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마의의 인생은 수렴하는 방식이다. 사마의는 70 평생을 살아오면서 끊임없이 자기자신, 그리고 다른 사람의 경험과 교훈을 차곡차곡 모았다. 눈덩이를 굴리듯이 시간이 지날 수록 그 경험과 교훈이 쌓이게 된 것이다."
- [결국 이기는, 사마의], <서장>, 친타오.
2021년 4월,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는 5년 전 '촛불항쟁'으로 역사의 쓰레기통에나 처박힐 수구반동세력의 부활로 끝났다. '선거'나 투표' 같은 '대리주의' 정치는 부차적이다. 역사는 오만한 권력자에 대항하여 들고 일어난 다수 민중의 대중반란이 주요 동력이니 민주당이든 수구정당이든 거대 양당 기득권동맹은 서로 자리 바꾸기나 반복하다가 결국 대중반란으로 질적 쇄신을 겪는다. 지금의 '민주정부'가 30년전 '문민정부'보다 조금이라도 낫다면, 그건 민중반란의 힘이다.
이제 우리 앞에는 '양당정치' 따위가 아니라, '20대 개새끼론'을 극복하는 '세대' 간 연대의 문제가 놓여 있다.
기원후 180년대 중국 후한(後漢) 말기를 깨우친 사건은 다수 민중이 일어난 '황건농민반란'이었다. 이후 위-촉-오 삼국 정립을 거쳐 사마염이 전국을 통일하고 진(晉)나라를 세우기까지 100년의 시간이 우리에게 익숙한 중국의 '삼국지'다. '삼국지'의 승자는 조조도, 유비도, 가장 오래 산 손권도 아니었다. 최후의 승자는 동오의 손권보다 한 해 먼저 죽은 73세의 노인이었다. 바로 '서진'을 창립한 사마(司馬)씨 가문의 사마의(司馬懿:179~251)였는데, 그가 진무제 사마염의 할아버지다.
"[진서]를 보면 사마의 형제가 '한나라 말기의 어지러운 정세 속에서도 글공부를 쉬지 않았다'고 나오는데, 이것이 바로 그들의 성공비결이다... '오경' 중에서 사마의가 즐겨 읽은 책은 추측해 보자면 [역경]과 [춘추]를 꼽을 수 있겠다. [역경]에는 천지의 지혜가 포함되어 있어 우주 균형의 원리를 파악할 수 있다. [춘추]는 정치와 군사교재에 가깝다... 사마의는 '현명한 사람이면 기회가 무르익지 않았을 때 경솔하게 움직이거나, 기회가 눈앞에 왔을 때 가만히 앉아 때를 놓치면 안된다'고 조조에게 간언했는데, 이는 바로 [역경]의 원리를 활용한 것이다. [역경]에 나오는 '승시순변(乘時順變)'의 사유방식은 사마의가 기회를 잡아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며 사마의의 일생에 영향을 주었다."
유한한 능력의 인간은 완벽할 수 없다. 100년 쟁투를 끝낸 승자인 사마의는 지략이나 군사력 등의 재능과 정치력에서 그를 따를 자가 없었으나 겸손했고 인내심은 갑이었며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평상심'의 소유자였다. 그는 자신을 끈질기게 기용한 주군이었던 조조를 한없이 우려르며 존경했지만 위나라 조씨 3대를 지나 결국 그 가문을 멸족시켰으며, '한나라 부흥'의 이데올로기를 끝까지 지키려 했던 진지하기 그지 없는 촉한의 제갈량과 대치만 하면서도 거꾸러뜨렸다. 삼국지 최고의 지략가 제갈량이라는 외부의 강적이 사라진 후 '무적'의 사마의에게는 내부 정치투쟁을 통한 '혁명' 또는 '쿠데타'의 길 밖에 없었다.
사마의 최대 라이벌 '죽은 (제갈)공명'은 여전히 '산 (사마)중달'에게 '평상심'을 단련케 했다.
역시, '최고의 책사'로서 사마의 최강의 덕목은 '중국 최고의 책사' 장량(장자방)처럼 '참을성'과 '인내심', 그리고 '평상심'이다.
중국의 법사학자 친타오는 2017년 '권모술수'와 '후흑학'의 대가로까지 평가되는 사마의 평전의 '완결판'을 냈다. 이 책 한 권이면 사마의의 모든 것을 알게 된다는 광고가 기억나지만, 기존 '처세'에 치우친 듯 한 사마의 이야기가 아닌 소설 형식으로 지어진 '사마의 평전'이다. 사마의 최고의 적수 제갈량 뿐만 아니라 주군 조조 마저도 이 '평전'의 조연이다.
목차는 [주역]의 제1괘 '중천건(重天乾)' 괘의 각 효에 관한 설명을 대부분 빗대어 구성된다. 중천건은 "건(乾)'은 크고(元) 형통하고(亨) 이롭고(利) 바르니라(貞)"는 대전제로 아래로부터 위까지 6개의 각 효(-)를 '잠룡물용(潛龍勿用)', 현룡재전(見龍在田)', 종일건건(終日乾乾)', 혹약재연(或躍在淵)', 비룡재천(飛龍在天), '항룡유회(亢龍有悔)'의 단계로 설명한다. 물 아래 용은 쓰임이 없으나 땅위로 나타난 용이 씩씩해지면서 연못을 찾아 도약하면 언젠가 하늘을 나는 전성기를 구가한다. 물론 [주역]은 '변화의 경전'이므로 '종일건건'과 '비룡재천'만 할 수 없다. 결국 양효(-)가 음효(--)로 전환하는 맹아로서 '항룡유회' 즉 전성기를 거친 용이 아쉬움을 꼭 남긴다. 이로써 '중천건' 괘는 '음효(--)'로 이루진 '중지곤' 괘로 넘어간다.
삼국지 최후의 승자 사마의가 기틀을 다져 고조(선제)로 추존되는 통일정권 진나라는 건국하자마자 10여 년 후 '팔왕의 난'으로 쇠락하며 중국 역사 최초의 다양한 문명 충돌의 시기인 '5호16국' 시대를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