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우리는 쉽게 속아 넘어간다."라는 주장, 즉 "우리는 진실을 추구하도록 프로그램화되지 않았고", "권위를 지나치게 공경하며","획일적인 의견 앞에서 움츠린다."라는 주장에 반론을 제기한 책이다. 우리가 선배와 동료로부터 더 쉽게 배울 수 있는 것이 맹신의 작은 이점이라면, 맹신으로 인해 치러야 하는 비용은 너무도 크다. 커뮤니케이션의 진화론에 따르면, 커뮤니케이션이 계속 존재하기 위해서는 발신자와 수신자 모두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이익을 얻어야 한다. 수신자가 지나치게 맹신하면 발신자에게 무자비하게 이용당해, 결국에는 들리는 ㅗ든 것에 귀를 닫아버리는 지경에 이를 것이다. 우리는 결코 쉽게 속아 넘어가는 맹신자가 아니다. 우리는 귀로 듣고 눈으로 보는 것을 평가하는 인지 메커니즘을 타고난다. 이 메커니즘 덕분에 우리는 마음의 문을 '열고' 중요하게 여겨지는 정보에 귀를 기울이고, 해로운 메시지를 '경계하며' 걸러낼 수 있다. 이런 열린 경계 기제들이 점점 복잡해진 까닭에, 우리는 다른 사람이 옳고 우리가 틀렸다고 말해주는 단서들에 더욱 주목하게 되었다. 게다가 커뮤니케이션이 한정된 영역을 벗어나 무한히 복잡하고 강렬한 사상도 주고받을 수 있게 되자, 다른 사람들에게 더욱더 영향을 받게 되었다. 이런 진화는 우리 마음이 형성되는 과정에서도 읽힌다. 세뇌, 역하 자극, 단순한 집중력 저하 등을 통해 정보를 평가하는 정교한 수단을 상실한 사람들은 새롭고 도전적인 메시지와 관련된 단서들을 처리하지 못한다. 그들은 보수적인 상태로 되돌아가고, 동의하지 않은 것을 거부한다. 따라서 그들에게 영향을 주어, 그들의 마음을 바꾸기란 쉽지 않다. 열린 경계 기제는 우리가 공통되게 타고나는 인지 메커니즘의 일부이다. 그 뿌리는 걸음마를 배우는 아이, 심지어 유아에서도 찾아진다. 생후 12개월 된 아기를 겪어본 사람이면 누구나 알겠지만, 한 살배기도 새롭게 들은 정보와 기존의 의견을 결합하기 때문에 기존의 의견이 확고하지 않으면 쉽게 영향을 받고, 그렇지 않으면 무척 고집스런 면을 보인다. 이 연령대의 아기는 성인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며, 능숙하게 행동하는 어른에게 더 큰 영향을 받는다. 생후 2년 반이 되면, 논증할 명제를 논증의 근거로 해서 되풀이되는 순환논법을 사용하는 사람보다 건전하게 논증하는 사람에게 더 귀를 기울인다. 3세가 되면, 추측보다 직접 관찰한 결과를 근거로 말하는 사람을 더 신뢰하고, 먹을거리나 장난감 같이 친숙한 영역에서 누가 전문가인지를 알아낸다. 네 살이 되어 보육원에 다니기 시작하면 다수의 의견을 따르는 게 더 낫다는 걸 깨닫지만, 전해들은 말에 근거한 합의는 무가치한 것으로 무시한다. 우리의 열린 경계 기제는 학습을 위해 존재하므로, 무엇을 믿고 누구를 신뢰해야 하는지 파악하는 능력의 향상은 네 살에 중단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영원히 중단되지 않는다. 우리의 열린 경계 기제는 지식과 경험이 축적됨에 따라 꾸준히 향상된다. 대부분의 성인은 일상적인 커뮤니케이션에서 무수히 많은 요소의 경중을 힘들이지 않고 평가할 수 있다. 예컨대 바오라는 동료가 "새로운 운영체계로 바꿔야 할 거야. 기존 체계으 보안상 결함을 개선했거든."이라고 말하면, 당신의 반응은 다음과 같은 기준, 예컨대 당신이 새 운영체계에 대해 이미 알고 있는 것, 당신 컴퓨터가 공격에 취약하다고 생각하는 정도, 이 분야에서 바오의 경쟁력 수준, 바오에게 다른 저의는 없는가 하는 판단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이런 계산이 반드시 의식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지지는 않지만, 우리가 무엇인가를 듣고 읽을 때마다 머릿속에서 번개처럼 진행되는 것은 사실이다.
일상의 삶에서 지인들고 교류할 때, 우리는 생각을 바꾸라고 신호하는 단서를 많이 접하게 된다. 그러면 우리는 시간을 두고, 선의를 파악하고 전문 지식을 알아보며 논증을 교환한다. 반면 대중 설득을 목표로 하는 환경에는 이런 단서들이 없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정보 기관은 어떻게 해야 신뢰를 구축할 수 있을까? 정치를 엄중히 지켜보지 않는 사람들에게 정치인들은 어떻게 해야 자신의 능력을 과시할 수 있을까? 어떻게 광고해야 상품이 구입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소비자에게 설득력 있게 알릴 수 있을까?
이책은 대중은 우매하지 않다는 새로운 가설을 논리정연하게 여러가지 가설을 가지고 설명하는 책이다. 조금 어렵기도 하지만 한번쯤 생각해볼 만한 논제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