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은 디즈니를 사랑한다. 흔히 말하는 덕후다. 전 세계 디즈니랜드를 다 다녀왔고, 디즈니크루즈까지 모두 섭렵했다. 우리 가족이 디즈니를 사랑하는 이유는 많이 있지만, 디즈니가 주는 추억과 감동 때문이다. 이 책을 고른 것은 어쩌면 디즈니 덕후로서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디즈니만이 하는 것. 무엇이 있을까? 라는 의문에서 이 책을 골랐다.
디즈니만이 하는 것은 디즈니의 CEO인 저자가 디즈니에서 재직하면서 경험한 디즈니의 가치에 대한 이야기이다. 백설공주, 신데렐라, 미녀와 야수 등으로 대표되는 디즈니의 컨텐츠는 강력하지만 시대에 뒤처진 느낌이다. 물론 시대가 흐르고 변화하더라도 변하지 않는 가치가 있고, 그것이 디즈니의 컨텐츠에는 있다는게 나의 믿음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시대에 뒤처진 느낌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공주와 왕자의 이야기는 이제 7살만 되어도 믿지 않는다. 디즈니의 전통과 유산을 지키면서 현 시대흐름에 뒤처지지 않는 것이 디즈니가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었을 것이다. 변혁의 시기에 디즈니의 CEO인 저자가 선택한 것은 M&A를 통한 변화였다. 한국은 미국처럼 M&A가 활발하게 일어나지 않는 곳이라서 익숙하지 않은 소재였지만, 우리에게 익숙한 기업들을 인수하면서 인수한 기업들의 유산은 유지하면서 기술혁신, 콘텐츠 등은 서로 공유하면서 발전해나가는 모습은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서로의 전통화 기업문화는 유지하면서도 서로에게 필요한 기술혁신과 콘텐츠를 공유하면서 하나의 기업으로 발전해나가는 모습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의 많은 기업들이 변화의 요구에 직면하고 있고, 변화의 속도가 예전과 달리 몇 십배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그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혁신을 이루지 못하는 많은 기업들이 소비자의 외면을 당하고 있는 현실을 되집어 보면 디즈니가 취한 혁신의 방식이 현 시대가 요구하는 방향성과도 일치하는 것 같았다.
내가 소속되어 있는 곳은 금융공기관이다. 어떻게 보면 혁신과는 가장 거리가 멀게 느껴질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우리가 경쟁해야 하는 상대가 예전에는 국내의 대형 시중은행이었다면, 이제는 글로벌 금융기관, 더 나아가 카카오뱅크나 케이뱅크, 토스 같은 인터넷 은행까지 가세한 상황이다. 기술이 발전하고 로봇, AI의 발전으로 가장 먼저 없어질 직업군 중에 하나가 은행원이라고 한다. 물론 모든 은행원이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지만, 현재도 이미 많은 은행업무가 인터넷뱅킹, 모바일 뱅킹의 발전으로 사람이 아닌 기술로 대체되었다. 지로, 세금납부, 송금 심지어 계좌개설과 펀드, 주식투자와 같은 많은 업무를 인터넷이나 모바일에서 직접 수행할 수 있는 시대이다. 하지만, 대체불가능한 업무도 있다. 그리고 변화의 시대흐름 속에서 금융이 나아가야 할 방향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인터넷이나 모바일에서 고객이 더욱 편리하게 안전하게 금융업무를 볼 수 있도록 하는 것, AI나 로봇이 당장 대체하기는 어려운 인수금융이나 금융제안 같은 업무말이다. 이 책을 보면서 우리 조직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내가 앞으로 업무를 해나가는 방식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다. 혁신의 방향 속에서 우리 조직이 시대흐름에 뒤쳐지지 않고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 흐름 속에서도 정책금융기관이라는 전통성와 우리의 유산은 어떻게 지킬 수 있을까? 그 답을 확실하게 알 수는 없으나, 이 책을 통해서 하나 생각한 것은 우리가 당면한 문제를 직시하고 앞으로 우리가 가져가야 할 핵심가치를 정하는 것에서부터 우리의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나갈 준비를 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었다.
개인적으로 이책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저자가 일하는 방식이었다. 글로벌 기업의 회장이고 많은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하는 저자의 상황에서도 저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관철해온 방식이 있었다. 솔직하게 자신의 의견과 상황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고, 해결방안을 찾아 나서는 것이다. 조직에서 직위가 높아질 수록 지켜야 하는 일의 방식이지만, 지키기는 쉽지 않은 방식이다. 하지만, 저자는 그 방식을 통해 폭스사, 픽사, 마블과의 굵직한 인수합병들을 잘 성사시킬 수 있었으며 디즈니가 위기에 처했을 때 마다 잘 헤쳐나갈 수 있었다. 솔직하게 공유하고 함께 해결책을 찾는것. 그건 나에게도 필요한 일의 방식이다. 디즈니만이 하는 것은 디즈니가 지금까지 헤쳐온 길과 저자의 리더쉽에 대해서 기술하고 있지만, 디즈니가 아닌 다른 기업들에게 필요한 혁신의 방식과 리더십을 제시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