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 에릭 와이너(김하현 옮김, 어크로스)
'철학이 우리 인생에 스며드는 순간'이라는 부제가 붙은, 2020년 원작에 2021년 4월에 나온 책이다. 원제는 'THE SOCRATES EXPRESS: In Search of Life Lessons from Dead Philosophers'다. 현대의 어느 철학자는 '우리는 잘못된 삶을 살고 있'다고 말한다. 지식보다는 지혜를 추구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의미로 들린다. 첨단 과학기술은 철학이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고 믿게 한다. 또한 삶의 작은 질문에는 탁월한 답을 제시한다. 커다란 삶의 문제에는 전혀 대답하지 못하면서 말이다. 철학 역시 커다란 문제에 답을 못하는 건 마찬가지이지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철학적으로 사색하는 법을 안다는 것은 지혜롭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안다는 뜻이다. 철학은 지식의 체계가 아니라, 하나의 사고방식이다. 지혜롭게 살기 위한.
지식은 아는 것, 지혜는 이해하는 것, 지식은 소유하는 것, 지혜는 실천하는 것, 지식은 기술, 지혜는 기술의 올바른 사용. 지식이 늘어나도 지혜가 늘지 않으면 오히려 덜 지혜로울 수 있다고 한다. 지식은 어느 정도 선에서만 가치가 있다는 의미다. 인물, 저서, 사상, 철학을 선택한 14명의 철학자를 통해 탐구하는 책이다. 그들은 지혜를 사랑했고, 그것도 매우 전염성 있는 사랑을 했다. 의미 있는 삶에 관심을 둔 그들은 각기 다른 지혜를 세상에 풀어낸다.
"결국 인생은 우리 모두를 철학자로 만든다." - 모리스 리즐링(프랑스 사상가)
기차로 여행하기를 좋아하는 저자는 철학 역시 기차와 잘 어울린다고 말한다. 시대에 뒤떨어진 유물로 취급 당하는 것까지 닮았다고 말이다. 이 책도 기차 여행 중에 쓴 것이다. 열차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해당 철학자의 책도 읽는 여행은 시간과 공간을 가볍게 오가며 수천 년을 관통하게 한다. 저자의 시시콜콜한 일상을 철학과 적당히 섞는 기술은 여행기의 참맛을 느끼게 하니 책은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해외통신원 생활 때문에 인도, 이스라엘, 일본 등의 여러 나라에서 실제로 산 경험은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하는 재료다. 439쪽에, 소크라테스가 99세까지 살았으며 94세에 유명 작품을 썼다고 하는 내용처럼 교열이 부족한 점은 옥에 티이지만 큰 문제는 아니다.
철학 여행은 새벽(1부), 정오(2부), 황혼(3부)으로 이어진다. 새벽을 여는 철학자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다. 로마 황제로 대제국을 지배한 그는 평생 늦잠을 자며 대부분의 일은 오후에 처리한 철학자이기도 했다. 어릴 때부터 책벌레였으며 타고난 비관주의를 억누르려고 노력한 황제가 쓴 150쪽이 안 되는 '명상록'은 혼자 보려고 쓴 메모였으며 '자기계발서'였다. '명상록'을 읽는 건 철학 하는 행위를 실시간으로 목격하게 한다. 기이한 외모에 독특한 성격으로 사회에서 배척될 위험이 큰 '미친 지혜'를 실천한 소크라테스는 지식의 가면을 쓴 부지를 최악의 무지로 보았다. '어떻게'라는 질문에 관심을 둔 그는 자기 자신의 개선에 관심 없었던 사람들을 바꾸려 노력했다. 그로 인하여 비로소 철학이 우리의 삶에 관한 것이 된 셈이다. 소크라테스의 '사상'은 없고 '사고방식'만이 존재하는 이유는 지식보다 방법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자신을 알려면 대화를 통해 자신과 거리를 두면서 자신을 성찰해야 한다.
궁금해하는 것들은 대개 자신과 매우 밀접하다. 마음에 오래도록 머무는 궁금함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기에, 좋은 철학은 느린 철학이 될 수밖에 없다. 명백한 것으로 보이는 것에 질문하지 않음으로 큰 실수를 범한다고 소크라테스는 생각했다. 진지한 질문은 그래서 위험하며 모든 악행은 무지에서 나온다고도 그는 말했다. 인간은 삶의 모든 것에 의미를 필요로 한다. 이른바 소명이 삶의 큰 목적이 되는 이유다. 빛을 밝혀 일종의 지적 광합성을 일으키려는 소크라테스는 검안사이기도 했다. '마음의 대답'에 도달하려면 인내심이 필요하고, 무지와의 동행도 필요하다. 행복은 잘 살아가는 도중에 얻는 부산물 혹은 횡재 같은 것이다. 문제 해결보다 더 많은 문제를 일으키는 게 철학의 본질이다. 소크라테스는 인류의 철학사의 첫째 순교자다.
어린 시절 책벌레였던 시몬 드 보부아르는 22살에 최연소로 철학 교수 자격시험을 통과한다(사르트르에 이어 2등으로). 그녀가 말하는 과거를 받아들이는 법은 다음과 같다. 친구 사귈 것, 타인의 생각을 신경 쓰지 말 것, 호기심 잃지 말 것, 습관의 시인이 될 것(습관을 지배할 것), 아무것도 하지 않은 시간을 꼭 둘 것(게으름 피우는 시간), 부조리를 받아들일 것, 건설적으로 물러날 것, 다음 세대에 자리를 넘겨 줄 것. 긴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저자는 철학이 삶에 도움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당장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도움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도 말한다. 익숙함은 마비를 낳는다. 인식은 선택이고 세계는 내가 만들어낸 생각이다.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를 타고 어디든 가보자. 철학이 있는 한 어드든 두렵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