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씨가 추천한 책이기도 하지만, 작년부터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창궐하고 올해 2회에 걸쳐 백신을 접종한 까닭에 인간의 면역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작년 여름에 읽었던 율라 비스의 책 "면역에 관하여"도 나름 괜찮았으나, 그 책은 작가의 경험과 생각이 주로 기술된 수필집이라면 이 책은 진지하게 의학 연구를 통해 밝혀진 사실들을 알려주고 있다.
이 책은 의사들이 인간의 면역체계에 대해 연구하고 알게 된 주요 사실을 요약, 설명해 준 다음 4명의 사람들이 실제로 겪은 투병사례를 묘사하고 있다. 이 책 2부에서 인간 면역에 대한 연구 결과들이 요약되어 있는데, 이 부분은 문외한이 보기에 이해하기 버거운 곳도 제법 있다. 읽기는 읽었으나 제대로 이해했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그러나 실제 4명의 사람들이 겪었던 질병과 그 투병 사례들은 금방 읽힌다.
인간의 면역체계에 대한 주요 연구결과들을 이번에 처음 알게 된 것이 많은데, 눈 여겨볼 만한 내용들은 다음과 같다.
- 156~158쪽,
그러던 1977년 어느 날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이것은 발견의 순간이었다. 디나렐로 의사는 열을 유발하는 분자가 너무 정제되어서 사라진 것처럼 보일 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분자의 양은 사실상 없는 것과 다름없지만, 여전히 몸에 불을 붙이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 역시 중대한 발견이었다. 다나렐로 의사는 그것을 백혈구의 발열원이라고 불렀다...
그후 백혈구의 발열원은 인터류킨으로 알려진다. 넓은 의미에서 백혈구의 발열원은 일종의 중재자이자 전달자였다.
- 166쪽,
1950년대 밀러 박사가 흉선이 단지 공간만 낭비하는 곳이거나 신의 무심한 농담같은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한 이래 면역학이 어디까지 왔는지 잠시 생각해 보자. 흉선에서 T세포가 만들어진다. B세포는 골수에서 태어난다. 그들은 림프계를 구성하는 터널과 혈관을 흘러 림프샘과 림프조직에 모인다. 이들은 소방대에게 명령을 내리는 지휘본부나 감시센터와 비슷하다. T세포는 수지상세포가 경보를 내리면 사이토카인을 분비하며 병사와 장군처럼 행동한다. B세포는 항체를 이용하여 마치 자물쇠를 찾는 열쇠처럼 항원을 찾는다. 대식세포와 호중구, 자연살해세포들은 몸의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감시하고, 분석하고 죽인다.
이들의 네트워크는 신호와 화학적 전달, 과정 등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인터페론과 인터류킨에 의해 자극을 받는다. 그리고 열병처럼 강력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개념적으로 이것은 우리의 건강을 유지하는 단계적 반응의 일종이다. 면역계는 기생충, 바이러스, 박테리아, 악성종양 등의 뒤를 쫓는다. 의식적 수준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사소한 위협요소, 우리를 병들게 하는 중간 수준의 위협요소, 그리고 면역계가 없었다면 죽음에 이를 수도 있는 중대한 위협 등을 감지하며 쉬지 않고 일한다.
- 171쪽,
본질적으로 면역계가 하는 일은 단순히 찾아내서 파괴하는 것이 아니었다. 대신 면역계는 공격과, 현실의 위험을 무효화 시키는 것, 면역계가 우리의 몸을 파괴하지 않도록 충분히 억제하는 것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고 했다. 1980년 포시는 새로운 실험실의 이름을 NIH라고 지으면서 이러한 개념을 면역학의 중심으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기념할 만한 순간이었다. 면역계의 이야기가 조화롭고 안정된 상태를 뜻하는 항상성에 관한 이야기가 된 것이다. 면역계는 우리의 방어를 우아하게 만들었다. 면역계는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그리고 우리와 우리 주변의 피해가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정확하고 섬세하게 맞춰진 하나의 시스템이다.
- 188쪽,
메지토프와 제인웨이 의사는 인체가 처리하는 것이 해로운 바이러스나 박테리아처럼 나쁜 놈, 즉 병원균인지 판단할 수 있게 해 주는 기본적인 메커니즘을 발견했다. 이것은 처음 접촉했을 때 벌어지는 일에 대한 발견이었다. 톨유사수용체는 우리의 생존과 면역학에서 기본적인 개념이지만, 이를 밝혀 내는 데에 몇 년이 걸렸다...제2의 면역은 선천면역이라 불렀다.
선천시스템이 나타나면, 병원균을 찾아내, 초기이지만 포괄적인 공격을 한다. 이 말은 특정 병원균을 공격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선천 시스템은 악의 무리를 물리칠 수는 있지만 완전히 죽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완전히 죽이려면 박테리아나 바이러스, 혹은 기생충의 내부나 표면에 있는 항원과 짝을 이루는 항체, 혹은 수용체로 무장한 특정한 T세포나 B세포의 명확한 공격이 필요하다. 선천 시스템이 적응 시스템에 정보를 전달한다. '도움이 필요해. 덩치들을 데려와'. 선천 면역계는 바이러스와 박테리아 사이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몇 가지 특징이 있는지 찾는다.
-190쪽,
톨유사수용체의 역할은 인간과, 인간의 존재만큼이나 오래된 외부 세계 사이의 관계를 나타낸다. 그 관계가 진화의 시기를 거쳐 성장하면서, 인간의 유전암호는 무수히 많은 병원균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오래된 표시를 찾아내는 능력을 발전시켰다. 2002년 논문에서 제인웨이 의사와 메지토프는 이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선천 면역계는 감염에 대한 생체 방어의 보편적이고 오래된 형태이다. 이들 수용체는 숙주가 아니라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미생물에 의해 나타나는 미생물대사의 산물을 인지하도록 진화했다. 이러한 분자구조를 인지하는 능력 덕분에 면역계는 감염을 일으키지 않는 '자신'과 감염을 일으키는 '외부물질'을 구별할 수 있다. 톨유사수용체는 병균을 인지하고, 염증을 일으키고,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톨유사수용체가 미생물을 인지하는 능력은 적응 면역반응이 미생물 병균에서 유래한 항원이 어느 방향에 있는지 알려주는 데에 도움을 준다...
우리는 선천적으로 외부에서 들어온 물질은 물론이고 병균을 식별할 수 있는 원시적인 탐지 메커니즘을 지니고 있다. 제1방어선으로서, 선천면역계의 분자는 많은 종류의 병균을 인지하고 T세포에게 신호를 보낸다. '외부 물로 밝혀진 자는 적이다. 없애 버릴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