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자본가로 키워야 합니다. 노동자로 키우면 안 됩니다. 우리가 아이들한테 어떤 교육을 하고 있죠? 공부 열심히 해라, 좋은 대학에 가라, 좋은 곳에 취직해라, 그건 노동자가 되라는 애기죠. 취직이 안 되면 인생이 끝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유일한 목표 였기 때문이죠. 자본가가 되는 것이 목표였다면 어땠을까요? 공부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죠. 어렸을 때부터 투자하는 것을 배우고 자본가가 되려고 하고, 창업하려고 하겠지요." 아이들을 기성세대의 '박스'에서 꺼내 '노동자'가 아니라 '자본가'로 키울 것을 주장하는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의 말입니다. 내노라 하는 소위 '큰손'들도 어린 자녀들에게 주식투자를 가르치라고 권합니다. 주식투자 만큼 좋은 경제교육 수단이 없고 경제적 자유를 조기에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취지를 담고 있습니다. 공감을 하면서도 선뜻 나서지 못합니다. 이유는 '투자의 두 얼굴' 때문입니다. 건전한 투자가 아닌 탐욕에 사로잡혀 투기의 함정에 빠질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입니다. '투자'와 '투기' 는 스스로 경계선을 만들기 힘들 정도로 모호한 측면이 강합니다. '루빈의 잔'처럼 관점에 따라 사람의 얼굴이기도 하고 와인잔으로 보이기도 하는 것과 같이 늘 착시가 내재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책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입니다. 두려워하기 보다 공감하는 부분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이 '현명한 투자자'의 모습이 어떠한지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먼저 읽고 그것을 깨달은 다음 자녀들에게도 일독을 권하여 '자본가'에 대해 진지한 사색의 계기를 만들어 주면 좋겠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들이 노동자의 길을 갈지, 자본가의 길을 갈지, 아니면, 노동자이면서 자본가의 길을 갈지 현재로써는 알 수 없습니다.
이 책은 '가치투자의 아버지' 혹은 '월스트리트의 스승'으로 불리는 벤저민 그레이엄(1894.5.9~1976.9.21)이 1949년 첫 출간한 '<현명한 투자자, 원제 The Intelligent Investor>의 해제'라는 제목을 달고 있습니다. 표지의 부제를 보면 책의 성격이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한국 주식시장에서도 증명된 벤저민 그레이엄 이론, 벤저민 그레이엄의 가치투자 이론을 한국 주식시장에 적용하여 알기 쉽게 설명한 최고의 해설'을 담고 있는 책입니다. 책의 본문은 총 7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레이엄이 원저에서 언급하고 있는 핵심 내용을 한국 주식시장과 연결하여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며 그의 이론의 타당성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제1장 투자원칙, 제2장 PER과 적정주가, 제3장 안전마진과 RIM, 제4장 종목선정, 제5장 퀀트, 제6장 포트폴리오, 제7장 자산배분 등 각 장의 제목만 보아도 핵심 키워드가 무엇인지 어느 정도 짐작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주식투자에 별 흥미는 없었지만 자본시장에 대한 이해도를 높인다는 차원에서 그의 원저에 대한 독서욕구가 늘 마음 한 구석에 움크리고 있었으나 원저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거꾸로 거슬려 가기로 했습니다. '해제'를 통해 그레이엄 이론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를 한 다음 원저를 읽으면 보다 깊이 있고 실제적인 내용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각 장은 대체로 기본개념에 대한 설명, 그레이엄이 그 개념을 왜 중시하는지 원저에 실린 내용 소개, 그레이엄의 이론을 뒷받침하는 제3자의 이론이나 주장 소개, 각각의 이론을 증명하는 백테스트, 저자(신진오)의 생각이나 판단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책 제목의 '현명한'의 의미에 대해 저자는 "주식투자를 잘 하려면 머리를 쓰라고 권한 것이지 현명하거나 지혜롭다(wise)는 (철학적)의미는 결코 아니다"라고 주장합니다. 원 저자가 밝힌 "이 책을 쓴 목적은 초보자도 건전한 투자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것이다. 따라서 증권분석 기법은 다루지 않고 주로 투자 원칙과 투자 태도를 다룰 것이다"라는 말에 근거한 해석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레이엄의 제자이자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의 짦막한 어록에서 주식이나 채권 투자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왜 이 책을 읽어야 하는지 근거를 제시해 주고 있습니다. "나는 경영대학원에서 그레이엄으로부터 세 가지 기본 아이디어를 배웠습니다. 주식은 기업의 일부로 보아야 하고, 시장을 보는 적절한 관점을 유지해야 하며, 적정 안전마진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모두 그레이엄으로부터 직접 배운 내용입니다." 워런 버핏이 1997년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 Q&A에서 한 말입니다.(책 서문) 이 책을 읽는 독자라면 워런 버핏이 그레이엄으로부터 배웠다고 하는 이 세가지를 보다 풍부한 관점으로 이해하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해제를 쓴 저자는 이 세가지를 '안전마진' 관점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투자자는 완벽한 인간이 아니다. 투자 대상, 투자 객체인 기업의 수익성에서 확보하는 안전마진이 원칙이다. 그런데 투자 과정에서 내재가치보다 저가에 매수하여 확보하는 안전마진도 있다면 더욱 좋다. 마지막으로 투자 주체인 투자자가 실수할 때를 대비해서 확보하는 안전마진까지 있다면 어떤 경우에도 생존할 수 있다. 이렇게 3중의 안전장치를 마련한다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을 것이다."(책 P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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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9월 현재 대한민국 국민은 무엇으로 경제적 자유, 부의 축적을 갈망하고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바로 주식과 부동산 시장입니다. 아마도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에게 표현을 조금 쉽게 하여 질문을 해도 어른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답변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그만큼 그 시장이 뜨겁기 때문입이다. 부동산 시장은 아파트를 중심으로 유사이래 최단기간내 최고의 가격상승률을 기록하며 수많은 정치적,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차기 대선을 코앞에 두고 그 어떤 이슈보다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으며 이를 둘러싼 각 가지 의혹이 제기되며 정치판을 살벌하게 만들고 있을 정도입니다. 어쩌면 어느 후보의 부동산 정책이 유권자, 특히 젊은 유권자들로부터 지지를 받는냐가 당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지도 모릅니다. 주식시장 또한 코로나 19 사태 발생 초기에 심각한 경제위기를 우려한 나머지 코스피 지수가 1천대 중반까지 하락하였으나 정부의 양적완화 정책으로 인한 급속한 유동성 증가로 단기간에 2천선을 돌파하더니 급기야 주식시장 개장이후 단 한번도 가보지 않은 3천선을 훌쩍 뛰어 넘을 정도로 과열되었습니다. 이즈음에 많은 젊은 투자자들이 국내외 주식투자에 적극 뛰어드는 분위기를 빗대 동학개미운동, 서학개미운동, 영끌 등과 같은 신조어까지 등장했습니다. 아파트 가격은 정부의 여러 정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상승국면에서 좀처럼 열기가 식지 않고 있고, 주식시장도 코로나 19 국면의 장기화로 경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고 있음에도 코스피 지수 3천대 초반에서 정중동의 경향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주식과 부동산 시장의 과열 동조화 현상의 이면에는 젊은 경제주체들의 불안감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폭등한 아파트 가격은 보통 사람들의 소득수준으로는 평생을 모아도 내집마련이 어려울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과거 방식인 저축을 통한 자산형성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은 자연스럽게 주식시장으로 눈길을 돌리게 했고 수많은 젊은 사람들이 새롭게 주식시장에 진입하였습니다. '빗투'라는 말이 생겨난 배경입니다. 부동산 보다 적은 자본으로도 가능한 주식투자로 한 몫 벌어야 그나마 내집마련에 조금이라도 근접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심리적 작동을 어느 누구도 나무랄 수 없는 현재적 상황이 되고 말았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거듭되고 지속될수록 정부의 고민도 덩달아 깊어질 수 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에 무한정 맡겨둘 수 없을만큼 두 시장은 불확실성이 높고 상황변화에 따라 대혼란이 야기될 수도 있습니다. 결국 통화 및 금융당국은 현 시점을 뭔가 하지 않으면 안되는 엄중한 상황으로 판단한 듯합니다. 최근 한국은행은 금융통화운영위원을 열어 기준금리를 인상하였습니다. 금리인상과 함께 금융기관의 대출행위에도 규제를 가하기 시작했습니다. 대출한도를 대폭 축소하도록 유도하였습니다. 꿈틀거리는 인플레이션을 조기에 잠재우고 과열된 부동산 및 자본시장 안정을 위해 테이프링(tapering)에 시동을 건 셈입니다.
과열된 부동산과 주식시장에 대해 이곳 저곳에서 경고등이 들어 오고 있습니다. '경제는 심리다'라고도 말하지만 심리는 늘 불안감을 동반합니다. 불안감은 두 개의 진로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됩니다. 추종하거나 벗어 나거나! 영원히 타는 불꽃은 아름다운 영혼 앞에 바치는 헌화일 뿐 현실 속 누군가를 위한 것이 아님을 <현명한 투자자>는 깨닫게 해 줍니다. 모두 현명한 투자로 부자되어 경제적 자유를 마음껏 누리시길 기원합니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