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기회를 통해 접하게 된 "중앙아시아사"를 읽고, 몇 가지 인상 깊었던 내용을 아래와 같이 정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책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유목민과 그들의 국가 이야기는 생각보다 이해가 쉽지 않았으나, 내가 기존에 학교수업 등을 통해 접한 몽골 등의 이야기는 그래도 접근하기가 더 수월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책의 단원마다 읽으면서 떠오른 공통적인 주제는 결국 "강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첫번째, 중앙아시아에 대한 우리의 지식은 대부분 이웃 정주민들이 유목민들에 대해 남긴 기록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것인데, 이 기록들은 유목민들을 "황량한 야만인의 땅"에 사는 집단으로 보는 등 문화적 편견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결국, 내가 읽었던 이 책조차도 중앙아시아이인이 아닌 제3국의 학자가 쓴 것이고, 그 학자의 시각이 100% 객관적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인 듯 하다.
두번째, 중앙아시아의 역사가 상세히 보여주듯, 중세와 현대의 "민족"들은 보통 여러 종족과 언어 집단이 오래시간 융합하는 과정을 거치며 형성되었는데, 특히 현대에는 적지 않은 계산에 따라 "민족"들이 인위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이는 정복, 대규모 이동, 이에 따른 전면적 민족 교체 등이 주 요인으로 언급된다.
세번째, 칸국의 몰락에 관한 것인데, 토착 지배 인사들의 실정과 타락이 러시아의 군사력과 더불어 칸국들의 몰락의 주요 요인임을 언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화승총의 등장 등과 관련된 군사적 세력 균형은 유목민들에게 불리하게 기울어져 가고 있었고, 한세기 후 등장한 수발총 등장 등에도 불구하고 유목민들은 자신들의 전통적 전투방식에 적합치 않다는 이유에서 수용하지 않았던 등 유목민들은 자연스럽게 군비 경쟁에서 뒤쳐지게 되어 유목민 전사들의 전성기도 막을 내리게 되었다는 점을 언급한다.
네번째, 러시아의 중앙아시아 지역 지배 관련해서는, 과거 일제시대와 유사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러시아는 중앙아시아인들을 분열된 상태로 남겨두고 민주주의와 같은 "유해한" 근대화 사상으로부터 차단시키려 했고, 중앙아시아인들이 근대 전쟁과 무기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지 못하도록 조치했다. 더불어, 중앙아시아인들의 변화를 막기 위해 보수적 인사들 중심으로 결집했으며, 심지어는 공중위생의 개선 시도조치도 반대하였다. 이런 정책들이 중앙아시아의 후진성을 더 영속시켰다는 것이다. 더더욱, 러시아는 천연자원을 수탈하고 "현지인들"의 저항을 방지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으며, 중앙아시아의 경제가 갈수록 단일작물에 의존하게 함으로써 세계 가격변동에 취약하게 만들었고, 이에 따라 산업화에 따른 중앙아시아의 전통장인과 공예가들은 기계로 제작된 상품들과 불공정한 경쟁을 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다섯번째, 1,400만명에 약간 못 미치는 중앙아시아인들을 포괄한 새로운 공화국들과 민족들의 형성은 소비에트 신경제 정책의 실시기간 중 이루어졌는데, 소련은 자신의 통치 목적에 부합하게 국경선을 긋고 민족국가들을 창조해 냈다는 내용이다. 본연의 민족성과 언어 등이 무시되고 한 국가에 의해 획일적으로 구획된 국경을 보면서 현대 아프리카와 비슷한 상황임을 생각하게 된다.
여섯번째, 구 소련의 붕괴 이후 중앙아시아인들이 직면한 오염이라는 문제인데, 오염은 질병과 생태적 재앙의 유산을 남겼고, 이들은 막대한 부(석유, 가스 및 여러 천연자원)가 눈 앞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어떻게 이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확실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결국, 이는 과거 열강들이 알멩이만 먹구 껍데기는 버리는 잔인한 식민정책과 유사한 것이 아닌가 한다.
일곱번째, 현 중국의 신장에 관한 것인데, 중국 공산당이 위구르 민족주의를 탄압하고 신장의 역사를 다시 쓰며 신장이 고대로부터 중국의 땅이었다고 주장하는 내용이며, 더불어 이 책에서는 중국이 주기적으로 신장과 신장의 다양한 비중구긴 주민들을 중국 본토에 통합시키려고 시도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것은, 우리 고구려 관련 동북아공정과 유사한 상황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마지막은, 몽골에 관한 것인데, 몽골 또한 2차 세계대전 이후 중국 및 러시아에 의해 독립이 확정되었으나, 몽골은 소련의 위성국가로 중국의 진출야욕을 경계하기 위한 수단으로 존재했었다고 한다. 결국, 강한 나라의 정책적 목적의 수단으로 지내온 결과, 250만명에 당하는 몽골이들은 현재 저개발이라는 막대한 문제들에 직면해 있고, 몽골의 지배적 산업인 유목은 현대 경제세계에서 불확실한 미래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