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틀면 어렵지 않게 오은영 박사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볼 수 있다. 나 또한 오은영 박사가 나오는 프로그램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금쪽같은 내새끼'라는 프로그램을 좋아한다. 이 프로그램을 보고 있으면 나의 어린 시절과 그 시절 나의 부모님과 나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나는 어떤 아이였을까. 나도 저런 고민을 했을까. 우리 부모님은 나를 어떤 마음으로 기르셨을까.
하지만 이 프로그램이 나에게 가장 큰 의미가 되는 부분은 내가 앞으로 낳을 아이에 대해 어떻게 교육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는 점이다. 오은영 박사의 이렇듯 우리 사회에 주는 울림은 크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오은영 박사가 집필한 책에 궁금증이 생겼고,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책의 전문에는 이런 내용이 써있다.
어린 시절 받았던 상처에 대한 나의 감정을 인정하고, 또 다양한 욕망을 가진 존재가 나라는 것을 받아들여 진정한 나를 알아차려야 나에게 다가올 수많은 나날을 안정감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다. 이 책은 지면에 정신 상담을 연재하며 쏟아져 들어온 수많은 아픈 사연들과 어찌할 바를 몰라 저자를 찾아와 무너져 내렸던 사람들의 고통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지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입장에서 깊이 분석하고 고뇌하며 연구한 최선의 조언이 담겨 있다.
우리는 누구나 자주 인생이 두렵지만 어린 시절 부모와의 관계에서 모호함과 두려움을 경험한 사람은 살아가는 데 유독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지금 너무 힘들어 주저앉아 있을 독자에게, 충분히 지쳐 있을 독자에게, 저자는 나를 알아차리기 위해 아주 조금만 힘을 내어 보라고 말한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그때와는 다르다고, 그때 상처받았고 지금도 아프다고 말할 수 있는 독자의 내면에 힘이 있다는 것을 믿어 보라고 따뜻한 위로와 함께 명쾌한 조언을 건넨다.
이 책을 읽고 처음 든 느낌은 바로 따뜻한 대화를 나눈 것 같다는 것이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우리 마음 속에는 누구나 크거나 작거나 슬픔을 가지고 있고, 그 것은 기억하지 못하는 어느 어린 시절 한 구석에 있었던 상처에 기인한다. 이러한 상처에서부터 우리는 크든작든 트라우마를 안고살며, 다양한 위로를 벗삼아 이를 이겨내며 살아가고 있다. 이 책의 오은영 박사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소견으로 분석하고 조언을 주지만, 동시에 우리가 들었어야 할 위로의 한마디를 선물로 주고 있다.
어릴 적 부모님과 나는 사이가 좋은 편이었다. 물론 모든 사람이 그런 것은 아니었을 터이다. 나의 형제와 부모님 사이가 좋지 않았던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어릴 적 부모님과의 사이에서 아픔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어쩌면 지금은 그러한 나의 과거와 화해를 해야 할 시간이라고 이 책은 말한다. 트라우마를 가지고 살아가는 우리의 현재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서 과거와 화해를 통해 극복하는 것이 중요한 점이라는 것이다. 타인에게는 말하지 못할 열등감, 현재까지도 이어지는 그 열등감이 나를 옥죄고 있다는 것을 알까. 사람들은 그런 나와의 과거와 화해하고 이별해야 궁극적으로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가끔은 그런 상상을 하곤 한다. 나의 아이가 나와의 관계에서 힘들게 된다면 나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나는 그 아이와의 관계 개선을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까. 나는 아이에게 이전의 나의 아버지가 그렇게 하셨던 것처럼 권위적이고 가부정적인 아버지가 되어야 할까. 아니면 개인주의자 선언의 문유석 판사가 강조한 개인주의를 신봉하며 유럽 어느 나라의 아버지, 미국의 아버지 같은 친구같은 부모가 되어야 할까. 고민이 많이 된다. 물론 나는 가부장적인 부모와도 잘 살아왔고 그분의 가정 속에서도 충분히 사랑을 느끼며 성장 했다. 과연 방법이 중요한 것일까. 아니면 결국 사랑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일까. 이 책은 둘다 중요하다고 이야기 하지만, 결국 방식에 있어서 사람은 모두 다르고 받아들이는 것도 다르다고 말한다. 이왕이면 아이가 잘 받아들일 수 있는 어떤 방법을 찾아서 그런 방법을 통해 교육을 하고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내가, 그리고 많은 사람이 겪었던 트라우마와 상처를 줄여줄 방법이 아닐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