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피해 구한말 그리고 일제 시대에 친일파들이 누구였고, 어떤 일을 했는지 알려주는 중요한 사료의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일반인이 알기 쉽게 만화로 제작되어 읽기도 쉽다. 단지 친일파들이 누구였고, 무슨일을 했나 정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 맥락을 함께 살필 수 있어 더욱 좋은 자료라고 여겨진다. 작가도 그러한 의도를 가지고 작품을 집필한 것으로 보인다. 작가는 다음과 같이 얘기한다. "이 책의 구성에 대해 잠깐 설명을 하자면, 우선 서두에 친일파의 역사를 배치했다. 강화도조약부터 해방 직후까지 친일파들의 형성과 활동에 대한 역사를 간략히 다룸으로써, 뒤에 나오는 친일파들을 시대의 흐름에 따라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제2장과 제3장에서는 시기별, 부문별 대표적인 친일파들을 소개했다. 그 대부분은 '35년'에 그린 그림의 복사, 붙여넣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러 좀 더 보충하거나 해방 후의 행보를 부연 설명한 정도라고 하겠다. 너무 쉽게 한 작업이 아니냐는 질타를 예상하면서도 친일파들의 행보를 더 많이 알게 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비판을 무릅쓰기로 했다." 한편, 작가가 이 책을 쓰게 된 원인 중에 하나가 일본의 혐한 정서라는 것도 크게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작가는 " 일본은 혐한 코드가 가장 잘 팔리는 문화상품이 되어 대형 서점의 한복판을 차지하고 각종 TV 프로그램의 시사코너와 토크쇼 등을 통해 확산되는 형편이다. '한국은 끝없이 거짓말을 하고 떼쓰기만을 하는 민지 못할 상대'라는 식의 선동이 넘쳐나고 한국 비판으로 민심이 단결한다. 그리하여 대다수의 일본인과 상당수의 한국인이 한목소리로 우리 측 주장을 지타나는 장면이 연출된다"라고 쓰고 있다. 이 책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우선 개별 인물들에 대한 설명이 다소 짧다는 것이다. 짧으면서 많은 인물을 다루다 보니 내용이 다소 피상적으로 다가올 때가 많았다. 약력 위주의 설명으로 넘어간 인물들이 많이 있었는데, 이럴 경우 여러 인물이 다 비슷하게 보여 특별히 구분이 가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그리고, 시대적 환경이 변함에 따라 친일의 유형이 변화하는 점이 있을텐데 인물에 촛점을 맞추고 있다 보니, 그러한 점은 드러나지 않는 것 같다. 따라서, 인물 뿐만 아니라 시대나 개별 사건에 촛점을 맞춘 서술도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생긴다. 아마도 여러 인물을 모두 소개해서 알려주고 싶은 작가의 의도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여러가지 점에서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 사회전반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던 친일파의 흔적을 비교적 짧은 시간에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 책을 접하기 전에는 솔직히 일제 강점기에 친일파가 그토록 넓게 퍼져 있는 줄은 잘 알 지 못했다. 그리고, 우리가 친일파라고 알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잘 못 알거나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던 점이 많았는데, 이에 대해서도 깨닳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물론 좀더 자세한 내용은 더 긴 책을 살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책을 통해서 친일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시간이 주어졌던 것 같다. 특히, 해방후 친일파, 또는 민족 반역자들을 제대로 처벌하지 못한 상황에서, 현재 시점에서 친일파를 단죄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하는 점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된다. 해방후 친일파를 단죄했다면, 그것은 아마도 물리적 단죄가 결합되어 역사에 남기기 훨씬 쉬웠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러한 물리적 단죄는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따라서, 오늘날 친일파에 대해서 정확한 사실을 기록하여 후세에 남기는 것은 정신적 단죄를 실시하는 것이 될 것이다. 후세에 남는 것은 정신적, 역사적 단죄가 더 오래, 더 효과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에 그 의미는 더욱 크다고 하겠다. 마지막으로 저자의 말을 다시 인용해 보겠다. "친일 청산은 여전히 시대적 과제다. 각 분야의 친일파들을 널리 알려 그들이 우리 현대사에 자리하고 있는 터무니없는 위상을 바로잡는 것이 친일 청산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했다. 여기에 더해, 필자가 그린 '35년'가운데 친일파들을 소개한 부분이 적지 않아 이를 잘 편집하면 어렵지 않겠단 생각도 작용했다. 필자로서야 '35년'이 모두 읽히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그중에서 친일파들 이야기만 따로 모아서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한다면 그건 그대로 의미 있겠다고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