은 개인의 욕망과 공간의 부족이 충돌되는 상황에서 해격책으로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한강의 만리장성) 서울은 세계의 다른 도시가 갖기 힘든 산과 한강을 가지고 있다. 한강변의 고수부지는 수평적인 빈 공간이 부족한 서울 시민에게 중요한 쉼의 장소이기도 한데, 이렇듯 소중한 한강을 이용하기 위해 한강 르네상스라는 이름으로 강변의 아파트를 재개발하여 한강접근성을 높이려했었다. 하지만 현재 보행자가 한강으로 접근하는 것을 막는 주요 원인은 300m~700m에 이르는 대규모로 형성된 두꺼운 아파트 단지이다. 그리고 이 단지 내로는 공공의 상업가로가 관통하지 못하고 있어 한강으로의 접근을 막는다. 강남은 최초에 토지공사에서 토지 매각시 돈을 더받기 위해 도로를 만들지 않고 건설사에 큰 덩어리로 땅을 매각한데 문제가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아파트 단지를 떄려 부수고 고층 건물을 만드는 것보다 아파트 단지를 관통하는 공공의 거리를 만드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남산과 센트럴파크) 서울의 녹지 공급률은 센트럴 파크를 가진 뉴욕보다 낮고 서울과 유사한 아시아 대도시인 도쿄에 비해서도 매우 낮다. 하지만 실제 서울의 안팎에는 많은 자연 공간이 있다. 남산, 한강둔치, 서울숲, 북한산, 인왕산, 청계산 등이다. 이들을 포함시킨다면 엄청나게 많은 자연 녹지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서울의 모든 산들은 지하철이 놓여있어 접근성이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공원이 부족하다고 하는 것은 녹지 주변상황과 땅의 기울기 문제이다. 서울숲 주변에는 강변북로와 내부순환도로 같은 고속도로가 접해있는 반면 센트럴파크 주변에는 주거공간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서울숲은 외롭게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다. 또한 센트럴파크는 대부분 평지로 다양한 형태의 행위가 이루어진다. 반면 남산, 북한 산 들은 모두 경사져있어 올라오고 내려오는 것만 가능할뿐 서루 마주보면서 할 수 있는 다양한 행위가 불가능하다. 새롭게 만들어질 평지가 대부분인 용산공원 주변으로는 넓지 않은 도로와 주거, 상업 공간이 접해지기를 기대해 본다.
이렇듯 도시의 건축물은 사람과 때어질 수 없는 밀접한 관련을 가지며 삶의 일부가 된다. 도시와 도시의 건축물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관점을 갖출수 있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