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아이에게 교육을 적극적으로 시킬 시기는 아니지만, 학부모 사이에서 워낙 유명한 책이길래 한번 골라보았다. 그리고 결론적으로는
당장 영어유치원을 보낼까 말까 고민하고 있던 차에 미리 이 책을 읽게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에 대한 아무런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책 제목만 보고는 공부머리가 따로 있다는 것인가, 결국 유전적인게 중요하다는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책의 내용은 전혀 그러한 것이 아니다.
논술학원에서 오랫동안 중고등학생들을 가르치던 선생님이 본인의 경험과 관찰한 케이스들을 토대로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학습의 기반이 결국 책의 힘에 있다는 것을 깨닫고 그 중요성을 역설한 책이다. 초등 저학년에서는 선행학습이 의미가 있는 것 같아도, 고학년 그리고 중학생, 고등학생, 점점 더 배움의 깊이와 외연이 확장될수록 선행학습의 힘은 점차 상실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왜그럴까? 그 어린 아이들이 놀고 싶은것 참아가며 어려서부터 달린 선행학습의 시간과 경험이 왜 점점 힘을 잃어가는 것일까? 그 시간과 지식은 어디로 사진 것일까?
선행학습도 여러 종류가 있겠지만 이 책에서는 주로 학원에 다니면서 선생님들이 읽어주고 설명해주는 선행학습을 의미하는 듯 하다. 저학년일때 학원선생님이 이미 한번 설명해주고 미리 한번 공부해본 내용을 숙지한 아이는 선행학습을 받지 않은 아이에 비해서 높은 성적을 낼 확률이 높다. 그러나, 학년이 올라갈수록 배워야할 내용이 많아지고 깊이가 깊어지는 시기에는 본인의 사고의 힘이 없이 학원에서 남이 읽어주고 설명한것을 본인의 것으로 습득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 혼자서 10분이면 읽을 책 내용을 선생님이 60분을 읽어주며 설명해주어야 이해를 한다는것이다. 한마디로 점점 더 가성비가 떨어지는 학습법인 셈이다.
그러나 반대로 어려서부터 책을 다방면으로 읽고 스스로 생각하는 사고의 기초체력을 길러온 아이는 고학년에 올라갈수록 점점 더 좋은 성과를 낼 확률이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어려서부터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고 책을 읽는 습관을 길러주어야 한다, 집에 텔레비젼이 없어야 한다, 부모가 책 읽는 환경을 조성해야한다 등등 책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는 늘상 들어왔고 알고 있었지만 그 책읽는 아이가 그 시간에 학원을 다니며 선행학습을 한 아이보다 어떻게 월등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사실 잘 이해가 안되었던게 사실이다. 그래서 막연하게 아이가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과 시간을 마련해주어야 한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주변에서 영어학원 레벨이 몇이고 수학학원 선행 진도를 얼마나 뺐으며, 논술학원은 1년 전에 미리 대기를 걸어야 한다 등등 선행학습을 하는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이 초조해졌었다. 이 모든게 1,2년 안에 끝날 일이 아니라 대입을 목표로한다면 15년, 주도적인 인생을 살기 위한 것이 목표라고 하면 더욱 더 긴 시간동안 꾸준히 달려야할 아이의 교육 레이스인데 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책을 읽힐까. 그 방법도 나와있어서 좋았다. 어렵지 않게 아이의 흥미를 유발하는 소설책을 읽어도 좋지만, 그 책을 다 읽고나서 내용에 대해 생각하고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져야 올바로 책읽는 법인듯하다. 지금은 아이에게 책을 많이 읽어주는것에만 초점을 맞추어서 몇권읽어줬는지 책의 양에만 집착했었는데. 조금씩 책을 읽고 책의 내용에 대해 이야기 하는 시간을 가지도록 노력해야겠다. 그리고 나조차도 요즘은 유투브를 통한 영상으로 사건을 이해하거나 다른사람들이 이미 한번 정리해준 요약본 등을 통해서 인스턴트 글을 읽는 경우가 많은것 같다. 당장 아이가 문제가 아니라, 나의 사고력도 길러줄 시간을 가지기 위해서 책읽는 시간을 의식적으로 더 늘려야겠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영어유치원에 5살부터 보내고 7살부터는 자유자재로 영어를 구사할뿐 아니라 영어로된 책도 읽는다는 주변 아이들 이야기를 들으며 급히 영어유치원을 검색했던 조바심이 조금은 누그러졌다. 외국어를 배우려면 조금이라도 어릴때 접할 기회를 주는 게 좋다는 이론은 또다른 이야기니까. 영어를 일찍 가르치려고 해도 단순히 단어를 외우고 시험보는 위주가 아니라 영어책을 읽고 생각하는 힘을 키워주는 방향으로 잡아야겠다. 스펀지처럼 흡수한 지식이 휘발유처럼 빨리 휘발될지도 모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