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 때' 책을 고르게 된 이유는 단순했다. '내가 나를 잃어버린 게 아닐까?' 아르바이트, 시험, 취직 준비로 '하고 싶은 일' 보단 '해야 하는 일'을 더 많이 했기에. 나에 대해 소개하는 자기소개서를 쓰면 쓸수록 더 나 자신에 대해 멀어져 간다는 것을 느끼고 내 알맹이를 찾는 데에 도움을 받고자 이 책을 골랐다.
'모험을 떠날 시간.', '청춘이니까.' 책의 글귀에서 나온 이런 도전적인 단어들은 독자들로 하여금 새로운 시도의 필요성을 자극한다고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에게 필요한 건 도전이 아니라 휴식이 아닐까. 나로 살아가기 위해선 내 자신을 돌아보고 나를 알아가기 위해서는 힐끗 재빠르게 탐색하기보다는 천천히 시간을 갖고 관찰하는 것이 필요하다. 고등학생 때는 대학을, 대학생 때는 그 이후의 미래를 그려가는 데에 급급했기에 내 모습이 어떤 지는 바라보지 못했다. 스케줄에 맞게 근무하는 지금, 더욱이 도전보다는 평안한 휴식과 스스로를 비춰보는 시간이 내게 필요하다고 느낀다.
하지만. 이러한 고민 끝에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모험'을 떠나야겠다는 생각에 다다랐다. '나'로 살아가기 위해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행복해 하는 것을 찾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더 늦기 전에 이것저것 시도해봐야 하지 않을까. 이것이야말로 사소하지만 큰 발걸음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를 위해선 편안함에 기대지 않는 근면이 필요할 것 같다. 마주한 상황에 안주하지 않으려는 노력이 이러한 큰 발걸음을 옮기게 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어느 구절에서는 마음 속 깊이 공감하고 어느 구절과는 이상적이라며 반박을 하면서 독서했다. 어느 구절에서는 생각지도 못한 감동에 감탄을 했고 어느 구절에는 내 생각을 끈을 잡아 늘리기도 했다. 취업 준비의 여운으로 위로가 필요해 시작한 독서가 어느덧 위로보다는 성장이 필요한 나에게 화두를 던지는 느낌이다. 관계에 대해, 세상을 대하는 내 태도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할 수 있었다.
잠들지 못하는 밤에서는 '자신이 하찮은 존재라는 생각 때문에 느끼는 불안의 좋은 치유책은 세계라는 거대한 공간을 여행하는 것.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예술 작품을 통하여 세상을 여행하는 것이다.'라는 구절이 있었다. 글쎄, 모두에게 통용되는 말은 아닌 것 같다. 나에게 불안은 기대를 저버리는 것. 스스로를 엄청난 존재라는 생각에 돌을 던지는 것. 그 두려움이다. 그로 인해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를 상상하는 것. 거대한 공간을 여행하며 세계를 경험한다면 나 스스로가 굉장히 하찮은 존재라는 생각이 들면서 이러한 불안이 가라앉는다. 이건 내가 초등학교 때부터 천체관측을 좋아하고 우주를 좋아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조금만 위에서 바라본다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기에. 내가 불안을 느끼는, 내가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 오히려 마음이 차분해진다. 스스로의 하찮음에 잠이 들지 못할 때에는 입술을 깨물고 현실적인 목표를 세우는 것. 그리고 그 다짐이 그저 하루의 감성으로 그치지 않게 되내이고 되내이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치유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 때' 책은 내가 원하는 것을 단순히 제시하기보다는 스스로 생각해서 소화해볼 거리를 던져주는 역할을 한다. 나의 감정을 살피는 1부, 나의 고난은 스스로가 해결해야 한다는 2부, 나의 관계를 돌아보는 3부, 마지막으로 나의 세계를 만들어간다는 4부를 거치며 마주하는 내일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 지 조금은 깨달은 기분이다. 모든 문장, 모든 문단에 공감하고 나 스스로를 대입하면서 책장을 넘기기보단 '작가는 이렇게 생각했구나' 라는 참고로 생각들을 정리해 나갔고 그 틈 사이사이에 발라져 있는 마음의 연고를 발견하며 감동과 위로를 받았다. 누군가 단순히 이 책을 읽음으로써 내가 원하는 것을 알게 되었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아니라고 답할 것이다. 여전히 나는 똑같은 웅덩이에서 허우적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러가지 방향들과 생각들을 통해서 원하는 것을 어떻게 알아 갈 것이냐에 대한 해답을 얻고 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