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장애를 분석 도구로 사용해 미국의 역사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 장애를 이용해 역사에 질문하고 답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장애가 어떻게 인종.젠더.계급.성적 지향과 얽혀 있는지도 보여주길 원한다. 역사의 수많은 장면에서
장애는 다른 사회적 범주를 설명하고 정당화하기 위해 사용되어 왔다. 그렇기에, 장애를 분석 도구로 사용하는 것은 역사학자와
다른 학제의 연구자들이 동시에 다층적인 분석을 시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다
이 책의 또 다른 목적은 연구가 더 필요한 부분을 명확히 하는 것이다. 여러 측면에서 이 책은 장애의 역사에 대해 대답하기보다는
질문을 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수많은 질문과 주제와 통찰이 학자들의 손에 닿은 적 없이 남아 있다.
북아메리카의 토착민들 대다수의 부족들은 다음과 같이 가르쳤다. "영혼은 자신이 살아갈 몸을 선택한다. 사람은 자기 몸의 단점을 두고서 타인을 비난할 수 없다. 따라서 사람은 자신이 누구이고 무엇인지에 대해 책임을 진다." 육체는 영혼이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선택하는 것이었다. 누군가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할 수 없을 때, 그 사람의 몸이 실제로 무었을 할 수 있는지와 무관하게, 몸은 그 상황에
대한 책임이 없었다. 영혼의 조화가 중요할 때, 신체적 차이는 상대적으로 사소한 의미를 가졌다. 물론 조화를 이상으로 추구했지만
그 이상대로 살아가기란 힘들었다. 토착민 부족 공동체를 과도하게 낭만적으로 묘사하지 않는 것은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조화와
호혜를 강조하는 태도를 가지고 있었고, 이것은 훗날 유럽인들이 가졌던 태도와 극명히 대조된다.
유럽인들은 북아메리카 대륙에 생활용품과 무기를 운반했고, 그 과정에서 질병도 함께 가져왔다. 유럽인들과 함께 북아메리카에 건너온
천연두, 홍역, 유행성 전염병, 콜레라, 백일해, 말라리아, 성홍열, 발진티푸스, 디프테리아로 인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토착민들이 사망
했다. 토착민들은 상대적으로 동일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낯선 질병에 적절히 대응하며 면역력을 획득하기 어려웠던 점으로
토착민 공동체의 상호 간 호혜 활동은 무너졌고 삶은 붕괴되었다.
자본주의가 유럽을 지배하기 시작한 17세기, 장애를 정의하는 일차적 기준은 노동을 수행할 능력이 있는지 여부였다. 노예제의 근간을
이루는 인종차별 이념에 따르면, 북아메리카로 온 아프리카인은 그 자체로 장애인이었다. 노예 소유자들과 노예제 옹호자들은
노예제를 정당화하기 위해 아프리카인들이 정신적.신체적으로 열등하게 태어났고 그들의 몸이 비정상적이고 혐오스럽다고 가정했다.
노예 소유자들은 자신들이 부리는 노예가 몸과 정신에 심각한 장애를 가지고 있어서, 노예제가 돌봄이 필요한 노예에게 도움이 되는
친절한 제도라고 주장했다. 장애는 노예제의 이념, 경험, 실행에 있어 다양하고 심오하게 스며들었다. 노예제의 잔혹성은 노예제를
유지하고 그로부터 이득을 얻는 사람들을 점점 더 끔찍하고 비인간적으로 만들었다. 인종주의, 비장애중심주의, 경제적 동기의
잔인한 결합은 장애를 가진 노예를 극단적으로 취약하게 만들었다. 노예무역을 통해 강제로 납치되어 북아메리카로 이송된 사람들에게
장애는 종종 '폐품"의 위치에 놓이는 것을 의미했고, 그 결과 많은 노예들이 죽거나 버려졌다.
정치인, 교육자, 종교 지도자, 법률가를 포함한 권력을 가진 많은 사람들이 산업화.도시화로 인해 점차 증가하는 사회 문제를 설명하고
해결하고자 했다. 그들은 그레고어 멘델의 식물 유전학에 대한 과학적 연구와 새롭게 개발된 비네-시몽 지능 검사를 사용해, 파란 눈이
유전이듯 지도력, 책임감, 적절한 젠더 표현뿐 아니라 범죄성, 정신박약, 성적 변태, 부도덕성도 유전 형질에 따른 것이라 주장했다.
산업화는 부와 여가의 세계로 안내하리라 약속했지만, 그것은 놀라울 만큼 많은 미국 노동자를 장애인으로 만들었다. 광산, 제철소, 철도,
방직 공장의 노동, 빠른 조립라인과 반복적인 작업, 납중독은 계속해서 남성, 여성, 어린이의 몸을 망가뜨렸다. 산업재해를 입은
노동자들의 소득은 감소하거나 아예 없어지기도 했다. 이는 당사자뿐 아니라 모든 가족이 함께 고통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