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책 블로그를 통해서 소개를 보자마자, 언젠간 꼭 소장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책이다. 우리가 태어나서 부터 죽음까지 인생의 순간을 나이별로 짧은 글고 그림으로 표현한 책이다. 누군가의 일생을 마치 그림일기 형식으로 보는 듯한 구성이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되고 나서 읽는 이 책은 너무 뭉클하다. 부모님께는 자랑스럽고 사랑스러운 딸이자, 누군가에게는 아내, 귀여운 5세 남자아이에게는 세상의 전부인 엄마로서, 그리고 온전히 한 여성으로서 살아가는 그 모든 삶이 이 책에 녹아있다. 이 책은 누군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책이 아니고, 읽는 사람에 따라 자기의 삶을 이입해서 느낄 수 있는 색다른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좋은 그림과 글귀가 많았지만, 그 중에 인상깊었던 몇 구절을 소개해 보고 싶다.
0세, 난생 처음 네가 웃었지. 널 보는 이도 마주 웃었고.
나의 사랑스러운 아이가 태어났을때, 그 뭉클한 느낌이 다시 벅차 올랐다. 너무 행복했던 기억, 잊을 수 없는 기억을.
1세, 엄마가 어디론가 가버려도 다시 온다는 걸 배우는구나. 그게 믿음이라는 거야.
엄마가 눈앞에서 잠시만 사라져도, 자지러지게 울던 아가가 이젠 5살이 되었다. 엄마가 복직을 하고, 예전처럼 하루종일 함께 할 수 없음에 처음에 아가랑 엄마랑 둘 다 너무 힘들었지만, 우리는 서로를 믿으면서 살아가고 있다. 이제는 엄마가 퇴근해서 집에오면 방긋 웃어주고, 출근할때 잘 다녀오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5살의 여유가 생겼다. 이렇게 서서히 아이와 엄마다 성숙해 지는게 아닐까.
13세, 그런데 엄마 아빠는 대체 언제쯤에야 친구들 앞에서 널 우리 귀여운 토끼라고 부르지 않게 될까?
아직 너무 귀여운 아가, 우리 아가라고 부른다. 13세가 되어도 20세가 되어도 엄마의 눈엔 너무 귀여운 아가일거 같다는 생각을 했다. 엄마아빠의 마음은 다 같은가 보다.
22세, 어딘가로 나아가고 싶다면 아무리 작은 발걸음이라도 깊이 생각해보고 떼어야 해.
도전을 쉽게 못하는 성격이다. 마음속으로만 생각하고, 무산되는 일이 많았다. 20대 초반에 조금더 용기를 내어 내가 하고자하는 일에 작은 발걸음을 떼었다면, 지금 내 인생은 바뀌었을까? 궁금하다. 하지만, 아직 내 이런 소소한 삶에 후회는 없다.
29세, 미처 배우지 못한 한가지. 토요일 저녁에 혼자 집에 있으면서 우울해지지 않는 법.
맞다. 20대때는 주말에 혼자 약속없이 있는 것이 심심하고 우울했던 기억이 있다. 꼭 주말에는 다른 사람과 약속을 잡고, 리프레쉬를 하고 싶었던 거 같다. 정말 그때는 몰랐다. 30대 후반으로 다가가면서, 혼자하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지를.
33세, 잠이 모자라도 버티는 법을 배우게 될거야.
내가 자고 싶을때 자고, 피곤하면 주말에 하루종일 잠도 자고 아주 자유롭게 지냈었다. 4년전부터 나는 잠순이였던 시절이 있었나 할 정도로, 아기의 조그마한 소리에도 벌떡 일어나고 아기를 밤새 돌봐야할때는 잠도 안온다. 나의 수면에 대한 욕구보다, 나의 아가에 대한 사랑이 이긴 순간을 느낀다. 누가 가르쳐주는것이 아닌, 스스로 자연스럽게 잠이 모자라도 버티는 법을 아직도 배우는 중이다.
39세, 누군가를 이토록 사랑한 적은 한번도 없었을 거야.
부모님을 사랑하고, 남편을 사랑하고, 가족을 사랑하고 있었지만,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 내 아이에게 느끼는 사랑은 다른 사랑과는 또 다르다. 모든걸 다 줄 수 있고, 뭐든지 나보다 우선인 사람. 세상에 하나뿐이다.
46세, 누군가를 떠나보내는게 어떤 기분인지 이제야 진짜로 배우고 있구나.
1년전 할머니가 돌아가셨을때가 생각난다. 마음이 미어졌다. 너무 슬퍼하시는 아빠의 모습이 더 가슴이 아팠다. 아빠는 이제 살아계신 부모님이 안계신다. 아빠는 누구에게 의지하면서 살까? 그 다음 순서는 우리 부모님인건가. 너무 슬프고 상상하기 싫은 순간이다.
73세, 사는 동안 뭔가 다른 일은 해봤더라면 싶은게 있니?
70대가 되어서도 이런 고민을 하는구나 알게 되었다. 후회하지 않게 열심히 살아야겠다.
99세, 살면서 무엇을 배웠을까?
이렇게 이 책의 이야기는 끝이난다. 두고두고 소장하고 싶은 책이다. 비오는날 한번씩 꺼내보고 싶은 그런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