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명의 고구려 4권은 1권부터 시작된 미천왕 을불이 강성한 고구려를 만들고 운명하는 장면이 그려진다. 그 아들 둘중에 고구려다운 왕의 모습과 어울리는 둘째아들 무대신에 마음여리지만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매우 큰 첫째 아들 사유에게 태자자리를 만들어 준다. 을불은 여리고 여린 사유가 왕으로서 그 역할을 잘 할 수 있도록 낙랑을 몰아내고 모용외를 제거하는 큰 전쟁을 직접 수행한다. 그리고 전쟁의 승리의 결정적인 역할은 사유의 동생 무가 해 낸다.
모용외와 사도중련의 대화
차후로는 모든 장수들을 형제같이 여기고 믿겠습니다.
아니다. 너는 계속 의심하라. 내 들은 것은 적으나 책사의 덕목은 의심이라 하더라. 믿음은 군주의 덕목이다. 그러니 너는 네 할 일을 하고 나는 내 할 일을 하는 것이다.
늘 그렇듯 발단은 사나이의 의리였다. 아야로가 어린 시절 모용외를 처음 만난 날을 회상하며 슬며시 기름을 붓자 곧 술판이 거나하게 벌어졌다.
처음에는 사람이 술을 먹고 그다음에는 술이 사람을 먹고 마침내는 술이 술을 먹었다.
고구려 최대의 축제 동맹제, 그 중에서도 가장 성대한 규모로 열리는 평양성 동맹제는 온 백성이 한 해 내내 기다리는 최고의 행사였다. 고구려의 무인이라면 누구나 이 동맹제에 참여하는 것을 일생의 영예로 여겼기에 모두 앞을 다투어 몰려 들었고 자연스레 이 동맹제에서 우승하는 이는 고구려 제일의 무인이라 불려왔다.
모달, 특히 대모달이라는 직위를 새로이 만들어 아달휼을 모든 장수들의 으뜸으로 삼고자 한다. 모달. 본뜨고 목적하라는 뜻을 담은 그 말은 이때부터 고구려 최고의 무관직을 가리키는 단어가 되었다. 그 위는 태왕의 바로 아래로 관등과 관계없이 군권의 총책임자를 가리키니 상가와 위를 같이 하는 최고위 관직이 새로이 생겨난 것이다.
농사를 지을 씨앗은 비가 오지 않을 때 뿌리는 법이며, 소와 돼지를 치는 것은 맹수를 막을 울타리를 세운 이후이다. 영특하고 용맹하여 온 백성의 추앙을 받는 무 대신 천하에 유약한 사유에게 태자위를 주는 것은 오판을 넘어 망국의 실수라 아니할 수 없다. 다람쥐가 재주를 넘는데도 이유가 있고 닭이 홰를 치는데도 이유가 있는 법이다. 그 이유를 알려달라.
전쟁에 이기면 왕실과 조정은 부유하고 행복하지만 싸우면 싸울수록 백성은 목숨을 잃고 불구가 되며 가정도 망가진다. 전쟁을 피하여 더 이상 싸움이 없다면 왕실은 궁색하고 고관대작들은 고통스럽고 견디기 힘들겠지만 오히려 백성은 가정에서 식구들과 살 수 있다.
계책으로 될 일이 아니다. 꾀로 망가진 일은 노력으로 되돌리는 법. 나는 사람이 해볼 수 있는 것은 다 해볼것이다.
모든 것이 준비되었다. 지금 죽여야 할 것은 저 몇백 군사가 아니라 적의 마음이다. 여노가 그 정교한 반간계 속에서도 저렇듯 목숨조차 바치려는 걸 보니 문득 떠오르는 게 있다.
걸어도 뛰어도 무를 향해 나아가는 게 인간의 운명이다. 하지만 아직 스스로 목숨을 거둘 때가 아니란 생각이 드는 건 무엇때문인가. 나의 운명이 참으로 모질구나.
꿈을 꾸었도다. 오랜 꿈을 꾸었도다. 지난날이 꿈인지 지금이 꿈인지 가릴 수 없을 만큼 오랜 꿈을 꾸었다.
모용부가 연이라는 국호로 나라를 세웠다.
우리 모용부는 제비가 날아오는 마지막 북쪽 땅이다. 제비의 고향이다. 하지만 제비는 날이 추워지면 강남으로 내려간다. 제비의 또 다른 고향 강남, 그게 모용부의 강역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연이란 그런 의미이다.
길이 끝나는 곳에 길이 있고, 세상 밖에 세상이 있는 법이다.
창조리가 사유에게 써준 한편의 시
술잔을 들어 서풍에 빈다
누런 황하에 불어가시라
길 끝난 곳에 길 있다 하니
모난 돌부리 깎아보시라
최비가 후조와 석륵에게 이시구를 거듭 외었다.
서풍이란 나를 말하는가. 누런 황하란 후조를, 모난 돌부리란 석륵을 가리킴이니, 창조리는 날더러 다시 한번 무릎을 꿇으라 하였다.
최비는 "한 번 꿇은 무릎, 두번을 못할까." 그것이 바로 창조리가 을불에게 말한 마지막 선물이었다.
모르는 건 죄가 아니지만, 모르고 떠드는 건 죄라 할 만하다.
논어와 중용의 가르침은 결국 남과의 관계를 최상으로 두는 것이다. 그 가르침대로 한다면 남과 문제가 생길리 없다. 이렇듯 유서는 남과의 관계를 정교하게 다듬는 걸 수신이라 하여 모든 것의 으뜸으로 여기니 자신에게 순수하지도 자연스럽지도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