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늘 크고 작은 선택을 하게 되는데, 5세가 되자 제법 큰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었다. 바로, 어린이집과 유치원, 둘 중에 어디를 보낼 것인가였다. 한없이 어리게만 보이는 아이를 생각하면 보육 위주의 어린이집을 보내는 게 맞다고 여겼다가도 주변에서 아직까지 유치원도 알아보지 않고 뭐하고 있냐는 타박 섞인 충고를 듣다 보면 시류에 뒤처지고 있다는 생각에 영어유치원이며, 근처 유치원 등 인터넷 검색부터 하게 되었다.
그렇게 망설이고 있던 중 갑작스런 이사로 아이는 유치원은커녕 갈 만한 어린이집조차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하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회사 내 직장 어린이집에 여유가 있어 안정적으로 어린이집을 다니게 되었다.
시간은 흘러 내년이면 아이는 이제 6세가 된다. 여기서 또 나의 고민은 시작되었다. 1년 가까운 시간을 영어유치원에서 보낸 또래 친구들과 내 아이의 차이가 보이는 것이다.
이제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아닌, 제대로 된 교육을 어디에서 시킬 것이냐 나는 다시 고민하게 되었다.
이 책은 바로 이 시기에 읽게 되었다.
저자는 4-7세 아이에게 중요한 3가지로 지식, 주의력, 스트레스를 받거나 과제가 어렵다고 생각되는 순간, 자신의 감정을 조절해서 보다 현명한 선택을 하게 하는 자기조절력을 든다.
그리고, 공부를 좋아하고 즐기는 아이로 성장하려면 뭔가 아는 것이 있어야 하고, 그걸 바탕으로 새로운 지식을 더 쌓아야 한다고 말한다. 지식에는 명시적 지식(배경 지식)과 암묵 지식이 있는데, 명시적 지식은 기본적으로 알고 있는 지식으로 구체적으로 언어화될 수 있다. 새로운 개념이나 낱말을 배울 때 기본적으로 알고 있는 배경 지식이 많으면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암묵 지식은 다양한 경험을 통해 온몸으로 체득되는 것으로 배경지식과 합해져 놀라운 시너지를 발휘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 놀이와 책을 통한 공부가 자리잡고 있다.
건강한 놀이는 정서와 인지 발달 모두에 도움이 되며, 놀이의 주인공인 아이의 자발적이고 주도적인 방법은 매우 중요하다. 늘 아이의 의견을 존중하고 뒤에서 의견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부모의 역할은 제한되어야 한다.
또한, 통합적 지식을 키우는 10가지 놀이 방법으로 역할놀이, 아이가 그린 그림을 액자에 넣어 작품으로 완성, 밀가루 반죽으로 수제비나 칼국수 만들기, 젓가락을 사용하여 과자 먹기, 놀이터를 다녀온 후 놀이터 설계도를 그리기 등 다양한 방법도 소개하고 있다.
특히, 통합적 지식을 키우는 10가지 독서 방법으로 독자의 권리를 강조하고 있다. 프랑스의 작가 다니엘 페낙은 독자의 권리 10가지로, ① 책을 읽지 않을 권리 ② 건너뛰며 읽을 권리 ③ 책을 끝까지 읽지 않을 권리 ④ 어떤 책이나 읽을 권리 ⑤ 책을 현실로 착각할 권리 ⑥ 책을 다시 읽을 권리 ⑦ 아무데서나 읽을 권리 ⑧ 마음에 드는 곳을 골라 읽을 권리 ⑨ 소리 내서 읽을 권리 ⑩ 읽고 나서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권리 등을 말한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줄 때면 골고루 읽혀야 한다는 생각에 아이가 고른 책을 뿌리치고, 책은 다양하게 읽어야 한다며 새로운 도서를 들이밀 때가 많았는데,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또, 하루에도 수십 번 같은 책을 가져와서 읽어달라고 조르는 통에 지루한 마음이 들었는데, 이 또한 그리 걱정할 일은 아닌가 보다.
대충 건너뛰며 읽고, 자신이 읽고 싶은 곳만 골라서 읽는 것은 제대로 된 독서가 아니라는 부모의 고정관념 때문에 아이는 내가 골라준 책에 대한 반발심만 생긴 모양이다. 아이가 먼저 독자의 권리를 누려야 더 잘 이해하고, 기억하며 자신만의 상상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다.
이 책을 읽으며, 교육이란 비단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같은 교육기관의 틀에서 이루어진다고 생각했던 나의 한계를 보게 되었다. 아이는 그런 형태가 아닌 일상에서 접하는 모든 만남에서 하나씩 배우고 느끼고 알아가고 있었는데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의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생각해 본다. 같은 것을 묻고 또 묻는 아이에게 마치 처음 듣는 질문인 것처럼 답해주고, 무시하지 않고, 건너뛰지 않고 설명하며, 반응하고 들어주는 것, 바로 그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