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공부에 입문하기 직전의 사람들에게 적극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부의 지도를 바꾼 회계의 세계사라는 책의 제목은 그렇게 관심을 끌지 못했으나, 은근히 끌리는 맘에 책을 선택했다.
1년 전, 업체의 재무제표를 바탕으로 손익추정을 했던 적이 있었다.
그때 생산직의 급여를 판매관리비로 생각했다가 추정 자체를 망쳐버렸고, 그때서야 비로소 통상적으로 손익계산서 상 급여는 판매관리직 급여를 의미하고, 제조원가명세서 상 급여는 생산직 급여를 의미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당시의 부끄러움이 생각나면서 이 책의 첫 페이지를 펼쳤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서, 문득 과거에 내가 회계공부를 했던 시절이 떠올랐다.
2018년 12월에 중급회계 인강을 듣기 시작했다. 뭣도 모르게 일단 달려들었던 중급회계의 길은 처음엔 생각보다 수월했다. 재미있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숫자의 세계란 어마어마하구나라는 것도 느꼈다. 하지만 수십개의 강의를 거치다보니 어려운 개념, 복잡한 계산, 그리고 무엇보다도 회계의 매커니즘이 있는 것 같은데, 그 매커니즘을 알아채지 못한 답답함의 심정이 크게 다가왔다.
4달 간의 대장정 끝에 중급회계는 마무리하였고, 새로이 고급회계를 시작했다. 그리고 강의를 들으면서 한 강의 당 수십번의 한숨을 내뱉었던 것 같다. 그냥 너무 어려웠다. 무슨 소리인지도 모르겠고, 결국에는 왜 이걸 이런식으로 해야될까? 라는 의문이 들기도 하였다. 이런 마음가짐 때문이었을까, 고급회계는 억지로 완강은 했다만, 무엇을 배웠는지, 이 과목은 어떤 곳으로 적용되는지를 알 수가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고급회계는 강의진도율만 신경썼을 뿐, 내용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그저 시간 낭비만 했던 것 같다.
다음으로는 재무관리 수업을 들었다. 이 과목의 인강 강사는 무척이나 유쾌하신 분이었다. 그래서 인강을 보는 동안 잠을 잘 틈이 없었다. 피곤할만하면 재밌는 얘기 하시고, 다시 피곤할만하면 정신차리라고 말해주셔서 기존의 중급회계와 고급회계와는 달리 아주 즐겁게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다만, 과목 자체가 무척 양이 방대하고, 어려운 내용이 많았던 터라 1회독을 완료하였던 시점에는 수업 내용보다는 인강강사의 개그와 웃긴 썰만이 내 머리 속에 남았다.
이후 경영학 이론 수업을 들었는데, 진짜 엄청 잠을 많이 잤던 것 같다. 그래도 다행인건 학교 수업시간에 경영학 관련 과목은 어느 정도 들어놨었던 터라 내용을 이해하는 데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너무나 외울게 많았다. 그래서 하루종일 개념만 외우다가 하루가 다 지나갔던 적도 있었다.
이렇게 험난한 과정을 보내는 동안 우여곡절 끝에 2회독까지 완료 하였고, 중급회계와 재무관리는 4회독까지 완료하였다. 그리고 그 원동력은 KDB산업은행에 취업하겠다는 의지였다. 이후 다행히 필기시험에 합격할 수 있었고, 1차면접과 2차면접을 지나 입행이라는 달콤한 열매를 따먹을 수 있었다.
입행 후 지점에 발령났을땐, 내가 배웠던 회계학 및 경영학 수업이 어떻게 적용될까 싶었다. 왜냐하면 나에겐 완전 새로운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두에 말했듯 업무를 조금씩 배워나가다보니 내가 학생 때 공부해두었던 것들이 나에게 자산이 되었고, 추가적으로 내가 그때 공부를 조금 더 열심히 했더라면 지금 업무를 진행할 때 훨씬 유연하고 빠르게 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도 남기도 한다.
하지만 아쉬워해봤자 의미없다. 앞으로가 중요한게 아니던가. 라고 말하지만 최근 다시 공부하겠다면서 중급회계 인강을 구매했는데 고작 4강만 수강하고는 끝내버렸다. 내겐 의지가 많이 부족한 듯 싶다. 어서 빨리 다시 정신을 차려서 회계 공부를 하려고 한다. 늦지 않게 공부를 한다면 앞으로의 은행생활 약 30년이 조금 더 수월해지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감이 있다.
부의 지도를 바꾼 회계의 세계사 라는 딱딱한 책 제목 하나가 나의 취업준비 생활을 다시 생각나게 해주었다는 것이 신기하다. 어쩌면 책이 주는 긍정적인 효과가 이런게 아닐까 싶다. 과거의 내 모습을 밖으로 들추어 낸 뒤, 현재의 내 모습과 비교하고, 미래의 내 모습을 재설정해볼 기회가 된다는 효과.
다음엔 어떤 책이 내게 다가올 지 벌써부터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