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제목에서 호기심을 불러 일으킬 만 했다.
"물질의 탐구"라니..
흙이나, 나무를 탐구하는 것도 아니고, 지구상에 존재하는 특정한 물질을 탐구하는 것이 아니고, 원론적 입장에서 물질을 탐구하겠다는 것이니, 상당히 철학적인 제목을 붙인 것이고, 형이하학적 기준에서 형이상학적 탐구를 하겠다는 의도로 판단했다.
Mass는 질량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니, 이 책은 우리가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는 형태가 있는 물질의 궁극을 탐구하는데, 그 핵심에는 질량이라는 개념이 있다는 걸 보여주려 하는 것으로 나는 이해했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입자물리의 「표준모형」은 기본 입자와 기본 힘들을 설명하는 지금까지의 여러 이론 중에서 가장 성공적인 이론이다. 이 표준 모형에서 입자는 양자장으로 대체된다. 그런데 공간과 시간에 걸쳐 퍼져 있는 양자「장」이 어떻게 질량을 가질 수 있는가? 그건 그렇다 치고, 양자장이란건 도대체 무엇인가? 기본 입자들은 최근 발견된 힉스장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질량을 얻는다고 하는데, 이 말은 과연 무슨 의미인가? 양성자는 세 개의 쿼크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세 쿼크의 질량의 합은 양성자 질량의 1%밖에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나머지는 어디에 있는가?"라고 의문을 하나 던졌다.
그리고는 더 혼란하게 하는 질문을 던진다. 우주의 전체 질량에서 양성자와 중성자로 만들어지는 바리온물질이 5%, 어디에나 존재하지만 우리 눈에는 전혀 보이지 않는 미지의 물질인 암흑물질이 26%, 그리고 남는 69%는 빈공간의 에너지인 암흑에너지가 차지하는데 시공간의 팽창을 가속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추정한단다.
우리는 평범한 사람이고, 그래서 우리 눈에 보이는 물질은 유형의 것이고, 그래서 잘게 나눌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고대 그리스의 학자들은 만물은 기본적인 구성단위가 있다고 믿었고, 인생 50년을 넘게 살아온 나도 그렇게 믿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뭔가를 낱낱이 분해한 후에 기본적 구성요소를 더해보니, 분해하기 전의 뭔가의 무게와 크게 다르더라는 거다.
그런데 그 모자라는 그 무게는 에너지, 즉 힘이더라는 것이다. 힘이 무게이던가?
아.. 중력이라는 걸 생각해 보니 피상적으로나마 이해가 되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어떠한 물체가 무겁고 가볍다는 것은 중력의 영향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다.
그렇다면 중력이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우주공간에서는 무게가 없어지는건가?
중력이 없는 상태에서도 질량이 존재하려면 절대질량이 필요하고, 절대질량이 존재하게 하는 것은 에너지가 될 수 있겠다고 나름 추측을 확대해 봤다.
이렇게는 이해했지만, 그 후에 책에서 물질과 질량에 대하여 탐구를 확대해 나갈수록 이해하기가 점점 어려워졌다.
보이지도 않고 뭔지도 모르는 암흑에너지란게 우주공간에 69%나 널려 있는데, 거기다가 우주를 팽창하게 한다는데, 우주의 크기가 얼마인지도 감히 추측하기 어려운데, 거기서 더 팽창하면 얼마나 되는지 상상하기조차 어려웠다.
감당할 수도 없는 의문을 눈 앞에 던져놓고, 양자역학에 초끈이론에 루프이론 등을 연이어 풀어내다가, 쿼크에 색전하에, 글루온이라는 정말 이해할 수 없는 물질까지도 소개해 주니, 어린아이가 대학생들 사이에 앉아 공부하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과학적 추론과 논리를 따라잡는 것도 쉽지 않지만, 저자가 나름대로 짧다고 미리 경고해두었던 그 방정식마저도 이해하기 너무 어려웠고, 각종 측정단위-가령 전자의 질량은 0.511MeV/C²-는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생소함 그 자체였다.
거기다 전문용어를 우리말로 옮겨놓은 용어도 왠지 생소했다.
빛알이라거나, 맨질량(Bared Mass), 입혀진 질량(Dressed Mass) 등은 비전공자이고, 물리학에 과문한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생경스럽고, 오히려 이해하기 어려웠다.
물리학에 의한 물질의 근원에 대하여 조금 더 이해를 함으로서 우주를 이해하고, 물리적 존재함의 시작과 끝에 대하여 조금 배워볼 요량으로 시작한 책읽기가 혼돈의 덩어리를 자초한 셈이 되기는 했지만,
그간 절대적이라는 생각을 했던 질량은 형태를 가져야만 가능하다는, 물질세계에 대한 기본적 생각을 바꾸게 하는 계기가 되었기에 머리 속에 남겨둔 것은 많지 않지만 앞으로 머리 속에 남겨야 할 것은 많음을 알게 한 소중한 책읽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