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나에게, 내일의 나에게"
이 책이 왜 어른들의 동화이며, 두고두고 볼만한 그림책이라고 하는지 알 것 같다.
100 인생 그림책이라 처음에는 그냥 100가지의 이벤트에 대한 내용 정도가 아닐까? 생각했었다. 살아가면서 겪는 수많은 이벤트들을 다 짜지자면 결혼, 입학, 졸업, 출산, 생일, 여행.... 뭐 이런정도가 아닐까 생각을 했었는데 내 예상을 완전히 깨버렸다. 1세부터 100세까지의 어느 순간을 담은 모습이기는 하지만 그 짧은 말에서도 충분히 공감가능한 얘기. 누구나가 지나오는 그런 일들을 작가는 그림과 글로 표현했다. 크레파스처럼 그려진 그림은 어린시절 그림일기를 그렸던 기억도 생각나게 해준다. 그 어린 시절을 지금 내나이를 기점으로 전과 후로 다시 읽어보기 시작했다. 나는 젊었을 때는 그랬다. 중년의 나이가 뭐가 좋지? 곧 늙고, 재미없는 일들 투성이 일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가 마흔을 넘기고 몇년 뒤면 50이 다가오는 지금 이순간이 좋다. 젊었을때는 젊을을 빼고는 늘 불안했다. 직장, 결혼, 앞으로 살아가야 할 일이 너무 무섭게 느껴졌다고 할까? 그러나 지금은 아이들도 내 손이 필요한 시기가 아닌, 스스로 무엇이든지 할 수 있게됐다. 지금의 이 편안함이 좋다. 나이가 들어 안보이던 흰머리가 점점 늘어나고, 피부는 쳐지고, 기억력과 운동신경은 예전같지 않지만 뭐라 말할 수 없는 평온함이 있다. 그런데 주변에 친구들이나 선배들을 봐도 그렇단다. 우리는 젊을때 너무 치열하게 살았다고 모두들 입을 모은다.
이 책의 중간부분쯤 보다 보면 이런 문구가 나온다. "달이 백 년에 딱 한 번 뜬다고 생각해봐. 그걸 보는게 얼마나 굉장한 일이겠어!" 맞다. 우리는 이렇게 살아온 시간이 대부분이었다. 가까운것에 대한 고마움을 잊고, 익숙한 것에 대한 소중함을 잃어가고 있었던건 아닌가 싶다. 내가 이 책이 정말 대단하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면, 사람을 만나 사랑하고, 그런 과정중에 아이가 태어나 자라는 과정에는 내가 아이를 키우면서 잊었던 일들이 기억이 나서 좋았다. 어른이 된다는건 잠이 모자라도 버티는 법을 배우게 된다는 말... 아마 우리 엄마도 나에게 이런 감정을 갖지 않았을까 하는 나의 관점과 내 부모의 관점과 내 아이의 시선이 모두 한자리에 있었다. 중년의 시간이 다가오면서 젊어서 느끼지 못했던 세상의 소중함에 대해서 스스로 일깨워주는 말들이 나온다. 그러다 노년이 되면서부터 나이듬을 편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미가 담긴 글들이 실린다. 81세의 내용에는 이제는 나이를 한 해 한 해 세는 게 아니라 행복하게 보내는 순간순간을 세고 있다고? 이런 문구가 나온다. 가슴에 꽂힌다. 어느때부터인가 행복하다라는 감정은 무엇인가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큰돈? 좋은집? 남들이 부러워하는 조건들? 과연 그런게 행복한걸까? 라고 말이다. 얼마전 라디오에서 사연을 듣게 되었는데 인상깊었다. 사연인즉슨 꼬마아이가 물어본다.
"아빠는 행복해?"
"너는 행복해?"
"응, 나는 행복해."
"뭐가 그렇게 행복해?"
"다음날 걱정이 없으면 행복해."
그랬구나. 행복은 이렇게 정의할 수도 있었구나. 꼬마숙녀의 이야기 사연이 그날 많은 청취자들의 댓글이 달렸다. 나도 그랬다. 맞다.. 우리가 고민이 있거나 걱정이 있으면 행복하지 않았던거지. 어른들이 너무 쉬워서 잊고 지낸 일들을 어린 꼬마가 알다니.... 아이의 얘기였지만 나에게는 울림이 있었다. 아무리 큰 돈과 명예가 있어도 걱정이 있으면 행복할까... 말이다.
이책은 100세까지의 인생이 큰 불행도 없고, 큰 행복으로 보이는 것도 없다.
이것이 누구나 바라는 인생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편안한 나이듬, 따뜻한 인생 말이다.
97. 사람들이 온갖 질문을 퍼붓지. 인생이 네게 무엇을 가르쳐주었냐는 거야.
98. 그러면 종종 예전의 어린 시절로 되돌아갈 거야.
99. 살면서 무엇을 배웠을까?
100. (여기는 내가 채워야 할 나만의 인생책이겠지?)
어떻게 살고, 어떻게 살아왔는지, 잘 살고 있는건지를 스스로에게 반문하면서
행복하게 살고싶다. 다음날 걱정과 고민이 없는 그런 삶으로 말이다.
다가올 미래의 나에게 꼭 보여주고 싶다.
어제는 나는 별로였더라도, 앞으로 잘 살아보자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