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베스트 셀러로 우리나라에 정의 열풍을 불러 일으킨 하버드대 마이클 샌델 교수의 2012년 작품이다. 이제와서 새삼스레 이 책을 읽겠다고 결심한데는 최근작 '공정하다는 착각'을 읽기 전에 저자의 전작을 읽어 봐야겠다는 단순한 이유에서 였다. 하지만 시장과 도덕이라는 상반된 가치체계의 균형이 급속도로 무너지고 있는 여러 사례을 소개하며 생각할 계기를 만들어 주는 저자의 깊은 통찰에 깊이 공감하며, 단숨에 읽어 내려갈 수 있게 되었다. 그 동안 당연하게 생각했던 많은 것들이 돈으로 사고팔리는 현실에서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시장거래의 대상이 되었다는 사실에 놀라고, 10여년에 지난 지금 더 많은 것들이 거래되고 있을 거란 생각에 마음 한 구석이 착잡해 질 수 밖에 없었다. 최재천 교수의 추천사에 쓰인 것처럼 이 책의 진정한 가치는 "답을 가르쳐 주지 않으면서 우리로 하여금 깊게 생각하게 만드는"데 있다고 생각된다. 마치 현재의 지구 기온 온난화 처럼 나 혼자만의 결심이나 행동만으로 무엇이 변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최근의 시장만능주의가 그리 오래된 관행은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조금의 편의를 위해 너무나 많은 것을 잃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는 계기가 된 것만으로도 이 책과 함께한 한달여의 시간이 내게 값지게 다갈 올 수 있었다. 기후문제도 이미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고 있지만 더 큰 문제는 우리의 자녀세대, 후손들이 겪을 시련이 상상조차 되지 않는 다는 것인데, 시장 만능 현상도 마찬가지로 이미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지만, 시간이 좀 더 흐른 뒤에 사람의 목숨까지도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을 까하는 디스토피아적인 우울한 전망이 현실화 할 수도 있으니, 지금 이순간 나부터 좀더 깊은 성찰과 판단을 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내가 어렸을적 놀이동산에 가면 당연히 모든 놀이기구를 위해서 긴시간 줄을 서야했고, 그때의 유일한 호사라면 내가 쉬고있을 때 부모님께서 대신 줄을 서 주시는 것이었다. 하지만 오늘 날 우리나라의 놀이동산에서도 줄을 서지 않고 놀이기구에 탑승할 수 있는 티켓을 판매하고, 나도 아이들에게 그 티켓을 사주었던 경험이 있다. 시간과 노고를 돈으로 대체했던 그때의 경험이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아 있을지, 그리고 긴 시간 동안 아픈다리를 참아가며 줄서기를 하면서 전용 통로로 먼저 들어가는 우리를 보았던 다른 아이들에게는 또 어떤 기억이 되고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생각하게 된다. 더 나아가 혹 다시 놀이 동산을 가게 되었을때 새치기 권리를 돈으로 다시 살것인가를 묻게 된다면 대답할 자신이 없다. 저자가 말한바와 같이 시장규범이 지배하게 되면 특정 행위의 본질과 가치가 달라지는 것이다. 야구장에 특별석이 거의 없었고 좋은 자리를 위해서는 일찍부터 서둘러서 경기장에 들어가야 했던 시절이 그리워진다. 시간을 돈으로 사는 거라 생각 할 수도 있겠으나, 누구나 부지런함만 있으면 즐길 수 있었던 야구장의 좋은 자리가 이제는 많은 돈을 지불해야만 누릴 수 있게 되었다는 생각에 새삼 서글퍼 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감정일 것이다. 이 책을 읽은 2021년 현재 시장주의의 지배는 과연 적정한 수준에서 관리되고 있는지, 아니 인간의 자유의지와 탐욕이라는 태생적 한계상황에서 도덕이라는 가치가 숨쉴 공간을 찾을 수나 있을지 암울한 생각에 빠져들게 된다. 그렇다고 무력감을 핑계로 이 책을 만나기 전과 내 행동에서 달라진 점이 전혀 없어서는 안될 것이다. 시장과 도덕중에 무엇이 좋고 나쁜것이 아니라 시장의 지배를 받게 되면 어떤 문제가 있는지, 내 행동과 가치 판단에서 시장 만능주의로 인해 소중한 것을 잃을 수도 있다는 문제의식을 항상 가지고 깨어있어야 할 것이다. 결국 세상은 한사람 한사람의 각성과 판단, 그리고 그로 인해 야기되는 작은 행동으로 인해 변하기 때문이다. 확실한 것은 오늘 날 과도하게 시장의 영향력이 커졌다는 점이다. 더 많은 풍요와 성장을 위해 불가피하다고 할 수도 있으나, 시장거래에 도저히 동의 할 수 없는 것들이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절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