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문명의 역사는 시공간 확장의 역사다. 마차, 기관차, 자동차, 항공기 등 다양한 교통수단을 발명해서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확장했고 전화기 바령으로 의사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의 영역을 확장했다. 현대인 한 명은 사는 집 외에도 이용하는 카페, 레스토랑, 영화관, 미술관, 경기장, 여행지 등 역사상 최대 크기의 공간을 소비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 같은 공간의 소비가 코로나라는 미증유의 재앙에 의해서 사라지게 되었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쉴 수도 없고 퇴근 후 동료들과 회식을 할 수도 없으며 가족들과 해외여행을 갈 수 없게 되었다. 오로지 집안에 갇혀서 살아야 했다. 개인의 입장에서 한 사람이 소비하던 공간이 5분의 1로 줄어들었다. 공간이 줄어드니 개인이 향유하던 권력과 자산이 줄어든 느낌이 들고 더 좁아진 공간에 갇혀 지내다 보니 '코로나 블루'가 찾아 왔다. 역설적으로 코로나로 인하여 공간의 중요성을 더 많이 느끼게 되었다.
인류사의 큰 변화나 갈등은 기술발전으로 인한 시공간의 변화가 기존 사회와 충돌했을 때 일어난다. 전욤뵹 역시 교통수단이 발달하면서 시간 거리가 축소되고 공간이 압축하면서 전파되고 문제를 발생시킨다. 14세기에는 말이라는 교통수단을 통해 흑사병이 몽고에서 유럽까지 전파되었다면 21세기에는 비행기가 거미줄처럼 전 세계를 엮고 있기 때문에 코로나가 단기간에 전 지구로 퍼져 나가게 되었다. 코로나 사태 는 거대한 지구 사회를 지탱하는 현재의 시스템이 취약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기술 발달로 세계가 하나로 연결도히면서 지구 사회는 커졌다. 그런데 운영과 가치 시스템은 20세기에 만들어진 것을 사용하고 있다. 닭의 몸집이 가로, 세로, 높이가 각각 2배가 늘어 체적이 8배가 되면 닭뼈가 견디지 못하고 부러지듯이 20세기의 낡은 시스템이 기술발전으로 확장된 시공간의 변화를 지탱하지 못하고 붕괴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현상이 지금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저출산, 가족 붕괴, 난민 문제, 브렉시트, 트럼프의 당선, 그리고 코로나 19의 확산이다.
기후 환경변화나 코로나 팬데믹 등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서는 견물의 뼈대가 목재에서 콘크리이트로 바뀌는 정도의 '사고의 혁명' 이 필요하다. 특히 철학적, 종교적 개념의 혁신이 필요하다. 존엄사 같은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도 허심탄회하게 말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될 필요가 있고 백세 시대에 맞는 결혼과 출산의 새로운 제도와 정의도 생각해 봐야 한다. 공간적으로는 새로운 집, 새로운 업무환경, 새로운 상업시설, 새로운 도시공간 구조가 필요해 보인다. 전염병에 강하면서도 사회 계층 간 영극화를 줄이고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공간 구조가 절실한 상황이다. 앞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아니 어떻게 변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저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지어질 주거공간 특히 아파트는 다음과 같은 디자인 원칙을 가져야 할 것이다. 첫째, '1인 1 발코니' 다. 폭이 2.5미터가 넘는 발코니를 만들어서 누구나 집에서 사적인 외부 공간을 가질 수 있게 한다. 둘째 ,소셜 믹스 공원'이다. 아파트 단지의 1층 지면을 적극 개방해서 아파트 주민뿐만 아니라 누구나 공원, 상업시설, 문화시설 등을 사용할 수 있게 한다. 셋째, '기둥식 구조'다. 기존의 벽식 구조가 아닌 기둥 구조로 만들어서 환경변화에 대응해서 재건축 없이도 변형해 사용될 수 있게 한다. 넷째, '복합 구성'이다. 도시 속에 주거, 업무, 학교 등을 나누어서 배치하는 것이 아니라 전물내에 입체적으로 구성하는 것이다. 작은 위성학교, 공유 오피스 등을 작게 나누어서 주거와 섞어서 배치한다면 교통량을 줄이고 전염병 전파도 줄일 수 있는 공간 구조가 될 것이다. 다섯째 친환경적인 목구조를 상용하는 것이다. 환경문제와 지구 온난화를 막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코로나로 인하여 도시가 해체되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인류는 꾸준하게 도시의 규모를 키우고 기술을 발전시키면서 사람들간의 관계의 시냅스를 늘려나갔고 앞으로도 이 과정은 지속될 것이다. 향후 도시는 인구와 밀도는 성장하면서도 전염병에 강한 도시 공간 구조를 만드는 방식으로 커져 나갈 것이다. 특히 공원의 분포가 중요하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비대면 소비가 늘어난다. 다른 사람들과 만날 기회가 SNS상에서만 있다는 이야기다. SNS 공간에서는 끼리끼리의 소통만 늘어나기 때문에 사회의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 결국 다른 계층의 사람들이 섞여서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어야 하는 소셜 믹스를 할 수 있는 오프라인 공간에서 공원이 담당하게 할 몫이다.정사각형 공원보다는 경의선 숲길 같은 선형의 공원이 필요하다. 또한 탄소 중립과 도시 환경 개선을 위하여 자율 주행 전용 지하물류 터널 등의 도입도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