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회사나 디즈니 문화 자체를 다룬 책인 줄 알았다. 읽어보니 디즈니의 새로운 CEO 밥 아이거가 직접 쓴 경영 경험담이었다. 본인의 디즈니에 오기 전부터 디즈니에서 CEO 등극하고 그리고 디즈니에서 픽사인수, 마블인수, 루카스필름 인수 등 굴직굴직한 회사를 직접 인수하며 새로운 디즈니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생생하게 다뤘다. 특히 애플의 신화이자 자체인 스티브 잡스와의 대화나 픽사를 인수하기 직전에 스티브 잡스가 밥 아이거에게 자신의 건강상태를 솔직하게 말하는 장면은 긴장되고 두근거리는 장면이었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경영가의 건강상태를 알았을 때, 본인 만 이 사실을 알았을 때의 순간은 긴장됐을 거이고, 인수하는 입장에서 이 사실을 나만 알고 있어야 할 지 아니면 이사회나 주주들에게 알려야할 지 순간적인 고민이 됐을 것 같다. 그리고 스티브잡스는 나중에 아내에게 돌아가 밥 아이거는 정말 좋은 친구라며 자신의 비밀을 알려줄만 한 가치있는 친구이자 경영 파트너임을 알려줬다. 스티브잡스가 췌장암으로 돌아가기 전 아내에게 말을 했고, 그 아내는 30명 내외 소규모 장례식이 끝난 후 밥 아이거가 과거 이런 얘기를 해줬다고 했을 때 이미 스티브잡스가 자신에게데 밥 아이거가 정말 믿을만한 친구라고 얘기했다고 했다. 이런 두 거장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솔직하게 공개하는 자서전의 매력이다. 아무도 알지 못하고 넘어갈 수 있는 비하인드 스토리이지만 알게 됐다.
디즈니의 CEO가 되기까지 수많은 면접을 거치면서 신뢰를 쌓는 과정을 글로벌 기업의 수장이 되기까지가 얼마나 힘들고 혹독한 검증을 거쳐야하는 지 간접적으로 알 수 있었다. 자신에게 공격적인 이사진을 설득해야 하며, 그 이사진들이 고용한 컨설팅업체의 매우 매너없는 면접에도 똑같은 질문에도 대답해야하는 어려움도 있었지만 끝까지 버텨내며 설득해야하는 자리였다.
디즈니 근처 총기사건이 일어나거나, 디즈니 소속 직원이 다치거나 여러 사건사고가 터질 때 일을 수습해야 하고 빠른 판단을 내려야하고 CEO라는 지위가 주는 압박감과 책임감을 저자는 솔직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중국에 첫 디즈니 랜드를 개장하고 그 외에도 복잡한 일들을 동시에 처리해야하는 멀티테스킹의 중요함도 일러줬다.
책에서 후반부로 갈수록 더욱 흥미진진하다. 스티브잡스와 거리가 멀어졌으나, 용기를 내어 스티브잡스에게 디즈니가 픽사의 인수를 제안했을 때 스티브잡스의 반응은 기대되었다. 본인의 회사에 대해 애착이 강하고, 디즈니에 방어적인 그가 인수제안에 흥미를 느끼며 대화를 이어가자고 했을 때 경영가로서 새로운 모험을 하는 짜릿함이 이런 것이구나 느낄 수 있었다. 어느정도 포기를 해야하는 상황이지만, 픽사의 가치를 인정하고 그들을 존중함으로서 그 브랜드가 갖고 있는 고유성을 파괴하지 않으려는 노력은 겸손한 CEO의 모습이었다. 직접 픽사를 방문하여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려고 하고 디즈니와 픽사가 서로 협력하여 영화를 만들고 그리고 각자의 고유성을 유지하며 시너지를 일으키고자 하였다.
컨텐츠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디즈니 CEO의 혜안이다. 컨텐츠의 창조는 디즈니랜드와 굿즈 판매 등 모든 것들이 연관된다. 디즈니는 알라딘, 라이온킹 등 과거 대작들을 계속 히트하였지만, 어느 순간부터 애니매이션은 큰 이익을 벌어다주지 못했다. 컨텐츠가 핵심임을 안 아이거는 픽사와 마블, 루카스필름을 인수하면서 새로운 컨텐츠를 갈구하기 시작한거다.
마블의 만화가 주는 잠재성을 미리 알고 블랙팬서라는 흑인 영웅의 애니매이션을 제작한 것은 밥 아이거는 매우 뿌듯해했다. 오바마 대통령에게도 영화를 소개하였고, 많은 흑인들에게 자부심을 안겨주는 영화였다. 백인일색의 히어로물 영화가 계속되었고, 흑인 아이들은 백인 영웅들을 따라했지만, 이제 와칸다 포에버를 외치며 흑인들의 영웅들도 그려지고 있다. 캡틴마블이라는 영화도 여성의 여주인공으로 삼았다. 이렇게 컨텐츠는 많은 수익을 벌어다주는 비지니스 차원에서 사업을 만들어갈 수 있지만,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작품을 만들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디즈니의 위대함이 드러나고 있다. 많은 아이들의 디즈니 영화를 보며 자란다. 그 영화의 가치는 밥 아이거 같은 위대한 CEO의 가치관도 담겨져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