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아니, 우리 가족 모두가 여행을 좋아한다. 하지만 장기화된 코로나 19로 인해 해외여행은 커녕 국내여행도 잘 하지 못한게 벌써 2년이다. "건축가 엄마와 한번쯤 인문학 여행".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건축가인 작가가 국내 여행지를 건축물과 함께 소개해주는 책이다. 나의 여행에 대한 목마름을 해소도 할겸 해외는 당분간 어려울 것 같으니 이책을 통해 국내 새로운 여행지를 소개받고 싶은 마음에 이 책을 골랐다. 이왕 여행지 소개받는 거, 내가 생소한 건축에 대한 지식도 얻을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라는 생각으로.
이 책에서 건축가인 최경숙 작가는 국내 여행지의 풍광과 더불어 역사적 가치를 지니고 있는 건축물을 함께 소개하고 있다. 아무래도 작가가 건축가이다 보니 여행지에서 만나는 건축물들이 남달리 보일 수 밖에 없을 터이다. 사진도 함께 실어 생동감을 더 해 준 것도 이 책의 장점이었지만, 무엇보다 제일 좋았던 부분은 책에서 작가가 다녀온 순서대로 장소를 표시해둔 지도였다. 왠지 그 지도만 있으면 나도 작가처럼 다닐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 책을 보면서 내가 마음이 끌렸던 여행지를 몇 곳을 소개하고자 한다.
"반딧불이가 사랑한 산천, 무주" 무주는 여럿을 때 몇 번 다녀온 여행지이다. 나에게는 무주리조트에서 스키타면서 놀았던 기억만 강하게 남아있는 여행지이다. 익숙한 여행지이지만, 작가와 이 책을 통해 내가 알지 못했던 무주에 대해서 알게 된 부분이 너무 인상적이었다. 무주에 가면 반딧불이를 만날 수 있다니. 한여름 밤의 반딧불이 비행을 볼 수 있다면 그야말로 꿈같은 광경일 것 같았다. 작가가 소개해주는 무주 "굽이굽이" 풍경들도 아름다웠지만, 무주 편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공공건축에 대한 이야기였다. 요즘 무분별한 개발이나 낙후된 지역에 대한 계획적이지 못한 재개발은 주변 환경과의 무조화로 인해 눈살을 찌뿌리게 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무주의 고 장기용 건축가와 면사무소 공공건축 프로젝트를 통해 소도시의 개발과 낙후된 지역에 대한 재개발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하는 시간이었다. 올해 여름에 완주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었다. 완주에 삼례라는 지명을 가진 지역을 여행하게 되었는데, 그 때 삼례에 대한 느낌이 마치 작가가 무주여행에서 알려준 공공건축의 잘 된 사례를 보여주는 듯 했다. 남편이랑 삼례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나이들면 이런곳에서 살면 좋겠다고 했었는데 그 이유가 삼례는 오래된 지방 소도시지만, 그 안에서 삼례책방과 문화예술공장 등의 문화예술공간들의 개발을 통해 전혀 낙후되어 있지 않은 느낌과 잘 가꾸어진 느낌을 받았었기 때문이다. 문화예술공장도 옛 농협창고를 활용한 공간이었다. 어떻게 옛것을 지키고, 어떻게 새로운 것을 스며들게 할 지를 잘 보여주는 예라고 생각했다. 무주의 공공건축도 그런 느낌이었다. 삼례 책방과 농협창고를 새롭게 활용한 이야기는 이 책 강경/논산편에서도 짧게 소개가 되고 있어서 무주편과 함께 보면 좋을 것 같다. 무주여행기를 보면서 삼례가 다시가고 싶어졌다.
"영산강을 따라 천년고을로, 목포와 나주" 목포와 나주는 위에서 소개한 무주나 삼례와는 다르게 한번도 가본 적이 없는 곳이다. 대구에서 자고 나란 나는 전라도 지역을 가볼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더욱이 전라남도는 교통편이 아주 불편해서 여행가기 쉽지 않았다. 근래 KTX와 SRT가 생기면서 목포와 나주를 한 번쯤 여행가볼까? 라는 생각을 하던 차에 이 책에서 소개된 목포와 나주의 모습을 보고 다음 여행지는 목포와 나주로 정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목포는 우리나라 슬픈 역사의 단면을 보여주는 곳 같았다. 국사시간에도 배웠던 동양척식주식회사를 통해 나주평야에서 나는 곡식들이 모두 일본으로 수탈당하는 슬픈 역사의 현장. 나주평야의 나주와 더불어 일제강점기 수탈의 역사를 보여준 목포와 나주는 역으로 3.1운동의 중심지이기도 했다. 일본에 당한 것이 많으니 독립에 대한 불꽃도 커질 수 밖에 없었을 듯 하다. 아이와 함께 목포와 나주 여행을 하면서 우리 선조들의 아픈 역사와 독립을 향해 투쟁했던 자랑스러운 역사를 함께 보여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나주의 너른 평야와 목포의 푸른 바다는 덤으로 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