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호의 "미술관에 간 해부학자: 명화로 읽는 인체의 서사"를 읽다.
미술관이라고는 아이들 때문에 어쩔수 없이 다녀온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명화도 보고, 인체의 신비한 구조도 알고, 그리스 신화에 흥미를 갖게 되다. 이 책은 미술에 문외한이 나같은 사람이 보기에 정말 좋은 책이다.
해부학자인 저자의 눈에서 바라본 명화이니, 일반인의 시각과는 다른 부분이 있을수도 있으나, 책의 내용상 의사가 되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유용한 책이 될것이다(책에서 언급된 의학 용어들이 의사가 되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흥미있게 기억될 것이다).
프랑수아즈 사강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책 표지에 나온 그림이 마르크 샤갈의 "생일"이란 작품이라니... 몰랐다.
이 책은 총 3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Chapter 1. 해부학으로 푸는 그림 속 미스터리, Chapter 2. 명화에서 찾은 인체 지도, Chapter 3. 인체에 이름으로 남은 이야기들.
책에서 많은 명화와 조각의 인체에 대해 묘사하였다. 각 장에서 기억 남는 것을 작성해 보자면...
1장 "미켈란젤로가 그림 속에 숨겨놓은 뇌 해부도를 찾아서"에서는 미켈란젤로의 "아담의 창조"라는 그림의 하느님과 천사가 뇌 단면과 닮았다니... 생각도 못했다.
2장 "부패한 시체 옆에서 펜을 든 남자"에서는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인체를 묘사하기 위해 부패한 시체가 뿜어내는 악취를 맡으며 시체를 해부하였고 해부도를 통해 많은 작품을 났겼다고 한다. 중세시대에는 교회법상 인체해부가 금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작품을 위해서 인체 탐구를 하였다.
3장. "메멘토 모리"에서는 일전에 라디오 방송에서 들은 천재 예술가 장 미셸 바스키아의 작품을 다시 접할수 있었다. 흑인 예술가가 아닌 예술가인 장 미셸 바스키아를 소개해 주다니...
4장. "개 같은 철학자와 송곳니"에서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인 디오게네스를 언급하였다. 아리스토텔레스가 그를 "개"라고 놀렸는데, 디오게네스처럼 명예, 부, 쾌락 등을 멀리하는 금욕적인 삶을 추구했던 지성인을 "키니코스(Cynicos) 학파"라고 하는데 키니코스는 "개"를 뜻하는 그리스어 "Kynikoi"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정부, 국가, 결혼 등을 배쳑하고 사회적 관습과 문화적 생활을 경멸한 키니코스 학파의 학문을 "시니시즘(Cynicism)"이라 하며, 냉소적이라는 뜻의 "Cynical"도 여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이와 같이 본 책에서는 영어 단어의 의미를 많이 알려준다.
5장. "우리 몸을 수호하는 물의 점령 '림프'"에서는 그리스 신화에서 님프는 정령 또는 요정을 말하며, 그림에서는 아름답고 젊은 여인으로 묘사된다. 여러 님프중 '물의 님프'는 '림프(lymph)'라고 불리우며, 우리 몸에서 면역 작용을 하는 림프의 이름이다.
7장. "페에 사무친 보티첼리의 사랑"에서 산드로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을 보다. 콘트라포스트의 자세가 아름다운 자태는 보일지 몰라도, 트렌델렌버그(Trendelenburg sign)가 나타날때의 자세, 즉 골반이 삐뚤어지는 자세라니 절대 따라해서는 안될 자세이다.
8장. "인상을 좌우하는 얼굴의 마름모"에서 에드바르 뭉크의 "절규"를 보다. "나 홀로 집에"의 포스터가 뭉크의 절규를 패러디 한 작품이 이라니..
9장. "죽음을 불사한 전사들의 다부진 근육"에서는 자크 루이 다비드의 "호라티우스 형제의 맹세"라는 작품이 나온다. 호라티우스 형제가 전쟁에 나가는 모습을 표현한 것인데, 칼을 아들들에게 주는 아버지의 다리에는 얕은 정맥이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알프스를 넘는 나폴레옹"이 거짓이라니...다비드가 노새를 거대한 백마로 과장하여 그렸다니...
10장. "척추에 스며든 환희와 비애"에서는 영화 "노팅힐"에 소개된 사이로 샤갈의 "신부"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중 프랑수아스 사강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책 표지에 있는 그림인 "생일"을 접할 수 있다.
13장. "가슴 없는 여성, 아마존"에서는 흑해 연안에 사는 여성으로만 구성된 아마존 부족(Amazon)에 대해 언급하였다. 니코라우스 크누퍼의 "히폴리테(아마존 부족의 여왕)의 허리띠를 가져가는 헤라클레스", 페테르 파울 루벤스의 "아마존 전투", 프란츠 폰 슈투크의 "상처 입은 아마존" 등의 작품에서 활 쏘기에 방해가 되어 한쪽 가슴을 절제했다는 아마존 부족원의 보이지 않는다. 아마존이라는 단어가 '없다'를 뜻하는 부정사 'a-'와 가슴을 뚯하는 'mazos'가 합해진 파생어라니.. '가슴이 없는 여인'을 의미하다니...
이 책의 끝까지 읽어보면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더 많이 알수 있다. 모처럼 추천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