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구트 꿈 백화점으로부터 남쪽으로 1km가량 떨어진 주택가에서 부모님과 함께 사는 페니는 아직 잠자리에 들기 전이었다. 그녀는 꿈 백화점의 1층 프런트에서 일하는 직원으로, 입사 1주년을 맞이해 부모님과 작은 축하 파티 겸 늦은 저녁 식사를 하는 중이었다.
"1년동안 적응하느라 고생 많았어. 네가 정말 자랑스럽다. 페니, 이건 우리가 준비한 선물이야"
페니의 아빠가 열 권 정도 되는 책들을 식탁 위에 힘겹게 올려 놓았다. 전부 사회 초년생을 위한 자기계발 서적과 에세이였다. 페니가 투박한 노끈으로 엮인 리본 매듭을 풀면서 말했다. 아빠는 페니와 꼭 닮은 눈으로 딸을 바라보다가 감격에 겨워 말을 잇지 못했다.
페니는 전설위 꿈 제작자 중 한 명인 야스누즈 오트라의 집에 '타인의 삶 : 체험판'이라는 꿈을 가지러 방문한 적이 있었다. 페니는 체할 것 같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 전부터 부모님의 잔소리가 부쩍 늘었다. 경찰에서 '설렘'을 훔쳐 간 범인을 잡았다며 피해 내용 확인을 위해 집으로 전화를 했는데, 하필 그 전화를 페니의 엄마가 받는 바람에 일하다가 '설렘' 한 병을 도둑 맞았던 사연을 털어놓을 수밖에 없었다. 그 후로 어찌나 귀가 따갑게 잔소리를 들었는지, 페니는 직장에서의 일을 입 밖에 내지 않기로 다짐했다.
페니는 거세게 몰아치는 잔소리의 폭풍을 힘겹게 받아내면서, 새장만큼 몸집이 불어났지만 한 번도 새장 밖으로 날아 보지못한 가엾은 앵무새가 된 기분으로 "걱정하지 마세요", "전 멍청이가 아니라니까요, "라는 말만 한참을 반복하다가 식사를 하기 전보다 핼쑥해진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니는 거세게 몰아치는 잔소리의 폭풍을 힘겹게 받아내면서, 새장만큼 몸집이 불어났지만 한 번도 새장 밖으로 날아보지 못한 가엾은 앵무새가 된 기분으로 '걱정하지 마세요.' '전 멍청이가 아니라니까요.'라는 말만 한참을 반복하다가 식사를 하기 전보다 핼쑥해진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페니는 부모님에게 받은 책더미를 안고 방으로 들어와 책상 위에 와르르 쏟아내듯이 내려놓았다. 책꽂이에는 새로운 책이 들어간 만한 공간이 없었다. 그녀는 잠시 고민하다가 취업 준비생 시절에 풀었던 문제집들을 과감하게 골라내기 시작했다.
페니는 끝까지 풀지 못한 문제집 한 권을 펼쳤다. 깨끗하게 답을 지울 수 있다면 필요한 사람에게 처분할까 싶었지만, 문제마다 볼펜으로 죽죽 그어져 있었다. 실망스럽게 페이지를 넘기던 그녀의 시선이 마지막으로 푼 흔적이 있는 문제에 멈췄다.
그건 면접 준비에 여념이 없던 1년 전, 카페 2층에서 그녀의 친구인 녹틸루카 아삼이 정답을 알려주었던 문제였다.
문제를 보는 순간 그때의 상황과 기분이 어제 일처럼 선명하게 떠올랐다.
페니는 자신 있는 미소를 지으면서 중얼거린 후 소리나게 문제집을 탁 덮었다. 면접 준비를 하던 카페에서의 그날로부터 지난 1년 동안 일어났던 일들이 머릿속을 빠르게 휘감고 지나갔다. 어느 때보다 충만한 시간을 보냈다는 생각에 마음 깊이 뿌듯함이 차올랐다. 슬슬 프런트의 일도 손에 익어가고, 꽤 많은 것을 배웠다는 생각에 제법 자신감이 붙은 상태였다.
페니는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이 꿈 백화점에서 벌어지는 일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전혀 모른 채, 콧노래를 부르며 책장을 정리했다. 그렇게 페니의 입사 1주년의 밤이 저물고 있었다.
한편, 꿈 백화점의 주인장인 달러구트는 자신의 다락방에 있었다. 그의 다락방은 고풍스러운 목조건물이자 층마다 다양한 꿈 상품을 판매하는 '꿈 백화점'의 꼭대기에 아늑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5층 할인 코너 위에 비밀스럽게 자리한 다락방은 건물 밖에서 봤을 때 뾰족한 삼각 지붕에 자그만한 창문만 나 있어, 사람이 생활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아 보였다. 막상 안으로 들어가 보면 밖에서 짐작하던 것보다는 훨씬 넉넉한 공간이었지만, 그의 명성에 비해 소박한 거처임엔 틀림없었다. 누군가는 유명 제작자나 대형 꿈 상점을 운영하는 다른 오너들처럼 근사한 저택에 살고 싶지 않냐고 물었지만, 당사자인 달러구트는 자신의 취향대로 꾸며놓은 이 공간을 떠날 생각이 없었다. 게다가 1층에 있는 사무실로 출근하는 데 채 3분도 걸리지 않는다는 점이 무척 만족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