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지리의 힘이 급변하는 21세기 현대사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한다. 중국은 왜 그렇게 영유권 분쟁을 일으키면서까지 바다에 집착하는지, 러시아는 왜 크림 반도에 목매는지, 미국은 어째서 초강대국이 될 수 밖에 없었는지, 유럽은 정말 20세기 초 분열의 시대로 회귀할 것인지, 한국에는 왜 사드가 배치되는지, 라틴 아메리카에 왜 중국이 적극적으로 구애를 하는지, 파키스탄보다 인도가 더 빨리 성장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중동과 아프라키에 유럽식민주의자들이 도대체 무슨 짓을 저질러 놓았길래 지금도 피의 전쟁이 계속되는지, IS는 왜 영토에 집착하는지, 왜 세계는 남극이 아닌 북극으로 향하는지 등에 대한 답을 지리에서 찾아 알기쉽게 설명해준다. 이 책은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것들이 담겨져 있는 단순한 지리학 책이 아닌 세계사, 국제관계 및 문화인류학까지 아우르는 책이라 할 수 있어 주변 지인들에게도 일독을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한 가지 사례로 이 책을 통해 잘 모르던 아프리카에 생각해보게 된 것이 있다. 인류의 기원이 아프리카에서 시작됐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우리 모두는 아프리카인인 셈이다. 그런데 기원전 8천년 무렵부터 인종의 법칙이 바뀌기 시작했다. 중동과 지중해 주면을 떠돌던 어떤 이들이 방랑벽을 버리고 정착하더니 농사를 짓기 시작했고 이윽고 마을과 도시를 이루며 모여 살게 된 것이다. 문명이 탄생한 것이다. 나일강 주변의 이집트 문명, 갠지즈강 유역의 인도 문명,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 유역의 메소포타미아 문명, 황하강 유역의 중국 문명 등이 그 것이다. 그런데 왜 인류의 기원지인 아프리카에는 문명의 발달이 늦어졌을까? 그 이유는 지리에서 찾을 수 있다. 아프리카 남쪽은 상당부분이 정글과 늪, 사막 혹은 가파른 고원지대다. 이런 지형은 밀이나 쌀을 재배하기도, 또 양을 치기도 적합하지 않다. 또한 아프리카의 코뿔소나 가젤 등은 가축으로 삼기가 어렵다. 더욱 기후가 초래한 말라리아와 같은 악성 질병 등도 큰 장애가 되어 왔다. 아프리카 내륙의 강들 또한 큰 문제다. 문명은 대규모 강을 중심으로 발달하였는데 풍부한 유량을 보유한 강은 아프리카에도 많다. 하지만, 아프리카의 강들은 대개 고지대에서 발원하여 가파르게 걲여 내려오기 때문에 배를 띄우는 것조차 쉽지 않다. 2,735킬로미터에 달하는 아프리카에서 네 번째로 긴 잠베지 강은 빅토리아 폭포 등으로 관광객들에게는 매혹적이겠지만 교역로로서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이 강의 일부에서는 얕은 배를 띄울 수는 있지만 이 부분마저도 서로 연결되어 있지 않아 물자 수송은 제한되어 있다. 이에 비해 유럽은 소통할 수 있는 공통어를 가질 만큼의 작은 크기인데다 상호 영향을 주고 받을 수 밖에 없는 지형이었다. 다뉴브 강이나 라인 강을 갖고 있는 유럽과는 달리 아프리카 하천들의 이러한 결점은 지역 간의 교류와 교역의 발전을 저해했다. 이런 약점은 경제 발전에 영향을 미쳤고 대규모 교역 지역의 형성을 막았다. 니제르 강, 콩고 강, 잠베지 강, 나일 강을 비롯한 대규모 하천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지 않다. 그리고 이런한 단절은 인간 요소라고 다르지 않다. 러시아, 중국, 미국처럼 거대한 지역에서도 단일 언어를 쓰는 것이 교역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모른다. 그런데 아프리카에는 족히 수천 개가 넘는 언어들이 있으며 비슷한 규모의 지역을 지배할 만한 공통 문화도 자라지 못했다. 마치 브라질이 국토의 3분의 1이 아마존 정글 지대로 개척이 어려워 발전하기 어려운 점과 유사하다. 브라질의 아마존 강은 부분적으로는 항해가 가능하지만 그 유역들은 지나치게 무른 진창이어서 주위에 무언가를 건설하는 것을 어렵게 하고 있다. 이 조건 또한 많은 토지를 이용하는 것을 제약한다. 왜 수세기 동안 교역자들이 그들의 물품을 급경사면을 오르내리게 되는 브라질의 낙후된 항만으로 가져가지 않고 라플라타 강을 따라 내려가면서도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로 가져가길 택했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물론, 아프리카는 현재 공산품을 제조하는 공업국들도 출현하고 있지만 대륙의 대부분은 여전히 나머지 세계와 이어지기 위해 안간임을 쓰고 있다. 아프리카 대륙의 땅덩어리가 인도양과 대서양 그리고 사하라 사막에 의해 모양이 정해진 탓에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에서는 수천 년 동안이나 사상과 기술의 교류가 거의 이뤄지지 못했다. 그로 인해 기술적 발전이 매우 늦어지게 된 것이다. 이처럼 작가는 이 책에서 인간과 국가의 운명이 지리에 의해 좌우되어 왔다고 주장한다. 세계 각 지역을 지정학적으로 설명해주며 정치와 역사를 자연스레 연결시켜 설명해준다. 함께 실려있는 세계 각 지역의 지도를 살펴보는 것은 이책을 통해 더불어 얻을 수 있는 재미이다.