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책을 선택하는 일은 또다른 욕망의 산물입니다. 욕망은 갈등을 낳고 갈등은 현실을 자각한 후에야 진정됩니다. 더 많은 책에 유혹을 느끼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지만 마음이 끌린다고 한꺼번에 다 읽을 수는 없는 일이니 무모한 싸움임을 깨닫습니다. 결국 선택의 순간에 한계를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평소 메모하듯 정리해 두는 목록을 뒤져 우선순위를 정하고 책을 선택합니다. 그런데 이 책은 저의 독서 예비목록에 없었습니다. 순전히 광고의 유혹에 이끌려 즉흥적으로 선택한 책입니다. <최강의 식물식>이란 책 제목은 평소 음식에 관심이 많은 필자의 감성을 자극했고, 마이크로바이옴이란 과학용어는 저의 이성적 호기심에 시비를 걸었습니다. 책을 다 읽고 난 다음 잘 선택했다고 스스로 격력합니다. 의학적인 측면이 적지 않고, 식생활 관련 부분이 우리와 달라 책읽기의 맛이 부드럽거나 깔끔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잘 석택했다'고 자평하는 이유는 개인의 식습관이 신체적 정신적 건강과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지, 그리고 그 중심에 장내 미생물과 섬유질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생생하게 알게 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B.C. 460(?) ~ B.C. 377(?)) 가 일찍이 "음식으로 고치지 못하는 병은 약으로도 고칠 수 없다."며 "장을 치료하면 육신의 병과 마음의 병 모두를 치료할 수 있다."고 한 말을 이 책은 현대 과학의 힘으로 입증하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食藥同源' 을 강조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전문서적 아닌 전문서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읽기엔 난해하지는 않지만 완전히 이해하고 실천하기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총 3부 10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부 - 우리 몸 제대로 알고 있나요?> 에서는 '건강의 원동력'인 미생물의 기능과 역할, 장과 건강을 해치는 생활방식, 섬유질에 대한 다각적인 해설을 통해 미생물과 섬유질이 우리 건강에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를 과학적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2부 - 섬유질이 풍부한 식습관>에서는 다양한 식물에 대한 효능과 효과, 예민한 장을 위한 맞춤식 식물식, 발효식품과 장 건강 보충제, 섬유질이 풍부한 식물성 식품군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3부 - 날씬하고 건강한 몸을 위한 최강의 식물식>은 이 책의 결론에 해당하며 저자가 이 책을 왜 집필했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앞서 1, 2부에서 설명한 장과 미생물의 관계, 다양한 식물군과 식물식에 대한 이해를 전제로 3부에서는 건강한 몸을 위한 실천 솔루션을 수록하고 있습니다. '365일 챙기는 섬유질'을 통해 '간단하게 건강한 습관 만드는 법'을 알기 쉽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10장에서는 어쩌면 이 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최강의 식물식 4주 식단'이 자세한 레시피와 함께 실려 있습니다. 의사인 저자 자신이 직접 경험하고, 치료한 환자들을 통해 확인한 내용을 중심으로 만들어 진 것이므로 충분히 신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10장을 따로 떼어내면 훌륭한 요리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이 책을 이론서이자 실천서로서 자격을 갖추고 있다고 주장할 수 있는 강력한 근거가 되는 부분입니다. 다만, 저자가 미국인이므로 우리의 식습관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많은 한계가 있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장 아쉬운 대목입니다. 그렇더라도 저자가 설명하는 '최강 식물식'의 원리를 한국식 조리법,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식재료를 이용하여 우리의 식탁에 접목한다면 얼마든지 응용가능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누군가 한식 식단으로 재구성해 주면 좋겠다는 엉뚱한 기대를 슬쩍 해 봅니다.
이 책을 읽는 동안에 이 책의 주제와 아주 밀접한 내용을 다룬 신문 칼럼을 읽었습니다. 역시 관심을 가지면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는가 봅니다. 저자의 주장과 일맥상통하지만 조금 더 쉽게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하여 핵심내용만 간추려 소개합니다. "장은 음식물을 소화해 에너지를 얻을 뿐 아니라 유해균의 침입을 막는 물리적 장벽이자 면역세포의 70%가 집중적으로 모여 있는 우리 몸의 최대 면역기관이다. 장의 면역력을 좌우하는 일등공신은 장내 미생물이다. 장에는 100조개, 1000여종의 미생물이 있는데, 대장에 가장 높은 밀도로 모여있다. 장내 미생물을 분석할 때 유익균, 유해균, 중간균으로 구분하지만, 경계가 모호해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는다. 경우에 따라 유익균이 유해균이 될 수도 있고, 유해균이 반드시 나쁘게 작용하는것도 아니다. 중간균은 장내 미생물이 어떻게 구성돼 있는가에 따라 유익균이 되기도 하고 유해균이 되기도 해서 분명하게 나뉘지 않는다. 장내 미생물의 주된 기능에 따라 분류했을 때 유익균, 유해균, 중간균의 비율이 2대 1대 7일 때가 가장 이상적이다.(중략) 면역력이 부족하거나 넘치지 않도록 관리해 극대화 하는 지름길은 장 건강을 유지해 몸 곳곳에 염증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장 건강은 결국 좋은 식단에서 출발한다. 의성(醫聖)으로 칭송받는 히포크라테스는 '병을 낫게 하는 것은 자연이다. 음식물을 당신의 의사 또는 약으로 삼으라'고 했다. 그만큼 식생활이 중요하다는 애기다. 장 건강에 좋은 음식은 발표식품, 채소, 저당과일, 건강한 지방(참기름, 올리브유, 아몬드 밀크, 견과류, 자연치즈 등), 단백질(발사유정란, 야생어류, 조개류, 조류, 방목육) 등이다. 장이 싫어하는 음식은 항생제, 술, 가공식품 등이다." (매경 2021. 9.29자)
"이제 건강관리의 의미를 새롭게 정의하고, 우리가 시시각각 내리는 작은 선택들의 합계가 곧 자신의 평생 건강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좋든 나쁘든 하나의 선택이 전체 상황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담배 한 대를 피웠다고 죽는 일은 없다. 하지만 일관성 있는 패턴을 만들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선택을 증폭시키게 될 것이다." 저자의 이 말이 저에게 가장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이유는 저만이 아는 비밀입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